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제22대 국회 교육위원회 첫 국정감사 마지막 날에는 사립대학교들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성적 조작 의혹, 허위 홍보, 교비 오남용 등 사학 비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교육위는 향후 사학 비리 청문회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4일 국회 본관에서 감사 일정의 마지막인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종합감사에서는 각종 사립대 문제를 비롯해 국가교육위원회, AI 디지털교과서 등 최근 교육계 이슈를 전방위적으로 다뤘다.
종합감사는 이전에 진행된 감사와는 달리 각종 사립대 문제를 추궁하는 등 정쟁보다는 감사 본연의 목적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이번 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된 대학은 경기대, 영남대, 울산대, 한양대, 협성대 등이었다.
교육위 위원들은 경기대의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성적 조작 의혹, 영남대 교비 오남용 의혹과 총장추천위원회 폐지, 울산대 의대 교육시설 건축에 글로컬대학 지원금 활용과 잘못된 입시 정보, 한양대 채용비리 의혹, 협성대 이사회 장기 파행 등에 대해 질의하며 이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특히, 개정된 부분이 비리 등으로 해임된 전력이 있는 사람이 포함된 협의체에게 사립 학교법인 이사 후보자 추천권을 제한한 법적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또 교육관계 법령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법령과 달리 홈페이지에 사전 입법예고조차 하지 않아 사회적 논란과 반대 여론을 회피하려 한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한편, 교육위는 국정감사 시작 전 상임위원회를 열고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와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 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설 교수는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대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유학생들의 등록금 일부를 유학 알선 업체에 넘겨 배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한양대 채용비리와 관련해 증인으로 요청됐으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은 “설민신 증인을 출석시켜 규명하고자 하는 것은 김건희 여사 논문 대필 의혹만이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알선업체에 넘긴 배임 혐의”라며 “국회가 증인을 신문해 관련 혐의와 의혹을 정확히 밝히고 문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 집중포화 맞은 사립대들 =이날 종합감사에서는 사립대의 각종 의혹들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뤄졌다. 특히, 영남대와 한양대, 협성대는 관계자들이 증인 및 참고인으로 참석해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해명했다.
경기대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성적 조작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과 24일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김 전 행정관 성적 조작 의혹을 받는 경기대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며 교육부에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기대는 교육부에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규정을 준수해 정보 제공 대상자의 정보 제공 ‘미동의’ 의견을 수신하였으며, 대상자가 추가적인 의견으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였기에 진 의원께서 요청하신 요구자료는 미제출할 수밖에 없음을 혜량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회신했다.
이에 진 의원은 “김 전 행정관이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이후 어떤 과목을 수강했는지, 수업에 몇 번 출석했는지,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 성적이 어떻게 정정됐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실 출신이 압력을 넣어 성적을 정했다면 학사운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남대와 관련해서는 교비 오남용과 총장추진위원회 폐지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한재숙 영남학원 이사장에게 “최외출 영남대 총장 사모의 스승이 아닌가”라며 “총장이 추천해서 이사장이 된 것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또 “총장 추천제를 왜 갑자기 폐지한 건가. 최외출 총장이 재임시키기 위해 한 것이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 이사장은 “사실과 다르다. 그런 걸 받은 게 있다면 이 자리에서 이사장을 물러나겠다”고 해명했다. 총장추진위원회 폐지에 대해서는 “총장 추천은 학교법인의 고유 권한이기도 하고 전적으로 법인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총추위가 있어서 세 번 총장을 추천했는데 부작용이 많고 입시를 앞두고 지방대학인데 어렵기도 하고 시끄럽다 보니 법인 이사회에서 판단했다”고 답했다.
울산대는 의대 교육시설 건축 계획이 글로컬대학 사업에 포함시킨 것과 잘못된 정보를 입시 홍보자료에 명시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울산대 의대는 교육부가 2021년부터 시정명령을 통해 홍보자료, 대학 홈페이지 등에서 서울아산병원 시설을 캠퍼스로 소개한 부분을 수정하도록 했지만 정시모집 자료에는 아직 아산병원 교육연구관을 울산대 의과대학으로 표시하고 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울산대는 2022년 11월 예과 학생들이 울산대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울산대와 울산대 병원이 예산을 모아 건물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2023년 9월 글로컬대학 실행계획서에 이름만 ‘미래 메디컬 캠퍼스 혁신파크’로 바꿔 표지갈이를 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의대 교육기본시설을 글로컬대학30 사업에 포함시킨 것은 국민 혈세 140억 원을 사립대 건물 신축에 쓰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사립대들은 정부 자금을 융자해 병원 시설을 건축하고 있는데 울산대는 글로컬대학 지원금을 활용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울산대는 홍보자료, 대학 홈페이지 등에서 서울아산병원 시설을 캠퍼스로 소개하는 부분을 모두 삭제하거나 수정하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2024년도 울산대 정시모집에서 아산병원 교육연구관을 울산대 의과대학으로 표시했다.
