월드 시리즈 27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에 빛나는 MLB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는 지난 15년간 번번이 체면을 구겨왔다.
2010년 ALCS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2011년 ALDS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게,
2012년 ALCS에서 또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게,
2015년 ALDS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2017년 ALCS에서 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2018년 ALDS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2019년 ALCS에서 또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2020년 ALDS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게,
2021년 ALDS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2022년 ALCS에서 또또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무려 15년 동안이나 월드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월드 시리즈 진출 전 최종 관문인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무려 5번을 탈락하며 매번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게다가 작년인 2023시즌에는 5할 승률마저 간당간당하게 찍으며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기록하며 망신살을 제대로 뻗쳤다.
그랬던 양키스가 천재 타자 후안 소토의 영입, 카를로스 로돈의 부활, 루이스 힐과 클라크 슈미트의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 안착 등에 힘입어 2년 만에 동부 지구 우승과 함께 AL 1번 시드를 획득,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난적으로 예상되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본선에는 진출도 하지 못하고 와카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그 덕에 디비전 시리즈 진출 4팀 중 양키스를 제외한 나머지 3팀이 모두 중부지구 팀이었는데, 양키스는 올해 중부지구 팀 상대 승률이 무려 77%였다. ALDS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즈를 만나 3승 1패, ALCS에서 클리블랜드 가디언즈를 만나 4승 1패로 AL을 제패한 뉴욕 양키스는 15년 만에 월드 시리즈에 올랐고, 43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서 LA 다저스를 상대한다.
사실 두 팀 간의 맞대결은 7년 전에도 성사될 뻔했다. 당시 2017 ALCS 5차전이 끝날 당시 뉴욕 양키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기록하며 월드 시리즈 진출을 목전에 뒀었기 때문이다. 당시 NL 챔피언은 LA 다저스였다.
1선발 - 게릿 콜
23년 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에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양키스 팬」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관중석에 앉아있던 꼬마는 투수 최초의 3억 달러 계약을 맺고 뉴욕 양키스의 월드 시리즈 1차전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2019시즌이 끝나고 FA로 9년 324M 계약을 맺고 양키스에 입단한 콜은 5년 동안 돈값을 충분하게 해냈다. 가을야구에서는 기대 이하였지만, 정규 시즌에서만큼은 양키스가 간절히 원했던 강력한 1선발의 모습을 보여줬다. 작년에는 사이 영 위너까지 달성했던 게릿 콜은 개막 직전에 팔꿈치 부상으로 올 시즌 절반 이상을 날린다.
부상 복귀 후 옛날의 압도적인 콜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예년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규 시즌 최종 성적 17게임 8승 5패 ERA 3.41 95이닝 99 탈삼진 / PS 3게임 1승 ERA 3.31 16.1이닝 12 탈삼진을 기록했다. ALDS 4차전에서는 7이닝 1실점의 호투로 팀을 CS에 진출시켰다. 비록 ALCS 2차전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지만 괜찮다. 에이스도 흔들릴 때가 있다.
콜은 언제나 긴 이닝을 책임지고 싶어하는 올드스쿨 피쳐다. 1차전에 6이닝 이상을 던질 수만 있다면 양키스가 기선제압에 성공할 수 있다. 게릿 콜도 어느새 30대 중반에 들었고 이제는 베테랑이라 불릴 만한 커리어다. 반지를 낄 때가 됐다. 콜은 LA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뉴포트비치에서 태어났다. 고향으로 돌아온 콜이 팀에 1차전 승리를 안길 수 있을까.
베츠, 프리먼, 테오스카 상대로 좋지 못한 모습 / 오타니 상대로는 20타수 4피안타(1홈런) 7K
2선발 - 카를로스 로돈
이상하리만치 인저리 프론을 선호하는 양키스는 23년 오프시즌에 6년 162M이라는 거금을 주고 로돈을 영입한다. 많은 이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던졌다.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부상으로 전반기를 날려 먹더니, 완전히 회복하지도 않은 채 후반기에 돌아와 기대 이하의 투구를 기록한다. 공을 던질 때마다 양키팬들 가슴에 비수를 날리는 수준이었다. 야구가 아무리 레저스포츠라고 조롱받는다고 하더라도 운동 선수 몸매가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살이 뒤룩뒤룩 쪄서 돌아온 로돈은 공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며 마운드 위에서 육수만 흘리기 바빴다. 2023시즌 14게임 3승 8패 ERA 6.85 64이닝 64 탈삼진을 기록하며 앞으로의 커리어까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랬던 로돈은 살을 빼고 부상 없이 개막 엔트리에 들었고, 2024시즌 32게임 16승 9패 ERA 3.96 175이닝 195 탈삼진을 기록한다.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켰으며, 팀 내 다승 1위, 200에 가까운 195K는 양키스가 기대했던 로돈의 모습에 부응했다고 볼 수 있다. PS에서는 3게임 1승 1패 ERA 4.40 14.1이닝 22 탈삼진을 기록했다.
ALDS 2차전에서 1회 초를 KKK로 시작한 로돈은 3회까지 잘 던지다 살바도르 페레스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는데, 이때부터 야마가 돌아버린 쿠크다스 로돈은 급격히 흔들리더니 결국 3.2이닝 4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당한다.
