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 비준 늦추지 않을것"…러 전문가들 "파병설 근거없어" 주장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긴장이 첨예해진 가운데 러시아가 북러 관계를 사실상 군사동맹으로 끌어올리는 조약 비준의 첫 단추를 끼웠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24일(현지시간)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을 만장일치로 비준하면서다. 이제 북러조약 비준안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지난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체결한 이 조약은 쌍방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조항은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러시아법에 준해' 군사원조 제공을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최근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지원할 병력을 파병했다는 보도와 관련, 북한군의 파병이 이 조항에 근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를 위해 싸우면 북러는 '혈맹'으로 묶일 수 있으며 러시아가 그 대가로 북한에 주요 군사 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북한은 언제 조약을 비준하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에서도 특별히 늦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조만간 양측이 비준서를 교환해 조약을 발효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군 파병은 우크라이나와 한국 당국,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증거'로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러시아는 '허위 정보'나 우크라이나의 선전이라고 일축한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루덴코 차관은 이날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이 확인되면 군사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이 나왔다는 말에 "한반도 긴장을 더욱 높이는 도발적인 발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전문가들도 북한군 파병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하면서 이번 조약이 북러의 안보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군사분석가 이고르 코로트첸코는 타스 통신에 "이 조약은 안보·국방 분야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상호 의무를 정의한 중요한 문서"라며 "획기적이며 북러의 국방·안보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북한군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미 국방부는 북한군이 그곳에 있다고 말하려면 그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의 한국학자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매체 차르그라드에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특별군사작전은 전쟁이 아니다"라며 조약에 '전쟁상태에 처하면'이라는 조건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북한군 파병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가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파병과 북러 조약이 중국과 북한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러시아 정치분석가 마라트 바시로프는 차르그라드에 "북한은 중국에 매우 의존한다"며 이번 조약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체결됐을 것으로 봤다.
반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중국은 북한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에 짜증 났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반대의 시각을 보였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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