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 이후 '관계 격상' 뒤 방문 의미
김정은, 러 극동만 두 번 방문…첫 모스크바행 주목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되는 등 북러의 '군사동맹'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년 연속으로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강화되는 러시아와 북한의 공조가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으로 절정에 이를지 주목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내년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물론, 가까운 이웃 국가들은 고위급과 최고위급의 방문을 지속해서 교환한다"고 답했다.
원론적인 답변일 수 있지만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초대받았고 최근 양측이 전방위로 협력을 강화하는 터라 성사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전날부터 러시아에서는 "김정은이 2025년 러시아를 다시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이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했다. 2019년 4월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으로 정상회담한 지 약 4년 5개월 만의 재회였다.
이후 올해 6월 푸틴 대통령이 북한 평양을 답방하며 세 번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을 체결했다. 내년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찾는다면 3년 연속 대면하게 된다.
북러 조약과 북한군 파병으로 양측이 '혈맹' 수준으로 관계가 격상된 뒤 이뤄질 내년 방문은 우크라이나 상황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 신냉전 구도에도 상징적 안보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러 전망은 러시아 하원이 북러 조약을 비준하고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을 사실상 시인한 다음날 나왔다.
이 조약은 쌍방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제4조)는 내용을 포함해 북러 관계를 군사동맹으로 격상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북한의 무기 제공, 푸틴 대통령의 방북, 북러 조약 서명, 북한군 파병으로 가속된 양측의 밀착은 김 위원장의 답방으로 혈맹이 완성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의 방문 장소에도 관심이 모인다.
그간 러시아 극동 지역만 두 차례 찾았을 뿐 아직 크렘린궁이 있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평양에서 김 위원장에게 "모스크바에 답방하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선대 북한 지도자인 김일성과 김정일은 각각 9번, 1번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
북러 조약은 양측이 각자 입법부에서 비준을 마친 뒤 비준서를 교환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내년에 비준서를 직접 들고 모스크바를 찾아 북러 동맹관계를 대외에 과시하는 '세리머니'를 할 수도 있다.
방문 시기에 대해선 매년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러시아가 내년 5월 9일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여러 우호 국가 정상들과 함께 김 위원장을 초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7월 말 발생한 수해 복구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러시아 답방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경우에도 김 위원장이 평양을 떠나기 어려울 수 있다.
주로 열차로 장거리를 이동한 선대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도 철로로 모스크바까지 갈지도 관심사다. 그는 지난해 9월 평양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까지 방탄 소재 전용 열차를 타고 이동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러시아와 급속히 가까워지고 파병 단계로까지 진전되면서 전통적 우방이자 한국전쟁의 파병·원조국인 중국과의 껄끄러워진 관계를 북한과 중국이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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