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4개의 홈런 축포와 함께 KIA 타이거즈를 꺾고 반격에 성공했다.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을 향한 힘찬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7전 4승제·KIA 2승) 3차전에서 4-2로 이겼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지난 21일 1차전(우천 서스펜디드 게임, 23일 종료) 1-5 역전패, 23일 2차전 3-8 완패의 아픔을 씻어냈다. 장기인 장타력을 앞세워 KIA 마운드를 무너뜨리고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기록하게 됐다.
삼성은 3차전 선발투수로 출격한 데니 레예스가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레예스는 7이닝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 완벽투로 KIA 타선을 잠재웠다.
레예스는 LG 트윈스와 맞붙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과 4차전 승리투수가 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가운데 한국시리즈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줬다.
삼성 타선은 3회말 이성규, 5회말 김영웅, 7회말 김헌곤과 박병호가 솔로 홈런을 터뜨리면서 KIA 마운드 공략에 성공했다. 박병호는 길고 긴 침묵을 깨고 KBO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을 세웠다.
반면 KIA는 선발투수 에릭 라우어가 5이닝 5피안타 2피홈런 8탈삼진 2실점으로 준수한 투구를 해줬지만 타선이 삼성과의 화력 싸움에서 밀렸다.
KIA는 삼성 선발투수 레예스에게 7회까지 1점으로 봉쇄당한 데다 게임 후반 삼성 불펜 공략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5회초 1사 1·2루 무득점이 뼈아팠다.
▲삼성은 류지혁, KIA는 서건창...양 팀 사령탑의 승부수
삼성은 이날 김지찬(중견수)-류지혁(3루수)-강민호(포수)-르윈 디아즈(1루수)-김헌곤(좌익수)-박병호(지명타자)-김영웅(3루수)-이성규(우익수)-이재현(유격수)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플레이오프 MVP에 빛나는 데니 레예스가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은 지난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차전에서 KIA보다 2개 더 많은 12안타를 치고도 3득점에 그쳤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공격 과정에서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류지혁을 2번으로 전진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류지혁은 1차전에서 9번타자로 4타수 1안타, 2차전에서 7번타자로 3타수 3안타 1볼넷의 맹타를 휘둘렀다. 삼성 공격의 첨병 역할을 부여받고 2차전을 맞이했다.
박진만 감독은 "3차전 시작 전 공식 인터뷰에서 "2차전에 안타를 많이 쳤지만 (공격이) 효율적이지 않았다. 컨디션 좋은 선수로 구성하다 보니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KIA는 이날 박찬호(유격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김도영(3루수)-최형우(지명타자)-나성범(우익수)-김선빈(2루수)-서건창(1루수)-김태군(포수)-최원준(중견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라우어가 레예스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KIA는 앞선 1, 2차전과 비슷한 타선을 구성했다. 관심이 쏠렸던 선발 1루수는 베테랑 서건창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KIA는 한국시리즈 1차전은 서건창, 2차전은 이우성이 선발 1루수로 출전했다. 3차전의 경우 이범호 KIA 감독의 선택은 서건창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레예스는 삼성 에이스라 점수를 많이 내기가 어렵다. 플레이오프 때도 좋았다"며 "중요한 상황에는 작전을 펼쳐야 할 것 같다. 앞 타선에 장타력을 가진 선수가 좋다. (김)선빈이가 컨디션이 좋아 살아 나가게 되면, 작전을 생각하려 한다. 점수가 많이 나지 않을 걸 생각했다"고 타선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초반은 투수전, 라우어와 레예스의 쾌투 행진
게임 초반은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삼성 레예스는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1차전, 4차전)에 선발등판, 13⅔이닝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66의 쾌투를 펼쳤던 기세를 이어갔다.
레예스는 1회초 선두타자 박찬호를 3루 땅볼로 처리하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어 소크라테스를 1루 땅볼, 김도영을 유격수 땅볼로 솎아내고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레예스는 2회초 1사 후 나성범과 김선빈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 1·2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서건창을 1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삼성 1루수 디아즈의 빠른 상황 판단과 매끄러운 송구가 빛났다.
레예스는 2회초 고비를 넘긴 뒤 3회초 KIA 타선을 압도했다. 선두타자 김태군과 최원준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날카로운 구위를 보여줬다. 박찬호까지 3루 땅볼로 잡고 1회초에 이어 또 한 번 삼자범퇴 이닝으로 KIA 공격을 봉쇄했다.
KIA 라우어도 경기 초반 레예스와 대등하게 맞섰다. 1회말 선두타자 김지찬과 류지혁을 연속 삼진으로 잡고 삼성 테이블세터의 출루를 허락하지 않았다. 강민호까지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 삼자범퇴로 한국시리즈 등판을 시작했다.
라우어는 2회말 1사 후 김헌곤을 유격수 강습 내야 안타로 출루시켰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박병호를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 이닝을 끝냈다.
▲'0'의 균형 깨진 3회말, 이성규의 한방으로 앞서가는 삼성
팽팽하던 '0'의 균형은 삼성의 3회말 공격에서 깨졌다.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이성규가 짜릿한 손맛을 보면서 대구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성규는 원 볼 투 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를 이겨냈다. 라우어의 151km짜리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오자 지체 없이 풀스윙으로 연결,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짜리 솔로 홈런을 작렬시켰다.
삼성은 1, 2차전 연이은 패배로 분위기가 다소 침체돼 있던 상황에서 이성규의 홈런으로 귀중한 리드를 잡았다. KIA 라우어를 겨냥해 이성규를 8번타자로 선발 기용했던 박진만 감독의 결정은 선취점으로 돌아왔다.