감정 조절 이슈로 난항을 겪은 로돈은 팀 동료 게릿 콜이 ALDS 4차전에 7이닝 내내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순간 쌓아뒀던 감정을 일순간에 표출하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느꼈다는 인터뷰를 남긴다. 그러더니 CS 1차전에서 클블을 상대로 6이닝 1실점 9K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다. 클리블랜드 타자들이 노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자신있다는 듯이 하이패스트볼을 뻥뻥 꽂아대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로돈은 시즌 내내 복불복이다. 잘 긁히는 날은 언터쳐블이다. 랜디 존슨 부럽지 않다. (아님 말고) 사실 잘 긁히는 날도 불안불안한 게 잘 던진다 싶다가도 볼질과 안타를 맞으며 자멸하는 모습을 보인 게 한 두번이 아닌게 문제다. 게다가 다저스에 좌완 상대로 타격 성적이 좋은 타자들이 많아 걱정이 한 둘이 아니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긁히길 바라야지. 로돈은 시즌 내내 5~6이닝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6이닝만 던져다오.
키케에게 6타수 3안타를 맞았는데, 그 3안타가 모두 홈런이다.
3선발 - 클라크 슈미트
작년 2023시즌 답이 없어도 한참은 없던 양키스 선발진을 게릿 콜과 함께 지켜준 너무나도 고마운 투수이다. 시즌 중반까지 잘 던지다 광배근 부상으로 시즌 막판에야 돌아왔지만 부상 이탈 전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구위가 좋다. 볼질을 하는 투수는 아니다. 슈미트 선발 경기를 챙겨본 적이 많이 없어 딱히 남길 말이 없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킬링샷이 없는 것 같아 아쉬운 느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5이닝만 던져 다오. 제발.
다저스 타선 상대로 던져본 적이 거의 없다. 오타니에게 홈런 한방 얻어맞음.
4선발 - 루이스 힐
토미 존 수술을 마치고 오랜만에 돌아온 힐은 시즌 첫 등판이였던 애리조나 전에서 100마일에 가까운 포심을 뻥뻥 날려대며 이 친구의 존재를 잘 모르던 양키스 팬들의 두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 그 압도적인 구위로 볼질을 해대며 주자를 쌓는 모습에 팬들의 두 눈은 또 다시 휘둥그레해졌지만... (볼넷 부문 AL 투수 1위를 기록했다.) 정규 시즌 29게임 15승 7패 ERA 3.50 171K 77BB를 기록했다.
오랜만에 양키스에서 튀어나온 걸출한 루키 선발이다. 포심-슬라이더 투피치에 제구력이 불안한 파이어볼러, 새가슴, 도미니칸공화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올 시즌 메츠로 떠나간 누군가를 연상케 한다. (
심지어 이름도 똑같다
.) (
너는 부상으로 신음하지 말아다오.
)
시즌 후반 IL에 이름을 올렸다가 돌아온 거 말고는 로테이션을 잘 지켜줬다. 볼넷은 77개나 내줬지만 주자만 나갔다 하면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을 못 하던 모습 역시 많이 개선됐다. 그 좋은 공을 가지고 왜 가운데에 못 던질까, 싶지만 어쩌겠나. 다만 이 친구가 의외의 복병일 수가 있는 게 WHIP가 1.19로 상당히 낮은데, 피안타율도 굉장히 낮다. 그러니까 출루 허용의 대부분이 볼넷이었다는 거다. 결정구 슬라이더와 쓰리피치로 활용하는 체인지업의 조합도 잘 먹히는 편이고. 너도 5이닝만 던져다오. 제발.
부상 복귀 - 네스터 코르테스 주니어
아마도 월시 엔트리 합류가 유력해 보이는 콧수염 사기꾼이다. 본인도 인터뷰에서 월시 우승할 수 있다면 내년에 1년 동안 시즌 오프하는 것도 괜찮다고 했으니 아마 나올 거다. 다만, 선발은 아닌 불펜으로 등장할 것이다. 양키스 선발이 일찍 내려간다면 1+1로 붙여서 스윙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2024시즌 31게임 9승 10패 174.1이닝 162 탈삼진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에 많이 부진했으나 중후반 투구 내용이 굉장히 좋았다. 볼질을 하거나 새가슴인 투수는 아니라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기대한다. 오타니 상대 12타수 2피안타로 저승사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랜만에 돌아온 그가 또 한번 예술에 가까운 변칙 투구를 보여줄 지 궁금하다. 이리저리 몸을 비틀 때도 디딤발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 걸 보면 균형 감각이 대단한 것 같다.
TMI : 시즌 후반 양키스 선발의 과잉으로 불펜 투수로 나온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그 경기 끝나고 기분 더럽다는 인터뷰를 남긴 적이 있다.
Missing - 마커스 스트로먼
DS에서는 엔트리 합류 불발 (원인 모름), CS에서는 엔트리에 들었으나 미출전. 양키스의 PS 9경기를 모두 다 지켜봤는데 카메라에 잡힌 적도 없다. 선발로도, 불펜으로도 애매한 스트로먼의 구위와 코르테스의 복귀를 고려했을 때 스트로먼은 월시 엔트리에 들지 못할 것 같다. 수고했고 내년에 다시 보자.
총평
나도 못 미더운 양키스 선발진이 타팀팬들에게는 어떤 이미지일런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시즌 중반까지 양키스는 선발 야구의 힘으로 달려왔다.
한때 선발진 연속 QS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것도 콜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기간 동안 말이다. 로돈-코르테스-스트로먼-힐-슈미트 5명이 만들었던 기록이다. 이 당시에 양키스 선발 스탯은 필리스 선발진보다 좋았다. 양키스 선발이 그 시절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28번째 우승도 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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