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와 대등한 예산편성·정책협의…대규모 투자유치도 스스로 결정
"일자리·의료 등 서울 의존 벗어나야"…서울 '메가시티' 등에도 영향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약 5개월간 논의해 온 'TK행정통합'이 '대구경북특별시'라는 이름으로 닻을 올리게 됐다.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지난 21일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고, 수도인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의 대구·경북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2026년 7월 출범하기로 뜻을 모았다.
공동 합의문은 대구경북특별시에 경제·산업 육성, 균형발전, 광역 행정 등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 및 총괄·조정·집행 기능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24일 행정학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두 번째 '특별시' 출범이 단순한 덩치 키우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내실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10년 창원시와 마산시, 진해시가 합쳐서 창원시로, 2014년 청주시와 청원군이 합쳐서 청주시가 된 경우가 있으나 모두 기초지자체 간 통합이었다.
광역자치단체 간 첫 통합 시도인 '대구경북특별시'는 이보다 해결할 과제가 많을뿐더러 다른 지역에 대한 파급 효과도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차관급으로 인정받는 광역시장과 도지사와 달리 특별시장은 장관급과 견주는 위치에 있다"며 "이는 특별시가 된다면 중앙부처와 대등한 눈높이에서 예산 편성이나 투자 유치 등 각종 정책을 협의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대구경북특별시를 '덩치 큰 어른 아이'로 만들지 않으려면, 관건은 중앙정부로부터 얼마만큼 권력을 이양받을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가령 지역 내 산업단지나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기로 했다면, 지금은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행안부 등의 승인을 받고 통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 교수는 "지역 내 해외기업 유치 등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지역 스스로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며 "그런다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지역 청년들도 붙들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이 수십년간 유지해온 지역행정체제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방자치법은 특별시의 관할 구역엔 자치구만 둘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대구경북의 통합으로 인해 개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대구경북 통합 이후에도 경북 관할 시군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며 "관련 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합의 내용이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특별법을 제정하는 동시에 지방자치법도 개정할 예정"이라며 "이후 (출범 예정일인 2026년 7월까지) 남은 1년 동안 모든 준비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또 "앞서 경기 김포시를 서울 김포구로 편입하려 했던 서울의 '메가시티' 정책에도 영향이 있으리라 본다"고 예측했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 등은 김포시를 경기도 관할구역에서 제외하고 서울시에 김포구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긴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구경북통합의 성패가 '자생력'에 달렸다는 의견도 있다.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통합 지역 주민이 일자리, 문화, 의료,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서울에 기대지 않고, 지자체의 거점 도시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라며 "특히 최상위 거점 도시인 대구가 그 기능을 못 한다면 대구경북특별시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통합 이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지역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지만, 기계적인 지역 균형 발전은 불가능하다"며 "거점 도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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