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신현수 기자] 국내외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를 인식한 무신사, 컬리, 아성다이소(이하 다이소), 편의점 그리고 하이트진로까지 유통업계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해 K-뷰티 사업전에 참가했다.
이들은 전통채널(로드숍·백화점·홈쇼핑)이 아닌, 옴니채널(온·오프라인)로 K-뷰티 시장에 급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기존 국내 뷰티 유통 시장에서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
◇'뷰티 공룡' 올리브영, 나홀로 생존 비결은
1999년 국내 최초 한국형 드럭스토어로 출범한 올리브영은 H&B(헬스앤뷰티) 사업에 주력했다.
올리브영은 오랜 기간 쌓아온 데이터베이스로 뷰티 시장 흐름 및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과거 GS리테일 '랄라블라'와 롯데쇼핑 '롭스'를 제치고 멀티브랜드숍 강자로 자리잡았다.
올리브영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가성비 전략 ▲점포 확대 ▲직영점 위주 사업 ▲PB상품 출시 ▲다양한 제품군 구축 등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은 각종 이벤트와 세일(올영세일·올영데이) 등을 열면서 옴니채널(온·오프라인)을 통한 판매 전략을 수립해왔다.
이벤트는 하루 한정 프로모션 이벤트 '오특'(오늘의 특가), 신상품 리뷰 작성 이벤트 '올영체험단' 등 있다. 세일은 '올영세일'과 '올영데이'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잦은 행사와 활발한 마케팅을 해온 올리브영은 여러 인디브랜드들을 적극 유치했고, 입점한 인디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올리브영은 뷰티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3조868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3조원대로 올라온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K-뷰티 사업전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리브영은 마케팅 활동을 더욱 강화 중이다.
올리브영은 23일 서울 용산구 소재 본사에 '올영라이브' 전용 스튜디오를 오픈하며 라이브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올영라이브는 올리브영이 2019년 10월부터 선보인 자체 모바일 생방송 플랫폼으로, 올해 상반기 올영라이브 시청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42%, 주문액은 33% 증가했다.
◇무신사 vs 컬리, 뷰티페스타 개최로 입지 확보
이커머스 기업 무신사와 컬리는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각각 2020년, 2022년 뷰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타깃을 잡으면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뷰티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무신사는 뷰티 사업을 전개한 지 1년 만에 인앱서비스로 보다 전문화된 기능을 구현한 '무신사 뷰티 전문관'을 론칭했다. 지난해에는 무신사 앱 홈 화면에서 바로 클릭할 수 있는 '뷰티판'을 오픈하는 등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앞서 무신사는 신규 패션 브랜드들의 성장과 함께 외형을 확장해왔다. 2030세대 남녀를 타깃으로 삼아 패션 사업에 주력하다가 뷰티판 페이지를 오픈하면서 뷰티 브랜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무신사가 뷰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패션과 뷰티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밀접한 영역이라는 데 있다.
지난 9월 서울 성동구에서 첫 오프라인 뷰티페스타를 연 무신사는 행사 기간(3일) 동안 총 1만1000명 이상 고객을 맞이했다. 뷰티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여성 고객을 비롯해 맨즈 뷰티를 찾는 남성 고객도 많았다.
무신사는 온라인 위주로 전개하던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해 큰 성과를 이뤘고, 신진 인디브랜드들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3일 기준 무신사 뷰티 입점 브랜드는 1700여개로, 2021년 11월(800개)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무신사는 패션시장에서 쌓은 브랜딩과 마케팅 노하우를 기반으로 자사브랜드(PB)와 신생브랜드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무신사 뷰티가 주목받고 있고 성과도 좋다고는 하지만, 무신사는 뷰티 사업 관련 구체적인 사업 성과를 공개하고 있진 않다. 따라서 무신사 뷰티가 전체 매출에 어느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가치 3조원 이상을 인정받은 무신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9931억원을 달성하며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컬리는 불과 2년 전만해도 농산물 도·소매업을 기반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영위했다. 그러다 2022년 '마켓컬리'에 이은 '뷰티컬리'를 론칭하면서 화장품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기 시작했다.
컬리는 먹는 것도 품질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화장품처럼 바르는 상품도 같은 품질의 영역이라 뷰티 카테고리와 잘 맞았다는 설명이다. 뷰티컬리는 론칭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약 500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마켓컬리라는 식품 사업을 영위하던 컬리가 뷰티 사업에 뛰어든 만큼, 기존 구매력 있는 3040세대 고객들이 뷰티컬리에도 관심을 보였다.
컬리는 무신사보다 조금 늦게 뷰티컬리를 전개했으나, 무신사와는 또다른 전략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컬리는 이달 서울 동대문구 DDP에서 첫 오프라인 뷰티페스타를 열었다. 2만여명 고객이 몰려 성료했다. 현재 뷰티컬리 입점 브랜드 수는 1000여개로, 지난해 대비 약 120여개 브랜드가 신규 입점했다.
