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력 선물 거래 급증…전기 요금 변동성 헤지 수요 증가

사진=뉴시스 제공.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상기후로 인한 전기 요금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력 선물 거래의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전력 선물 시장의 급성장 배경을 분석하며,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 특히 활발한 전력 선물 거래는 에너지 시장 자유화가 진행된 2000년대 이후 본격화됐다. 가장 큰 시장인 독일은 전력 선물 거래 규모가 현물 거래를 훨씬 웃돌고 있다.

유럽에너지거래소(EX)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독일의 전력 선물 거래량은 약 415만 기가와트시(GWh)로, 연율 환산 시 전년 동기 대비 5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장은 올해에도 안정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력 선물 거래의 성장은 불안정한 전기 요금 환경이 주요 원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의 불안정으로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커졌으며, 이상기후로 인한 에너지 수급의 불확실성 또한 요금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전력 가격을 고정할 수 있는 선물 거래를 통한 리스크 헤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전력 선물 거래는 아직 규모가 작지만, 증가 속도는 독일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EX와 도쿄상품거래소(TOCOM)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의 전력 선물 거래량은 약 5만 기가와트시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8배에 달한다. 특히, 9월 한 달간의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7배 증가한 약 7500기가와트시에 달해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대형 전력회사들은 그동안 도매 시장을 통해 현물 전력을 조달하는 방식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현물 전력 가격의 변동에 매우 취약했다. 그러나 최근 선물 거래를 통해 가격 변동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시장 참여자도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전력 시장의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전력 선물 시장의 성장은 대형 거래자의 참여 증가와도 맞물려 있다. EX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월간 거래량이 100기가와트를 넘는 대기업의 수는 25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배 증가했다. 또한, 거래량이 500기가와트를 넘는 기업도 지난해까지는 없었으나, 올해에는 9개로 늘어났다. 이는 전력 선물 거래의 확대가 단순한 소규모 거래를 넘어서,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TOCOM의 거래 규모는 EX보다 작지만, 주로 지방 전력회사들이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야마나시현의 한 전력회사는 전력 피크 때 구매 수요의 80%를 TOCOM을 통해 헤지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지방 전력회사들의 참여 역시 전력 선물 시장의 다양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력 선물이 널리 사용되면서 고정 전기 요금 메뉴가 보편화됐고, 일본 역시 이러한 선물 거래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른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상기후로 인한 전력 요금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전력 선물 시장의 거래 규모는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차승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