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젠 '12조' 망막 치료 바이오시밀러 출시 자신감

암젠 '12조' 망막 치료 바이오시밀러 출시 자신감

뉴스웨이 2024-10-25 15:19: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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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5 특허 구성 요소. 그래픽=홍연택 기자
12조 시장 규모의 오리지널 망막 치료제 '아일리아' 에 대한 특허 만료 주장이 미국 연방 항소 법원에서 받아들여 졌다. 최종 소송을 앞둔 암젠은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미국 출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벌어진 암젠의 특허 소송 관련 항소 중 아일리아 시밀러 출시를 막아 달라는 리제네론 측 요청을 거부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달 23일 웨스트 버지니아 북부 법원이 아일리아 시밀러 '파브블루'의 시장 출시를 막기 위한 리제네론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시작됐다. 리제네론 측 항소에 따라 항소법원은 양사 서류를 검토하는 동안 임시로 출시 금지명령을 내렸다.

순회 항소법원 판사 3인은 이번 법원 명령을 통해 "항소 사안의 최종 처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리제네론이 항소 보류 금지 청구가 정당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출시금지 명령을 해제했다. 법원은 항소의 성공 가능성(특허 침해 여부), 리제네론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을지 여부, 다른 당사자가 상당한 손해를 입을지 여부, 공익 등 네 가지 요소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최종 특허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판매금지 가처분을 인정할 만큼의 사유는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항소법원은 다만 리제네론이 요청한 소송 절차 가속화 요청은 받아들여 내년 1월 구두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일리아는 황반변성, 황반부종, 망막병증과 같은 안과 질환 치료제로 지난해 글로벌 매출 93억6000만달러(약 12조9636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아일리아는 미국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와 독일 바이엘이 공동 개발한 제품으로 미국 내 판권은 리제네론이 갖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60억달러(약 8조16억원)가 넘는 가장 큰 매출이 발생한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리제네론과 특허 소송을 벌여 이기거나 특허 관련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리제네론은 지난해 전체 매출 비중 70%를 아일리아가 차지할 정도로 한 품목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대체할 다른 주력 품목이나 후속 의약품이 없어 모든 시밀러사를 상대로 전방위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국 현지에서만 국내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2건)와 셀트리온(1건)을 포함한 6개사를 상대로 7건의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이중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이 기각된 사례는 암젠의 '파블루' 뿐이다. 지난달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가처분 소송이 기각된 데 이어 항소심에서도 기각이 확정되며 아일리아 시밀러를 둘러싼 시장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암젠 대변인은 판결이 나온 날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 항소법원이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환자들에게 제공해 저렴하고 효과적인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제네론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암젠이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오늘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은 이 소송의 최종 결정이 아니"라고 했다.

암젠 측이 "가능한 한 빨리" 출시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것은 지난달 지방 법원에서 가처분신청 기각을 했을 때보다 한층 더 강력한 문구다. 암젠은 당시 "적절한 시기"에 시밀러 출시를 결정하겠다고 표현했는데, 항소심에서도 가처분신청 기각을 끌어내며 최종 소송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출시를 강행한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현지 증권가에서도 암젠 행보가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허 소송에서 패소하면 제품 출시에 따른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도 있어 다소 이른 시점에 '위험을 무릅쓴' 출시 발표가 나왔다는 평가다.

크리스토퍼 레이몬드 파이퍼 샌들러 연구원은 "손해 배상 위험을 감안해 1월 항소법원 변론이 끝날 때까지 파브블루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암젠은 강철 같은 뚝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스코니 베어드 연구원 역시 놀라운 행보라는 점을 지적했지만, "출시 위협은 합의를 강요하기 위한 전술일 수 있고, 합의는 현 시점에서 두 회사 모두에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파블루는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 허가를 받은 상태로 암젠이 마음만 먹으면 출시할 수 있다. 암젠이 내년 1월 전 출시를 강행할 경우, 먼저 FDA 허가를 마쳤음에도 가처분신청에 따라 발이 묶인 삼성바이오에피스, 마일란, 바이오콘 등은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게 된다.

업계에서는 가처분신청 기각과 더불어 암젠과 리제네론의 소송 진행 속도가 빨라진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암젠이 받아 들 특허 소송 결과에 따라 다른 업체가 진행 중인 특허 소송 결과 역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리제네론 측은 "암젠 관련 소송은 암젠에만 적용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반적으로 특허소송 결과는 다른 업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시로 지난해 미국 법원은 노바티스와 리제레논간 PFS(프리필드시린지) 제형 관련 특허에서 리제레논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에 따라 노바티스와 리제레논 양사 모두 PFS 제형 특허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됐다.

김민정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과거 노바티스의 PFS 제형 관련 특허는 2033년 1월 만료될 예정으로 아일리아 시밀러 미국 출시에 큰 장벽으로 간주됐으나 이번 소송을 통한 특허 무효로 해당 특허는 소송 없이 모든 바이오시밀러 개발사가 무혈입성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리제네론이 노바티스를 상대로 법정 분쟁에서 승소했지만 오히려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에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다만 이번 가처분신청 기각이 결정되며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암젠의 파브블루는 다른 업체의 바이오시밀러와 변별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제네론과 시밀러 업체가 벌이는 특허 소송은 주로 제형 특허(특허번호 11084865)와 관련된 것인데, 일명 '865 특허'라 불리는 '유리체 내 투여에 적합한 VEGF 길항제 제형' 특허로 2027년 6월까지 유효하다.

865 특허는 VEGF 길항제, 유기 용매, 완충액, 안정화제 등 아일리아를 구성하는 4가지 요소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소송에서 핵심 쟁점은 VEGF 길항제와 완충액(buffer)이 제형에서 분리된 별개의 구성요소여야 하는지다. 법원은 청구항에 따라 이 두 성분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고, 이는 관련 사건에 대한 다른 판결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기조다.

법원에 따르면, 별도의 완충액을 포함하지 않는 암젠 제품의 특허 침해에 대한 상당한 의문이 제기됐다. 법원은 이번 명령문에서 함께 고려한 다른 세 가지 요소(리제네론의 돌이킬 수 없는 손해, 다른 당사자가 상당한 손해를 입을지 여부, 공익)에 대해 명시적으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특허 침해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 다른 어떤 근거보다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865 특허는 마일란과 바이오콘,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을 상대로 한 다른 특허 침해 소송에서도 핵심 쟁점이었다. 리제네론은 이들 중 FDA 인허가 받은 기업을 상대로는 2027년 6월 미국 제형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출시금지 가처분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 국내 시밀러 업체 중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판매금지 가처분 결과에 불복해 항소심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아직 FDA 품목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로, 리제네론과 특허 무효 소송을 벌이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내년 1분기 중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리제네론이 국내에서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젠 파브블루 가처분신청 기각과 관련해 국내 업체는 말을 아꼈다.

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따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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