뷰티컬리는 특히 백화점 1층에 있는 브랜드를 들여와 화제를 모았다. 굳이 밖을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편하게 고급 뷰티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현재 뷰티컬리 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상품들은 설화수, 에스티로더, 헤라, 랑콤 등 프리미엄 브랜드다. 뷰티컬리 입점 브랜드 가운데 30%가 백화점 브랜드로, 럭셔리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뷰티컬리는 이번 컬리뷰티페스타에서도 이 같은 브랜드들을 '프레스티지관'에서 선보였다. 무신사가 신진 중저가 브랜드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컬리는 럭셔리 브랜드 영입에 더 힘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뷰티컬리 월간 매출액은 국내 상위권 백화점 뷰티 코너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로 뷰티컬리 평균 객단가는 마켓컬리에 비해 약 3배가량 높다. 지난해 컬리는 역대 최대 매출 2조774억원을 달성했다.
◇다이소 vs 편의점, '저가' 공세
'가성비' 쇼핑을 할 수 있는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와 생활필수품 소매점 편의점까지 최근 뷰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저용량, 저가 화장품을 중심으로 상품 구성에 나선 모습이다.
다이소는 2021년 10월부터 뷰티 시장에 진출하며 뷰티 품목을 확장해왔다. 4개 브랜드로 시작한 다이소 뷰티코너는 올해 7월 기준 47개 브랜드로 늘었다.
지난해 연매출 3조원 기업으로 우뚝 선 다이소는 주요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뷰티코너를 채우고 있다. 최근에는 고가 브랜드를 다루고 있는 화장품 대기업들도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입점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신규 스킨케어 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를 론칭하고 다이소에 입점했다. 해당 브랜드는 아모레퍼시픽이 다이소에 입점하기 위해 선보인 저가브랜드다.
앞서 LG생활건강도 지난 4월 다이소 전용 브랜드 '퓨어더마'를 선보였고 7월에는 케어존을 론칭했다.
다이소 모든 제품이 그렇듯 뷰티 제품 또한 가격 5000원을 초과하지 않는다. 다이소는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다이소 뷰티가 큰 관심을 받았던 데는 지난해 입점한 VT(브이티)코스메틱 리들샷이 '품절 대란'까지 나면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이에 다이소 온라인몰 사업도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리들샷 품절 대란 이후 해당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다이소몰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고 한다.
다이소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넘겼다. 역대 최대 매출 3조4605억원을 기록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편의점 역시 이를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도 뷰티 카테고리를 집어넣었다.
K-뷰티와 함께 K-푸드가 대세인 지금, 국내 편의점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상황이다. 편의점을 찾는 외국인들이 식품 외에도 화장품을 본다면 브랜드 인지도가 강화할 수 있다. 동시에 편의점 매출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편의점은 다이소와 같이 '가성비'를 강조해 저가의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CU는 화장품 브랜드 엔젤루카와 손잡고 콜라겐 랩핑 물광팩, 순수 비타민C 세럼, 글루타치온 수분크림 3종을 출시했다. 가격은 모두 3000원으로, 용량은 본품 대비 3분의 1 이상 줄였다.
GS25는 지난달 스킨케어 브랜드 듀이트리, 메디힐과 협업한 제품을 내놨다. 이달 초에는 기초화장품 브랜드 아크네스의 올인원 로션을 9000원대에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최초로 마녀공장 제품을 들였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차세대 가맹 모델 점포인 '세븐일레븐 뉴웨이브 오리진점'을 개점해 식품, 패션, 뷰티 카테고리 등을 선보였다.
이마트24는 브랜드 플루와 손잡고 편의점 전용 화장품 3종을 출시했다. 또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VT코스메틱 리들샷과 비슷한 미세침 에센스인 시카부스터 에센스100을 편의점 업계 단독으로 들여왔다.
이처럼 편의점 또한 뷰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들의 연령대가 낮은 점을 고려해 저가 화장품을 유치하는 흐름세다.
◇하이트진로, 그룹 차원서 화장품 진출
하이트진로음료는 이달 21일 출자를 통해 '티피-에스비피 뷰티 제1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지분 57%를 확보했다. 또 다른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사모펀드 SKS PE(프라이빗에쿼티)가 보유한 국내 화장품 ODM 업체 비앤비코리아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주류와 뷰티의 관련성은 앞선 기업들에 비해 살짝 떨어지지만, 최근 주류 부문 성장이 주춤하자 그룹 차원에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화장품 ODM 분야에 뛰어든 모습이다.
하이트진로그룹은 R&D 역량을 갖춘 화장품 ODM 업체 비앤비코리아를 통해 해외 뷰티 시장을 적극 공략할 전망이다.
한편 비앤비코리아는 2011년 설립 이후 매년 호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비앤비코리아 매출과 영업이이익은 442억원, 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3%, 52.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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