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반도체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Huawei)의 인공지능(AI) 칩에 탑재된 사실이 드러났다.
TSMC의 화웨이 설계칩 생산은 미국 수출 규제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어 TSMC는 이 사실을 미국 상무부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미 상무부가 TSMC를 조사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치'를 사용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 중국 수출을 제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TSMC도 중국 기업에 첨단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반도체 관련 조사회사인 테크인사이트가 화웨이의 제품을 분해 조사한 결과, TSMC가 제조한 반도체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테크인사이트가 공식 보고서 작성 전 이 사실을 TSMC에 알렸다.
그리고 TSMC는 한 고객사에서 어센드910B와 유사한 설계의 칩 주문을 받은 사실을 미국 상무부에 자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에 익명으로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TSMC의 반도체는 화웨이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셋 '어센드(Ascend) 910B'에 포함되어 있었다. '어센드 910B' 전 모델에 해당하는 '어센드 910'은 TSMC의 7nm 공정으로 제조된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센드 910B'는 화웨이가 미국의 수출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이후 출시된 모델이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TSMC 측이 해당 고객사에 공급한 칩이 최종적으로 화웨이 제품에 사용된 사실을 파악했으며, 10월 11일경부터 추가 공급을 중단하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시점에서 해당 고객사가 화웨이 대신 TSMC와 거래했는지와 기업 소재지 등은 불명확하다.
전날 TSMC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9월 중순 이후,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 않다. TSMC가 (미 상무부의) 조사 대상인지는 알지 못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화웨이 역시 "2020년 수출통제 규정 시행 이후로 TSMC와 칩 생산을 둘러싼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 상무부는 화웨이가 중개회사를 앞세워 대리 주문하는 방식으로 TSMC로부터 우회적으로 칩을 구매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이번 거래에서 미 수출 규제를 저촉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미 상무부가 자국 기술에 대한 일시적 접근 제한 혹은 벌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동맹국에도 보조를 맞추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을 대상으로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에 대한 중국 접근이 이어진다면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을 적용할 방침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대대적인 수출통제는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를 확보하거나 설계·제조 능력을 갖추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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