▲위기 넘긴 레예스, 김헌곤 슈퍼캐치로 리드 지킨 삼성
레예스는 이성규의 선제 솔로 홈런 이후 더 힘을 냈다. 4회초 소크라테스를 2루 땅볼, 김도영을 삼진, 최형우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이날 게임 세 번째 삼자범퇴 이닝을 기록했다.
레예스의 구위에 눌려 있던 KIA는 5회초 선두타자 나성범의 우전 안타 출루, 김선빈의 희생 번트 성공으로 1사 2루 찬스를 잡고 레예스를 압박했다.
레예스는 서건창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줘 1사 1·2루로 상황이 악화됐지만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김태군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급한 불을 끈 뒤 최원준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삼성 좌익수 김헌곤은 최원준의 안타성 타구를 그림 같은 '슈퍼 캐치'로 잡고 레예스와 삼성을 구했다. 반면 KIA는 동점 기회를 놓치고 아쉬움을 삼켰다.
▲추가 득점 필요했던 삼성, 김영웅이 '히어로'가 됐다
삼성은 5회말 귀중한 추가 득점을 얻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영웅이 천금 같은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고 스코어를 2-0으로 만들었다.
김영웅은 원 볼에서 라우어의 2구째 148km짜리 직구를 공략했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에 형성된 공을 특유의 파워로 그대로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짜리 타구를 날려 보냈다.
김영웅은 지난 23일 2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1타점 적시타로 한국시리즈 마수걸이 안타를 신고한 좋은 기운을 3차전 솔로 홈런으로 이어가게 됐다.
▲침묵 깬 호랑이 타선, '맏형' 최형우가 이끈 반격...1점 차로 쫓아간 KIA
KIA 타선은 6회초 침묵을 깨고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선두타자 박찬호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1사 후 김도영의 헛스윙 삼진 때 2루 도루 시도가 잡히는 듯했지만 삼성 2루수 류지혁의 포구 실책으로 기사회생, 2사 2루 기회를 이어갔다.
KIA는 4번타자 최형우가 클러치 본능을 발휘했다. 레예스와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끝에 깨끗한 우전 안타로 2루에 있던 박찬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2-1로 삼성의 뒤를 쫓으면서 게임 진행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KIA는 다만 계속된 2사 1루에서 나성범이 레예스에게 3구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1점 만회에 만족한 채 이닝을 끝냈다.
▲QS+ 완성한 레예스, 라팍 지배하는 위력투...PO 활약 우연 아니었다
삼성 벤치는 7회초 승부도 레예스에게 맡겼다. 6회까지 95구를 던졌던 까닭에 교체가 점쳐졌지만 박진만 감독은 레예스를 믿고 마운드에 올렸다.
레예스는 먼저 선두타자 김선빈을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했다. 까다로운 타구를 김영웅이 더그아웃 근처까지 전력질주 후 잡아내며 레예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레예스는 서건창을 공 두 개로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 여전히 힘이 넘치는 공을 뿌렸다. 김태군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날 경기 네 번째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레예스는 7회초를 마치고 3루 쪽 삼성 더그아웃으로 복귀하면서 라이온즈파크를 가득 메운 홈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불붙은 사자 방망이, 김헌곤-박병호 백투백 홈런으로 전상현에 복수
삼성 타선도 레예스가 보여준 투혼의 역투에 화답했다. 7회말 선두타자 김헌곤이 바뀐 투수 전상현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폭발시켰다. 스코어를 3-1로 벌리면서 쫓기던 삼성의 더그아웃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김헌곤은 전상현의 초구 143km짜리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높은 코스로 형성된 가운데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짜리 홈런으로 삼성에 추가 득점을 안겼다.
삼성은 김헌곤 홈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민거포' 박병호까지 침묵을 깼다. 박병호도 전상현에게 솔로 홈런을 쳐내면서 스코어는 4-1이 됐다.
박병호는 전상현의 초구 138km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밀어내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짜리 타구를 날려 보냈다.
박병호는 이 홈런으로 KBO 포스트시즌 통산 14호 홈런을 기록,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로 올라서게 됐다.
삼성은 또 1989년 해태(현 KIA)가 빙그레(현 한화), 2004년 현대 유니콘스(2008년 해체)가 삼성, 2014년 넥센(현 키움)이 삼성을 상대로 기록한 한국시리즈 한 경기 최다 홈런 타이 기록도 세우게 됐다.
▲리드 지켜낸 삼성, 사상 첫 '라팍' 한국시리즈서 승전고
KIA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8회초 1사 후 박찬호가 내야 안타로 출루한 뒤 2사 1루에서 김도영의 타석 때 삼성 투수 김재윤의 폭투를 틈 타 2루까지 진루, 득점권에 주자가 놓였다.
KIA는 김도영이 김재윤을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쳐냈다. 3점의 열세를 2점으로 바꿔 놓으면서 삼성을 압박했다. 하지만 2사 1루에서 최형우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삼성은 8회말 2사 만루 추가 득점 기회를 놓치기는 했지만 김재윤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KIA의 마지막 저항을 실점 없이 잠재우고 리드를 지켜냈다. 2사 만루 위기에 몰린 상태에서 박찬호를 잡고 3차전을 끝냈다.
삼성은 2016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국시리즈를 승리로 장식하게 됐다. 이날 게임 전까지 삼성의 최근 한국시리즈 승리는 2015년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1차전이었다.
사진=대구,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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