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北 러 파병, 한반도 격랑 속으로...'우크라 공격용 살상무기 지원' 파장...국민 80% 반대, 野 '신북풍 규탄'

[이슈] 北 러 파병, 한반도 격랑 속으로...'우크라 공격용 살상무기 지원' 파장...국민 80% 반대, 野 '신북풍 규탄'

폴리뉴스 2024-10-25 12:39:49 신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한반도 전세가 격랑에 빠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한반도 전세가 격랑에 빠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진행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빠지고 있다. 북한군의 파병이 2년 반 넘게 우크라전의 수렁에 빠져 있는 러시아를 구하는 동시에 한반도의 군사 균형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첨단 무기를 지원 받는 것도 문제지만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우려할 대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까지 지원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남북의 대리전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북한군의 파병을 한반도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로 규정하고 단계적 대응을 언급하며 공격용 무기 지원을 시사했으며, 같은 날 여당 국회의원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우크라이나와 협력해 북한군을 폭격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에 야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신북풍이라며 정권이 직면한 정치적 위기를 전쟁으로 무마할 속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美, 북한 파병 공식화.. "러-우 전쟁, 남북한 '대리전' 변모 우려"

그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미국이 23일(이하 현지시간) 파병 사실을 공식화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10월 초에서 중반 사이에 최소 3천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군은 러시아 동부에 있는 훈련 시설에서 훈련을 받고 있으며 이후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러한 내용을 우크라이나 정부와 공유했으며 다른 동맹국 및 협력국과 대응 방식 등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군의 파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수일 내로 북한을 겨냥한 중대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처럼 미국도 북한군의 파병을 인정함에 따라 이번 파병이 향후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를 놓고 다양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23일 북한군의 파병은 2년 반 넘게 우크라전의 수렁에 빠져 있는 러시아를 구하는 동시에 한반도의 군사 균형도 바꿔 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즉, 북한이 파병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첨단 무기 지원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레이철 민영 리 선임연구원은 FP에 "무기를 보내는 것과 자국민을 직접 전장에 파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투자이자 약속"이라며 "이는 더 큰 투자이고, 따라서 더 큰 대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리 선임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한반도 주변에서 훨씬 더 호전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이제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이 더 커질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FP는 한국 정부가 북한 병력의 철수를 요구하면서 그동안의 입장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 병사가 포로로 잡힐 경우 우크라이나 심문을 도울 수 있도록 통역관 파견까지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남북한의 '대리전'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적,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군사 균형에 변화를 초래하는 훨씬 더 큰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尹 "북 파병, 한반도와 유럽 넘어 전 세계 안보 위협하는 도발"

정부 "철수 종용 및 추가 파병 억제 위해 공격 무기 지원 언급 필요"

우리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한반도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수 물자 지원뿐만 아니라 방어용 무기, 공격용 살상 무기 지원 카드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가진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 러시아와의 불법 군사협력을 강력한 어조로 규탄했다"며 "대한민국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여하에 따라 단계별로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단계별 조치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방어용 무기와 공격용 무기 지원으로 해석된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2일 "앞으로 단계별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에 공격용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4일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제공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강력한 대응 방침과 조치 의지를 표명하면서 철수를 종용하고 추가 파병을 억제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우리가 뭘 할 것인지는 러시아가 어떻게 나오느냐, 북한이 무엇을 받느냐, 또 북한이 러시아에 어디까지 지원을 하느냐는 모든 세부적인 진전 사항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입장과 달리 국민 대다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갤럽이 지난 22~24일 만 18살 이상 1001명을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응답률 12.4%)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여론을 조사한 결과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13%에 그쳤다.

응답자 80%이상이 군사적 지원이 아닌 비군사적 지원을 해야한다고 응답해 국민 10명 중 8명이 군사적 지원을 반대했다.

'의약품·식량 등 비군사적 지원만 해야 한다'는 응답이 66%로 가장 많았고, '어떤 지원도 하지 말아야 한다'도 16%나 됐다.

윤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인 70대 이상, 대구·경북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70대 이상에서는 비군사적 지원 60%, 지원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이 11%였다. 대구·경북은 각각 61%, 16%로 나타났다.

與 한기호 "북괴군 부대 폭격해야" 국가안보실장 "잘 챙기겠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폭격하자는 제안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군 장성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메시지가 포착됐다. 한 의원은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고 답했다.

이에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한반도 안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며 한 의원에 대한 제명과 신 실장 해임을 촉구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이것을 자국 병사에 대한 선전 포고로 (판단해) 문제 삼으면 남북전이 되고, 한반도에서 상호 보복 전투가 이어지게 되면 안보 위기 사태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도 "국군은 외부의 위협에 대해 국가 영토를 방위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타국까지 가서 폭격을 유도하고 심리전으로 활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별도 성명을 내고 "김건희 여사 이슈를 덮으려고 이제는 '전쟁사주'까지 하는 것인가"라며 "국민의힘은 즉각 전쟁을 조장한 한 의원을 제명하고, 대통령실은 신 실장을 즉각 해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의 전쟁 조장, 신북풍몰이 긴급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의 전쟁 조장, 신북풍몰이 긴급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위험천만한 일" 박찬대 "정권 위기 전쟁으로 무마할 속셈".. 신북풍몰이 규탄

민주당은 다음 날인 25일에도 한기호 의원과 신원식 실장을 제명·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저지르는지 이해하기 참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한반도는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접경지 주민들은 일상의 위협은 물론이고 대남 확성기 소음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가뜩이나 불안한 안보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잠재우기는커녕 장기판의 말을 옮기듯이 가벼운 말로 위기를 부추긴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께서는 신 실장을 즉각 문책하고 국민의힘은 한 의원 제명이라는 강력한 조치에 참여해야 한다"며 "전쟁을 획책할 때가 아니라 경제를 살릴 때"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정권이 직면한 정치적 위기를 전쟁을 일으켜 무마할 속셈인가"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가 러시아 파병을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참관단 파견과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며 "국민 생명을 장기판의 말 취급하는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생즉사 사즉생'을 외치고 우리 정부가 포탄을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러시아와 북한이 급격하게 밀착되는 상황을 낳은 것 아닌가"라며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파병하고 살상 무기를 지원하고 그것도 모자라 한반도를 전쟁터를 만들겠다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인가"라고 쏘아 붙였다.

민주당은 이날 한기호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과 신원식 실장 해임을 촉구하는 한편 "윤석열정권의 전쟁 조장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신북풍몰이 규탄대회도 열었다.

한편 당사자인 한 의원은 전날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한 것에 대해서 단 한마디 얘기도 못하면서 국회의원 개인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악마화 하는 것은 참 가소롭다"며 "우크라이나전에 북한군이 파병됐다는 것을 확실하게 북한 인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고, 그것을 하자는 개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국방위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못하는 민주당 국방위원들이, 국회의원 개인의 텔레그램 대화를 정치적으로 악마화하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민주당 국방위원들이 오늘 주장한 '전쟁사주', '국민을 전쟁터로 내모는', '군 장병들을 보내고자 하는 것', '이역만리 전장에 개입하려는 것' 따위의 내용들은, 모두 김정은 정권을 향해 해야할 말들 아니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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