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고양이가 사람 아기보다 빠르게 단어를 습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양이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주인의 말과 타인의 말을 구분해 알아듣거나 동거하는 동료 고양이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연구 결과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일본 아자부 대학 다카기 사호(高木佐保) 박사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양이는 인간 영유아보다 단시간에 언어를 학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카기 박사는 "2022년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고양이는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나 동료 고양이의 이름을 학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고 너무 놀랐다. 이는 고양이가 특별한 보상에 의한 훈련을 하지 않아도 인간의 대화를 듣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아자부대 연구팀은 새로운 연구로 고양이가 인간의 말을 배우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는 고양이 카페에서 사는 23마리를 포함한 총 31마리의 고양이를 대상으로 생후 8~14개월의 영유아용으로 개발된 '스위칭 태스크'라는 언어 발달 측정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고양이에게 특정 단어와 그림을 연결하는 '습관화 단계(habituation phase)'와 고양이가 단어를 학습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테스트 단계(test phase)'로 구분해 스위칭 태스크 실험을 진행했다.
습관화 단계에서는 노트북 화면 상의 그림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영상에 맞춰 짝을 이루는 특정 단어를 주인이나 돌보는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줬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가 노트북을 바라보는 시간이 50% 감소할 때까지 최대 8회까지 이어졌다.
짧은 휴식을 가진 후 총 4번의 테스트 단계가 이어졌다. 연구팀은 습관화 단계에서 학습한 그림과 일치하는 단어와 불일치하는 단어를 고양이에게 번갈아 들려주며 반응을 확인했다.
습관화 단계에서 학습한 그림과 단어의 조합과 다른 패턴을 본 고양이는 화면을 보는 시간이 평균 33%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 행동이 단어와 음성의 불일치를 느끼고 당황스러워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카기 박사는 "이는 고양이가 습관화 단계에서 그림과 단어의 연관성을 학습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고양이의 언어 학습 속도를 과거에 진행된 생후 14개월 유아의 언어 발달 실험과 비교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고양이가 인간 영유아 평균보다 빠르게 단어를 학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양이는 그림과 단어의 조합을 불과 평균 9초(그림 노출 2번)에 익히는 반면, 생후 14개월의 유아는 학습에 적어도 20초(그림 노출 4번) 정도 필요했다.
다만, 이번 실험은 동일 조건에서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영유아 실험에서는 화자가 낯선 사람이었으며 단어가 한 음절로 구성된 점 등 고양이 실험과는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다카기 박사는 "고양이는 생각 이상으로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말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이며 우리를 이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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