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리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안을 재추진한다. 주주들의 반대가 거센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1일 회사분할합병 관련 정정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이번에 발표한 재편안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지난 8월 발표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철회는 그대로 유지한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게 합병 비율도 재산정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의 합병 비율은 기존 1대0.031에서 1대0.043으로 상향 조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가 받을 수 있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은 기존 3.1주에서 4.3주로 늘어나는 셈이다. 또 분할합병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도 기존 75.3주에서 88.5주로 증가하게 된다.
이는 시장 관례상 회계상 순자산 장부금액 기준으로 책정했던 기존 두산밥캣 분할비율을 시가 기준으로 변경하고 시가만 적용했던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43.7% 수치는 지난 10년간 시장에서 거래된 인수합병(M&A) 프리미엄 평균치를 고려해 책정됐다.
두산그룹은 이번 재편안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분할을 통해 약 7000억원의 차입금 부담을 덜고 원전 관련 설비 확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 원전 총 10기, 소형모듈원자로(SMR) 향후 5년간 약 62기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이번 사업구조 재편안으로 주주이익을 극대화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룹의 캐시카우 기업을 적자기업의 자회사로 만드는 큰 그림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23일 두산밥캣의 주가는 4만850원에 거래를 마감해 사업재편안 발표 이후 이틀간 주가가 6% 하락했다.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을 완료하기 위해선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평가법이 아닌 시가에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방식으로 승인을 받을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두산그룹이 시가로만 평가한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에 대해 현금흐름할인법(DCF), 배당할인법(DDM) 등 미래 수익 효과에 기반한 모형을 적용해 수익가치를 측정하도록 2차 정정을 요구한 바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 정정 증권신고서에서 "두산밥캣 주식의 가치를 산정함에 있어 상장주식으로서 거래되고 있는 시가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점, 현금흐름할인법 또는 배당할인법 적용 시 미래의 매출 및 영업이익의 추정 등을 포함한 많은 가정사항들이 적용되며 이러한 가정사항들은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결과값 또한 평가인의 판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금흐름할인 모형 등은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주주들의 반대도 넘어야할 산이다. 두산밥캣 주주들은 두산밥캣의 가치가 너무 평가절하됐다며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두산밥캣의 한 주주는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한 것은 사업구조 재편이 두산밥캣에 악재라는 것인데 두산그룹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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