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정권 아래에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전투를 미화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매체 스카이TG24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3일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의 자유를 위해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 목숨을 바친 전몰장병들을 기억한다"며 "영웅적이고 비극적"이라고 밝혔다.
1942년 엘 알라메인 전투 당시 이탈리아는 무솔리니가 집권하고 있었다.
야당과 학계는 즉각 반발했다. 제2야당인 오성운동(M5S)은 국방부가 파시스트 전사자를 자유의 투사로 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오성운동은 "당시 전투에서 전사한 1만7천명에 대한 기억은 당연히 존중돼야 하지만 파시스트 정권의 호전주의와 식민지 모험의 희생자로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존스홉킨스대 마리오 마키스 경제학 교수는 전날 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탈리아군은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전투에 참전했다"며 "자랑스러워할 것은 없고 부끄러워할 이유와 사과할 필요성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은 종전 후 파시스트 추종자들이 결성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뿌리를 두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파시스트 꼬리표를 거부하고 당을 주류 정당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파시즘의 계승자'로 의심받고 있다.
국방부가 파시즘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무솔리니 정권을 위해 싸우다 숨진 군인들을 기리는 달력을 발행해 여론의 반발을 샀다.
1942년 10월 이집트의 해안도시 엘 알라메인에서 벌어진 이 전투에서 연합군은 약 19만명의 병력을 투입한 끝에 파시스트 이탈리아와 나치 독일을 상대로 2주 만에 승리를 거뒀다.
연합군은 이 전투 승리로 전쟁의 향방을 바꾸며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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