이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가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며 “이행이 안 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한양대와 관련해서는 전공과 무관하게 공대 교수로 임용된 김형숙 데이터사이언스학부 교수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서울대 체육교육과(무용)를 졸업하고 관련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교수가 초대 과학기술수석비서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정권의 주요 실세들과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문정복 의원은 연평균 외부 연구비를 5억 원 이상 수주해야 한다는 김 교수의 재임용 조건을 두고 “한양대 역사상 매년 5억씩 가져오겠다고 한 사람은 김 교수가 최초”라며 “논문 실적도 아니고 어떤 사학이 교수에게 이런 조건을 거냐”고 추궁했다.
이어 김문수 의원은 김창경 한양대 교수와의 관계에 대해 의구심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한양대 공대에서 같이 교수도 하고, 또 김창경 교수가 한양대 디지털 헬스케어 운영위원장 할 때 센터장을 하고, (김창경 교수가)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 위원장을 할 때 소속 위원을 하는 등 여러 가지 경력들이 겹친다”며 “이러다 보니까 (김창경 교수의) 힘과 영향으로 R&D 예산 400억, 500억 얘기가 이렇게 연관이 된다라고 추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회가 장기 파행하고 있는 협성대에 질의도 이뤄졌다. 협성대는 2022년부터 이사회 장기 파행으로 총장과 이사장 선출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협성대는 교회 목사 장로와 그 자녀들이 교수와 교직원 등으로 취직하는 과정도 불투명하고 학교와 학교 법인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가 삼일학원에 협성대 이사회 정상화 촉구 공문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 논란 축소 위한 꼼수?…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 = 이날 종합감사에서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킨 교육부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앞서 교육부는 비리 등으로 해임된 전력이 있는 사람이 포함된 협의체에게 사립 학교법인 이사 후보자 추천권을 제한하던 법적 조항을 삭제하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8일 공포했다.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사학 비리 문제도 강조하고 있는데 완화 조치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삭제된 시행령을 보면 정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금 사학 비리에 관한 청문회까지 논의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 교육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개악 중의 개악”이라며 “그동안 엄청난 출혈과 고통 속에서 집단지성으로 비리 사학재단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방어벽을 친 최소한의 조치를 폐지시킨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원 국방부장관 등 충암고등학교 출신 정치인을 언급하며, 1999년부터 이어진 충암학원 비리와 관련해 이사 선임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진 의원은 “(충암학원 정이사 관련) 항소심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감사한 조항을 10월 10일 판결이 나기 이틀 전에 교육부 장관님 손으로 폐지시킨 것”이라며 “왜 하필 이 시점에 개정안을 통과시켰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이 부총리는 “법 개정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서 본인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인데 지나치게 법령으로 규제하는 부분이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며 “사분위 내에서 자체적인 규정을 만들고 있다”고 해명했다.
판결과 관련해서는 “시행령 개정이 법원 판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처분이 있었던 당시의 법령을 기준으로 판결하기 때문에 개정사항은 3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 부분은 교육부가 분명히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진 의원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교육부 홈페이지 게재나 보도자료 발표 등 정상적으로 입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진 의원은 “아무리 재량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시행령은 다 입법예고하고 이것만 쏙 뺀 것은 이 내용이 논쟁이 될 것을 알고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사학 비리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은 여야 위원님들 다 공감한다”며 “교육부가 사학 비리를 근절했어야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기회에 바로 잡길 바란다. 확실히 이번에 국회와 교육부의 의지를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사학은 우리 교육 발전의 근간이다. 부정적인 면도 있고 긍정적인 면도 있을 것”이라며 “교육부가 지도 감독 권한이 있기 때문에 비리 사안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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