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 7조300억원, 영업이익률 40%를 기록한 데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선점은 물론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대 규모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4%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AI 반도체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부터 미국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해왔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만년 2등'이었던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열심히 하지 않던 HBM 분야에 연구개발 재원을 투입했고 AI시대가 갑자기 열리면서 그 효과를 본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엔비디아가 설계한 AI 가속기에 맞는 HBM을 SK하이닉스가 공급하면, TSMC가 완제품으로 만드는 구조다. 지난 9월 양산에 돌입한 신제품 'HBM3e 12단'도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전략도 통했다. 비주력 제품 생산을 줄이고 범용 D램 가격의 5배에 달하는 HBM에 집중한 것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CMOS 이미지센서(CIS)의 생산능력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HBM에 집중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현 수준을 유지하며 최소화했다. SK하이닉스의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은 약 4%로 업계 1~2위 소니·삼성전자보다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설비투자의 대부분도 HBM 관련 시설에 집중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실리콘관통전극(TSV) 생산능력을 작년보다 두 배 이상 확보하는 계획을 이행하고 있고, 1b나노(㎚) 전환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범용 D램 공급량이 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했는데, HBM 제품군은 고객사와 계약을 통해 가격과 물량이 정해지기 때문에 수익성 확보에 훨씬 유리하다"며 "높은 이익률을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시장을 미국 엔비디아와 일부 빅테크 기업이 장악한 구조도 SK하이닉스의 내년까지 호실적을 점치는 배경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HBM 물량의 90%가량을 SK하이닉스가 공급하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그 다음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신제품 개발 난이도가 증가하고 있고, 수율 로스(Loss), 고객 인증 여부 등을 감안하면 메모리 업계가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을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공급보다 수요가 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도 계약 물량의 가격 협의까지 완료한 상태다.
회사는 "현재 AI 기술이 단순히 학습해 예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론까지 하기 위해 더 많은 컴퓨팅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향후 컴퓨팅 파워 요구량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고려하면 HBM 수요 둔화를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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