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식민화와 탈식민화

우주의 식민화와 탈식민화

프레시안 2024-10-25 09:57:38 신고

3줄요약

영화 승리호(2021)는 거대 자본을 거머쥔 우주 자본가와 우주쓰레기를 청소하는 청소부들 사이의 투쟁을 다룬 공상과학 스릴러다. 영화 속 우주자본가는 우주를 자신의 식민지로 만들면서 우주의 경제활동 뿐만 아니라 정치적 권리, 그리고 군대까지 독점한다. 그야말로 신이 되고자 하는 그는 지구환경을 파괴해가며 우주의 식민지화를 이루어 낸다. 어떤 저널리스트가 그에게 "당신의 기업이 지구의 돈과 인력을 가져가며 방사성 우주쓰레기를 지구에 투척하면서 환경을 더 파괴하고 있다. 당신이 지구의 멸망을 부추기고 있다"라면서 도전하자 그는 그 저널리스트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자신의 욕망을 환경주의적, 인도주의적 의도로 포장해온 자본가의 의도를 깨달은 우주청소부들이 이에 대해 저항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소수를 위한, 소수에 의한 우주식민지 개발은 전지구인이나 지구 환경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남긴다.

이제 우주의 식민화는 공상과학만의 현실이 아니다. 현재 많은 기업과 국가들이 "우주의 식민화 (space colonization)" 라는 언어를 사용하며 우주의 개발과 군사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은 우주를 "마지막 미개척지 (final frontier)"라 부른다. 식민지를 개척하겠다는 말은 과거 서구 제국주의와의 연관성 때문에 지구에서는 탈식민화 운동과 정치적 올바름으로 인해 사용이 저지당하는 언어가 되었지만, 우주에서는 자본가들과 국가가 아직까지도 공공연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우주가 새로운 식민화와 지배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일론 머스크가 향후 20년 내로 자신의 기업 스페이스 X 를 통해 화성에 도시를 새우고 화성을 100만명이 거주하는 식민지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스페이스 X의 연구자들은 화성에서 어떻게 인류가 살아남고 번식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토론을 하고 있다. 머스크는 인류를 대신할 새로운 종을 개발하겠다고도 주장해왔다. 2018년에 스페이스 X는 콜로라도 대학 연구자들과 함께 어떻게 화성의 얼음을 이용해 물을 만들어낼 것이며, 화성 어디에 식민지를 세우는게 좋을지에 대한 비밀 토론을 했다고 타임즈지가 밝혔다.

자본가들이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식민지는 정복자사회를 위해 여러가지 기능을 한다. 자원을 값싼 가격에 착취하는 공간으로 서의 역할과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공간, 군수물자를 생산하고 팔아 넘길 수 있는 곳과 같은 물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새로운 공간에 대한 환상을 통해 지배자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자본과 의식의 팽창을 가능하게 하는 상상의 공간 같은 역할도 수행한다. 이렇듯 다양한 이득이 된다는 이유 때문에 서구열강들은 15세기 이후 탐험이라는 이름으로 인종이 다른 사람들을 노예화하고,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아가고 노동을 착취하며 식민지 제국주의를 해왔다. 우주를 식민지화 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와 비슷하게 지구의 규제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 값비싼 우주광물을 착취하거나 독점하고, 지구의 노동권이나 인권이 보장이 되지 않는 우주에서 노동력을 착취하며 그야말로 자본의 무법지로서 모든 것이 가능하고 모든 것이 상상가능한 우주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부터 우주의 상업화와 식민지화를 계획해온 "Mars Society"의 대표이자 일론 머스크와 20년 이상 알고 지내온 로버트 주브린 (Robert Zubrin)이 있다. 그는 "화성만이 진정한 우주 문명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북미대륙이 영국과 서인도제도에 그러했던 것처럼, 화성은 지구를 위해 소행성대에서 광물추출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 주장했다. 이들은 우주야 말로 국가나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미개척지이며 우주의 광활한 스케일로 인해 무한한 자본과 시장의 팽창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주의 식민지화는 새로운 정치경제적 발상이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해온 학자들이 있다. 정치학자 알리나 우트라타 (Alina Utrata) 는 2023년에 발표한 논문 "실리콘 밸리에서 우주와 식민지를 엔지니어 하다 (Engineering Territory Space and Colonies in Silicon Valley)"라는 글에서 우주자본가들은 국가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 신자유주의를 우주에서 해내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들은 서구 제국주의의 역사를 답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구 제국주의야말로 국가와 기업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서인도회사, 동인도회사이다. 서구 열강은 이 기업들이 기업활동을 자유롭게 하게 해주겠다며 식민지의 군사적 점령을 하고 침략을 하며 기업이 식민지의 자원과 땅을 이용할 법적, 정치적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우트라타는 우주 식민지화에 있어서도 자본가들이 서구 국가들의 군사적, 법적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어 인류학자 윌리엄 렘퍼트 (William Lempert)는 서구열강이 테라 눌리우스 (Terra Nullius) 라는 법적 조항을 이용하여 식민지를 강탈했으며, 이 논리를 우주에서도 똑같이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라 눌리우스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땅" 이라는 고대 로마법으로, 서구열강의 식민지지배를 정당하는데 사용되었다. 원주민들과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고 있던 공간을, 개발되거나 사유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민지화 하는데 사용되었다. 자본가들이 이 논리를 이용하여, 우주공간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땅"이기 때문에, 힘과 자본의 논리에 따라 땅 따먹기를 해도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탈식민주의와 반식민주의적 활동가들과 학자들은 이러한 논리에 반박하여 우주에 아무도 살지 않기 때문에 정복하고 식민지화 할 수 있다는 발상이야 말로 제국주의적, 군사주의적, 그리고 폭력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사유화된 공간이 아니라 해서 마음대로 사유화 해도 된다는 논리와, 인간이 없는 공간이라 해서 마음대로 인간이 들어갈 수 있다는 논리를 반박하는 것이다. 우주에 인간이 없거나 "지적인" 생명체가 없다 하더라도 우주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일 수 있고, 살아있는 유기체 생물이나 "지적인" 생명체가 살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인간의 기준으로 "불모지"나 "아무것도 없는 곳" 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적 생명체" 라는 것도 인종 차별 주의적이고 성 차별 주의적인 기준에서 만들어진, 장애가 없는 서양 남성 중심적인 기준이라는 것도 지적한다.

