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로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둘로 쪼개지고 있다.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리스크 해법으로 띄운 '특별감찰관 조속한 임명'을 두고 친윤(친윤석열)계가 노골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다. 당 일각에서는 "야당 좋을 일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여사 리스크를 잠재울 방법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한(친한동훈)계는 특별감찰관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윤계는 원내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한 대표가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맞서는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용산 면담, 23일과 24일 확대당직자회의와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의 '김건희 특검법' 공세를 꺾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오는 다음 달 15일 이전 김 여사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확대당직자회의 이후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는) 의원총회에서 정할 원내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외 인사'인 한 대표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한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동훈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는 원내·외 업무를 총괄한다"면서 추 원내대표의 전날 발언을 반박했다. 여기에 친한계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관련 문제는 국정감사 후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당 대표를 역임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논쟁에 참전했다. 홍준표 시장은 페이스북에 "정치를 잘 모르니 원내대표 제도가 왜 생겼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하지만 원내 사안을 당대표가 감독하는 건 몰라도 관여 하는건 월권"이라고 일침했다.
또 다른 메시지에서는 "대통령과의 면담은 현안을 해결하는 생산적인 자리가 돼야지, 가십이나 잡설을 쏟아내는 갈등 양산의 자리가 돼선 안된다"고 썼다. 이는 윤 대통령과 회담을 빈 손으로 끝낸 한 대표를 비판한 것으로, 공교롭게도 홍 시장은 최근 윤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당의 '투톱'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신경전을 벌이면서, 당내 분위기도 흉흉해지고 있다. 한 친한계 핵심 의원은 아주경제에 "당 대표가 원내 사안을 다루지 못한다면 최고위원회의는 왜 원내에서 하고, 전국의 당원들에게 왜 투표를 하라고 하느냐"며 "엄밀히 따져보면 원내대표는 고작 한 개의 지역구에서 당선됐을 뿐인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친윤계 중진 의원은 "한 대표가 조금 성급했다. 당 대표이기 때문에 추진하고 싶은 사안에 힘을 실을 수는 있지만, 원내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원내대표를 무시하고 통보하듯 전해서는 안 됐다"며 "각자의 입장이 있을텐데 이런 부분을 헤아리지 않으면 서로 감정만 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뭉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 세력 자랑하고 딴지나 걸고 있으니 당 상황이 참 한심스럽다"며 "용산에 휘둘리는 친윤계나 용산이 답답하다고 자기 멋대로 하려는 친한계 모두 우리 정치의 구태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야당이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계속해서 특검법을 내고 폭주한 것 아니겠나"라며 "야당만 좋을 일을 하고 있는데, 문제라는 의식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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