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국정감사에서 행정전산망 장애와 개인정보 유출 등 공공 소프트웨어(SW) 현안이 외면받고 있다. 올해 들어 나라장터와 정부24 등 주요 행정정보시스템에서만 12건의 장애가 발생했지만, 국회는 정치 공방에만 치중하며 해결책 마련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종합감사는 오전 내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총돌이 지속됐다. 지난 7일 행안부 대상 국감에서도 대통령 사저 불법 증축 의혹 등이 도마 위에 올랐을 뿐, 공공SW 현안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역시 방송·통신 이슈에 치중되며 행정전산망 개선 논의는 실종됐다.
당초 행정망 장애 관련 유일한 증인으로 예정됐던 김영섭 KT 대표의 증인 채택마저 철회되면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했다. 행정전산망 장애의 책임 소재와 개선 방안을 짚어볼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의 실효성 점검도 미흡했다. 대책 발표 이후에도 정부24 개인정보 유출, 차세대지방세입정보시스템 오류 등이 잇따르며 근본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내년 노후 장비 교체 예산을 전년보다 30% 늘린 1186억원으로 편성하고 재해복구체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대기업의 공공SW 시장 진입 규제 완화도 검토 중이나, 중소·중견 SW업계는 "기업 규모와 시스템 오류는 무관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잦은 과업 변경과 저가 낙찰이 시스템 품질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시즌의 시스템 장애는 트래픽 증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올해 국감 주요 이슈로 행정전산망 오류 방지 방안 마련을 꼽았지만 실제 국감장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SW 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볼 절호의 기회였던 국감이 정쟁으로 허비된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시스템 장애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잦은 과업 변경과 저가 낙찰로 인한 품질 저하다. 노후 장비 교체도 중요하지만, 공공SW 사업 구조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 확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공공SW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정부는 저가 낙찰 방지를 위한 적정 대가 기준을 마련하고, 과업 변경 시 합리적인 비용 산정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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