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대회 공지가 뜨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메인 재료가 뭔지, 이걸 어떻게 만들어야 홍보가 될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한 시간짜리 요리경연 과정에서 다 완성시킬 수 있을 지 등을 고민하는 거지요.
지난 여름에 참가했던 이천 쌀 요리대회 역시 그런 과정을 거칩니다.
누구나 생각했을법한 쌀 요리는 이미 이전 대회에서 출품된 경우가 많은지라 뭔가 새로운 시도를 궁리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쌀로 밥을 짓고, 펼쳐서 오븐에 구워 누룽지를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만든 누룽지는 기름에 튀겨줍니다.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원래는 요리 과정을 단축시키려고 생쌀을 튀겨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누룽지를 튀기는 것이 훨씬 더 맛과 식감이 좋더군요.
누룽지를 부숴서 씨리얼을 만들고, 말린 망고와 아몬드 슬라이스, 마쉬멜로우, 민트, 버터, 초콜릿을 늘어놓으면 준비 완료입니다.
이번에 만드는 음식은 민트초코김밥!
이름만 들으면 기차 타고 쫓아오는 고양이 톰을 본 해리포터와 론 마냥 비명을 지를 법한 음식입니다.
역시 제목을 잘 지어야 어그로가 끌리는 법이거든요.
버터를 두른 냄비에 마쉬멜로우를 녹이고 누룽지 튀김을 섞어 넣습니다.
미국에서는 '라이스 크리스피'라고 해서 많이들 만들어 먹는 간식이고, 심지어 켈로그에서 만든 라이스 크리스피 제품은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바삭한 쌀강정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여기에 마쉬멜로우를 곁들인.
라이스 크리스피를 버터 바른 실리콘 페이퍼 위에 펼칩니다. 그리고 말린 망고, 아몬드 슬라이스, 민트를 깔고 김밥 말듯 말아줍니다.
계획 단계에서 시행착오가 가장 많이 나왔던 부분인데, 일단 라이스 크리스피가 너무 굳으면 딱딱해서 안 말리고 너무 부드러울 때 말면 옆구리가 터집니다.
종이 호일을 깔았다가 다 들러붙는 바람에 실리콘 페이퍼에 버터 바르고 만들기 시작했고, 그냥 라이스 크리스피를 펴바르다가 나중에는 사각 무스링에 발라서 모양을 잡는 노하우도 익혔지요.
심지어는 속재료의 양도 몇 번에 걸쳐 수정해가며 레시피를 바꿨습니다.
둘둘 말은 라이스 크리스피가 식으면 녹인 초콜릿을 붓으로 발라줍니다.
초콜릿이 굳은 다음 식칼로 썰면 민초김밥 완성!
그 흉악한 이름과는 다르게 실제 먹어보면 맛있습니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로틴바의 고급 버전이랄까요.
초콜릿과 라이스 크리스피를 먹으면 안쪽에서 달콤쫄깃한 망고, 고소한 아몬드가 튀어나옵니다.
민트는 호불호가 꽤나 갈리는지라 양을 좀 줄여서 넣었기 때문인지 의외로 그렇게 강한 존재감은 없습니다.
딱 한 입 크기로 만들어서 먹기도 좋고, 민초김밥이라는 이름에 걱정하다가 정작 맛은 괜찮으니 그 갭에서 나오는 매력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회 당일 셋팅. '민트가 너무 많은 거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아래 얼음물을 채워 놓은거라 실제로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한 시간 내로 요리를 마쳐야 하는지라 밥하고 누룽지 구울 시간은 없기 때문에 누룽지를 만들어 오는 것 까지는 사전 처리로 인정받았습니다.
라이스 크리스피 만들어서 김밥 한 줄 싸기만 하면 되는건데 시간이 정신없이 흐르네요.
그래서 중간 과정 사진은 없습니당.
최종 제출한 결과물. 그리고 이걸로 대회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습니다 ㅋㅋ
요리학과를 전공했는데 정작 대회 출품작은 제과제빵학과에서나 만들법한 디저트류인게 좀 아이러니 합니다.
그래도 기획에서부터 대회 참가, 그리고 최종 결과까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경험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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