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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군을 지원할 병력을 파견했다는 보도를 부인하지 않고 “북한과 무엇을 할 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이 전선에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다.
◇푸틴, 北파병 첫 언급…“北과 협력 중”
타스, AF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정황을 보여주는 위성 이미지에 대해 묻자 “사진은 진지한 것이고, 만약 사진들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무언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과 관련돼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이날 오전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을 비준했고 이 조약에는 상호 군사원조 관련 조항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 조항의 틀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지도부가 이 합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절대로 의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우리의 북한 친구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의 러시아 배치가 군사적인 확전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확대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인들이 분쟁에 직접 관여하고 있으며 위기를 확대시킨 것은 서방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 보도를 “가짜 뉴스”, “허위 정보”라고 일축해왔다. 그러나 한국 국가정보원과 우크라이나가 계속해서 증거를 제시하고 미국 역시 이 사실을 확인하면서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이날 러시아에서 훈련받은 북한군 첫 병력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기습 진격에 나서 일부 영토를 점령한 뒤 현재까지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또 장성 3명과 장교 500명을 포함해 약 1만 200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교도통신 역시 북한군 병사 약 2000명이 러시아 내 훈련을 마치고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서부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 국방부는 “북한군이 정확히 무엇을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접촉하고 있으며, 이 과정이 어떻게 발전될 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현실에 기반한 평화협정만 받아들여”
푸틴 대통령은 전쟁이 끝내기 위해 무엇을 고려할 준비가 돼 있냐는 질문에는 “현장의 현실에 기반해 평화협정에 대한 모든 옵션을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 그 외 다른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는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을 장악했으며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포함한 석탄-철강 지대인 돈바스의 약 80%, 자포로지아와 헤르손 지역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그는 진심으로 말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누가 말했는지에 관계없이 그런 발언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당신을 때리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그런 대화를 한 기억이 없다”며 부인했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선출된 후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와 정상적 관계를 구축할 의향이 있다면 우리도 화답하겠지만,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며 “이는 미래 미 정부에 달렸다‘고 밝혔다.
켄 매캘럼 국내정보국(MI5) 국장이 러시아가 영국과 유럽 거리에서 혼란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완전히 쓰레기”라며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러시아가 의장국으로서 주재한 브릭스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자평했다.
서방의 금융·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서방 주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와 별도로 브릭스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SWIFT의 대안을 만든 적도 없고 만들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결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브릭스 국가들이 자국통화 사용과 각국의 자체 결제 시스템 사용을 확대할 방침이며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브릭스가 확장을 위해 ‘브릭스 파트너 국가’라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미래의 파트너 국가들에 초대장과 제안서를 보낼 것이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으면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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