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에 유연한 규제 필요…사업·활동에 변협 검증 불가피"
법무부는 변호사들 징계 취소…법원 "공정위 제재 근거 될 수 없어"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온라인 법률 플랫폼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들을 징계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제재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무부가 지난해 징계받은 변호사들의 이의 신청으로 징계 처분을 취소한 결정과는 외견상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세부적인 쟁점에는 차이가 있는 별개의 결론이다.
서울고법 행정3부(정준영 김형진 박영욱 부장판사)는 24일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시정명령 통지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변협은 변호사법에 근거해 변호사 광고 관련 규정을 제·개정하고, 변호사들에 대해 광고규정 위반 여부가 문제 되는 온라인 법률 플랫폼에서 탈퇴할 것을 요청한 후 징계절차에 들어갔다"며 "변협이 플랫폼 자체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할 방법이 없었던 이상, 이는 변호사법에 따른 합리적 근거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변호사 직무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있고, 리걸테크(법률과 기술의 결합으로 새롭게 탄생한 서비스) 등 현실의 변화에 대응해 탄력적이고 유연한 규제가 요구된다"며 "법상 금지되는 변호사 광고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변협에 상당한 재량이 부여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들이 리걸테크를 이용하는 경우 그 사업 내용이나 활동에 대한 변협의 적정한 검토·심사 등 검증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변회는 판결 후 입장문을 내고 "(온라인 법률 플랫폼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면서 규제에 나설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 법무부 등과 변호사 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합리적으로 리걸테크 업체들을 통제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변협은 2021년 변호사들이 온라인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면 징계하도록 규정을 개정했고, 이듬해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게 회칙 위반을 이유로 최대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를 했다. 서울변회도 회원들에게 로톡 탈퇴를 요구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변협의 징계가 변호사들의 사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며 변협과 서울변회에 각각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두 단체는 같은 해 5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취소 소송을 내고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해 5월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공정위 처분은 사실상 1심 성격을 지닌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하면 3심제인 일반 소송과 달리 2심제(고등법원→대법원)를 거친다.
한편, 로톡 이용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변호사들은 변협 결정에 불복해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했고,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9월 변협의 징계 처분을 취소했다.
법무부는 변호사들에 대한 변협의 제재를 취소했고, 법원은 변협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일견 법무부와 법원의 판단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두 처분의 세부 내용과 맥락은 다르다는 것이 변협과 서울변회 측의 설명이다.
당시 법무부 징계위 심리의 쟁점은 변호사들이 2021년 5월 개정된 변협의 광고규정을 위반했는지, 징계의 수위는 적정했는지였다.
징계위는 로톡의 운영 방식이 변협의 광고규정에 일부 위반된다고 판단했지만, 징계 대상 변호사가 이를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혐의없음'으로 판단해 징계를 취소했다.
법무부의 징계 취소는 이의신청을 제기한 123명의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가 과하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이지만, 변협의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건 아니다.
재판부 역시 법무부의 징계 취소 결정이 공정위 처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변협이 소속 변호사의 사업내용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려는 의도를 명확하게 갖고 있었다거나 절차적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사정이 없는 이상, 공정위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법무부 징계위의 결정 등을 근거로 변호사에 대한 감독 및 징계 결정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juhong@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