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질의응답 도중 얼굴이 벌게졌다.
목소리도 커지고 말도 빨라졌다. 순간 발끈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이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언급된 제시 마쉬 캐나다 감독과 협상을 언급하자 정 회장은 목소리를 키워 응수했다.
왜 마쉬 감독을 데려오지 못했는지 추궁당하자 정 회장은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국내법상 국내 거주 여건이, (일수가) 180일이 넘을 경우 (수입의) 50%를, 그 이하면 22%를 세금으로 내게 돼 있었다. 그분께서 세금 문제 때문에 검토해봐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마쉬 감독은 정해성 전 위원장 체제의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으로 한국 축구의 경기력을 끌어올릴 적임자로 본 지도자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마쉬 감독과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대한축구협회를 뒤로 한 마쉬 감독은 캐나다축구협회의 제안을 받아 캐나다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어렵게 뜻을 모아 마쉬 감독을 적임자로 낙점했던 전력강화위원회는 다시 후보를 검토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 끝에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지난 7월 새 사령탑으로 골랐다.
정 회장은 마쉬 감독과 협상이 결렬된 건 축구협회의 탓이 아니라는 취지로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장은 "우리가 세금까지 다 내준다고 했다. 예를 들어 (처음 제안한 연봉이) 100만 달러라면 (세금까지 더해 내야 할 돈인) 200만 달러까지 다 주겠다고 했는데, 그분의 가장 큰 걸림돌은 거주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의 협상 태도, 전략, 역량이 부족해 마쉬 감독을 놓쳤다는 지적에 적극 반박했다.
"(협상 과정이 미진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는 정 회장은 강 의원이 다른 주제로 질의를 이어가자 중간에 말을 자르더니 "마쉬 감독에 대해서 꼭 설명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전재수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관련해 설명할 시간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마이크를 놓고 강 의원의 질의를 다시 들었다.
정 회장이 이 같은 발언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건 마쉬 감독 측의 '편지'였다.
정 회장은 "마쉬 감독과 협상을 마치면서 거주 조건과 세금 문제로 한국 국가대표팀은 관두겠다는 편지가 왔다. 그게 우리가 주장한 게 아니라 그분이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이 이 편지의 사본 등을 의원실로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정 회장은 "검토해서 문제가 없다면 보내드리겠다"고 답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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