미국 Ojibwe 원주민이자 지리학자인 디온드레 스마일즈 (Deondre Smiles) 는 식민지담론을 통해 거대자본과 서양 국가들이 우주에서의 정착시민주의적 논리 (Settler Logics of Outer Space)를 만들어간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항하여, 원주민들과 우주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도 있다고 말한다. 전세계의 다양한 원주민들은 우주공간의 달이나 행성들에게 인격을 부여하며 존중하거나 숭배해왔다. 우주공간을 정복과 착취의 대상으로 볼 것만이 아니라 인격을 가진 존재로서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주민들은 우주의 달과 별과의 관계를 통해 스토리텔링, 정책, 윤리적 원칙들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관계들을 통해 우주 정책을 만들어간다면 어떨까. 끊임없는 정복과 자본의 팽창, 군사화와는 다른 대안적인 우주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 로우 코르넘 (Lou Cornum)는 2015년 글에서 "우주의 광활하고 끝없다는 가능성 때문에, 흑인과 원주민 등 억압받는 사람들이 식민주의의 시각을 극복하고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고 했다. 우주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우주 자본가들과 식민주의적, 남성적 권력과 주류 공상과학에만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원주민 퓨처리즘 (indigenous futurism), 아프로퓨처리즘 (Afrofuturism), 크립 퓨처리즘 (crip futurism), 퀴어 퓨처리즘 (queer futurism) 등의 문화운동을 만들어냈다. 역사적으로 억압받아온 다양한 이들이 우주 공간을 통해 새로운 상상을 하고, 인류 역사에서 받아온 차별과 억압, 폭력과 위계질서를 극복하는 장소로서의 우주의 가능성을 공상과학, 사회과학, 사회운동, 예술활동, 교육활동을 통해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난주, 우주군사화에 문제의식을 가진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대전에서 2박3일동안 '우주산업과 우주 군사화에 관한 전국 토론회'를 통해 우주 군사화와 삶의 식민화에 대한 심화된 이야기를 나눴다. 우주 군사화에 대한 첫 전국 토론회였던 만큼, 앞으로 계속 이러한 활동을 통해 우주 군사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연재기사는 우주 군사화와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 지역과 공동체의 식민화, 그리고 군산복합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우주의 군사화와 식민지화는 제국주의와 식민지배로 만들어진 인류 근현대역사의 연장선에 있다는 역사인식을 통해 아무렇지 않게 우주에서 계속 사용되어지고 있는 식민지 담론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안적인 상상을 위해 탈식민화를 꿈꾸는 억압받아온 자들의 문제의식과 감수성, 상상력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글쓴이 해서(Hae-Seo Kim)는 문화인류학 박사 과정 학생입니다.

도움 받은 자료

Lempert, William. 2021. "From interstellar imperialism to celestial wayfinding: prime directives and colonial time-knots in SETI." American Indian Culture and Research Journal 45 (1): 45-70.

Utrata, Alina. 2023. "Engineering Territory: Space and Colonies in Silicon Valley."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118(3): 109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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