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한 회동' 이후 국민의힘 내 친윤계와 친한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한동훈 대표를 겨냥한 용산·친윤 관계자들의 공세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임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가 사실상 사보타주를 선언한 데 이어, 대통령실에서 "여당 대표로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훈시가 나오기도 했다. 한 대표는 그러나 "특별감찰관 임명은 현재도 유효한 우리 당 대선공약"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대표는 25일 SNS에 쓴 글에서 이같이 깅조하며 "대선공약을 조건달아 이행하지 말자는 우리 당 당론이 정해진 적 없다. 그러니 국민께 약속한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기본값"이라고 반대파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우리 당 대선공약 실천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국민들께 국민과 약속한 공약실천에 반대하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친윤계와 용산 쪽은 한 대표를 겨냥한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신뢰는 이제 거의 끝난 것 아닌가"라며 "시작부터, 끝나고 나서 보여지는 여러 가지 그 뒤끝이 정말 '이렇게 될 거라면 차라리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만나지 말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지난 23일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을 선언한 데 대해 당일 추 원내대표가 "원내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24일 한 대표가 재차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당 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한 데 대해 한 대표가 당의 역사를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당 대표가 당무를 총괄하니까 원내외를 막론한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우리 당이 당대표-원내대표를 따로 선출하고 투톱 체제를 이룬 것은 상당히 오래된 당내 민주주의의 성과"라며 "2005년 당시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당대표-원내대표를 사실상 동급으로 만들고 원내대표에게 국회운영의 최고 권한을 줬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는) 그 전에 제왕적 총재 체제를 거치면서, 총재 내지 당 대표 한 사람의 전횡으로 두 번이나 대선에 실패했다는 반성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며 "당헌에도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로서 국회운영에 관한 책임과 최고 권한을 갖는다'(61조)라고 돼있다. '최고'라는 이름을 붙인 것 자체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권한이 충돌하면 원내대표가 우선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나와 "여당은 대통령과 한 몸이 돼가지고 야당에 잘 대처를 하고, 또 수습할 거 있으면 내부적으로 조용히 수습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야당과 똑같이 언론에다 대고 이야기하고 내부에서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를 하면 상당히 어렵다"고 한 대표를 간접 비판했다.
이 지사는 특히 "우리 당이 정권을 놓친 것이 대통령과 당 대표 사이가 나빴을 때"라며 "YS 때 이회창 대표하고 관계가 그랬고, 박근혜 대통령도 김무성 대표하고 관계가 그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선례가 있는 걸 보면서 빠르게 수습해야 된다, 내부 정리가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 지사도 특별감찰관 문제에 대해 "특별감찰관은 북한인권관(인권재단 이사)하고 같이 맞물려 있는 걸로 돼 있었다. 당론으로 정해져 있다"며 "정해진 당론을 바꾸려하면 원내대표하고 상의를 해야 하는데, 당 대표라고 마음대로 당론을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합의를 해야 된다"고 했다.
다만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특별감찰관 문제 해법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헀다. 앞서 당내 친한계 의원들 10여 명이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특별감찰관 문제를 논의하자'고 추 원내대표를 압박했고, 결국 추 원내대표는 '국감을 마치고 의총을 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국감 다 끝나고 의총을 열겠다고 (의원들에게) 말씀드렸다"고만 확인했다.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다", "기회 되면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답을 피했다. 특별감찰관 문제가 의총에서 표 대결로 갈 수도 있다는 관측에 대해 그는 "의총 진행 등에 관해서는 그것도 다 의원님들의 뜻을 기반으로 해서 움직일 것"이라며 "너무 지레짐작해서 기술적 부분까지 지금 예단하실 필요는 없다"고 했다.
특별감찰관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한 대표의 정체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전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러 방송매체에 전한 입장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헌법적 가치이자 당의 정체성과 직접 연관된 문제"라며 "한 대표가 집권 여당 대표라는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또 정진석 비서실장이 고(故) 이상득 국회부의장 빈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면서,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은 임기 중 가장 많은 일을 가장 왕성하게 해야 하는 시점이다. 집권 여당은 하나된 힘으로 대통령을 도와 정부의 성공을 돕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또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대통령 영부인 공개활동 중단'을 요구했으나, 그로부터 사흘 후인 24일 폴란드 대통령 방한 환영행사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참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MBC 인터뷰에서 "외교관례상 영부인 참석이 반드시 필요한 의전행사"라며 "멀쩡히 있는 영부인을 국내정치적 사유로 외교행사에서 배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친한계에서는 용산과 친윤계의 이같은 언행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윤이 지금은 목소리가 그렇게 큰 상황은 아니다. 지금 이걸 막을 명분이 크지 않다"며 "사실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면 우리도 특별감찰관을 추천하겠다'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지만 민주당이 8년 동안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 안 했지 않느냐"고 했다.
박 의원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권한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서는 "당의 지도자인 두 분이 만나서 문제를 논의해서 잘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 대표 입장에서는 이렇게 가다가는 특검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렇게 극한적인 상황으로 가지 않고 이 정도(특별감찰관 추천)에서 국민 민심을 좀 다독이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기 때문에 추 원내대표가 용산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추 원내대표가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날 용산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은 건 문제 있는 행동이라고 본다. 대통령이 갑자기 연락이 와서 번개로 만나자고 했어도 '대표께서 조금 전에 다녀갔는데 제가 들어가는 건 좀 모양이 안 좋겠습니다'라고 얘기를 했어야 된다"고 주장하며 "거기서부터 오해와 갈등의 씨앗들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특히 용산에서 한 대표의 정체성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서는 "전당대회 때 원희룡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서 '한 대표가 좌파'라는 식의 프레임을 만들어서 공격을 계속했지 않나.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마치 북한 인권 문제를 등한시하는 사람, 우파 정체성이 없는 사람처럼 묘사하려고 하는 의도가 담겼지 않느냐"며 "이렇게 공격을 해서 한 대표의 입지를 보수에서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겠)지만 결국엔 제 살 깎아먹기"라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공보실 공지를 통해 "국민의힘 당 대표를 악의적인 허위사실로 음해하는 소위 '지라시'(받글, ○○프로젝트 운운)들이 조직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이와 같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민형사상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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