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과 신년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이라고 말한 KBS 뉴스9 박장범 앵커가 새 KBS 사장에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과 KBS노조는 최근 법원이 2인 방통위 체제가 위법이라 판단한 만큼 현행 2인 방통위에서 출발한 KBS 사장 임명 제청은 무효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박 앵커가 김 여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이 KBS 사장 자리로 이어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박장범, 尹과 신년 대담서 김건희 디올백 '파우치, 외국회사 작은가방'으로 지칭
KBS 야권 이사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예고
KBS노조 "박 후보자 임명제청 무효"
KBS 이사회는 지난 23일 임시이사회에서 박장범 현 '뉴스9' 앵커를 제27대 사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박 앵커와 박민 현 KBS 사장, 김성진 KBS 방송뉴스주간 등 세 명에 대한 면접 결과 박 앵커가 낙점됐다.
이사회가 사장 임명을 제청하는 공문을 인사혁신처로 보내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새로 선임될 사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10일부터 2027년 12월 9일까지다.
박장범 KBS 신임 사장 후보자는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1994년 KBS 20기 기자로 입사해 런던 특파원과 사회2부장,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작년 11월부터 KBS 1TV '뉴스9' 앵커를 맡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대신하는 성격으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담 방송 'KBS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진행을 맡았다.
당시 방송에서 박 후보자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말해 사안을 축소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당시 박 후보자의 발언을 접하고 "용산 어지간한 참모들보다 백 배 낫다"고 평가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이날 면접에서 "제조사에서 붙인 이름을 쓰는 것이 원칙인데 문제가 된 상품은 (명칭이) 디올 파우치"라며 "파우치는 흔히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기에 이해하기 쉽게 '작은 가방'이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박 후보자가 내정됐으나 앞으로 임명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날 표결에 불참한 KBS 야권 이사들은 이번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야권 소수 이사 4인(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은 입장문을 내고 "박장범 KBS 사장후보자 임명제청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이 '2인 방통위원 체제' 의결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즉, 2인 방통위가 추천한 여권 성향 KBS 이사 7명의 법적 지위도 온전치 않으므로 이들이 신임 사장을 임명 제청한 것은 위법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여권 성향 이사들이 사장 선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인 '시민평가단'을 배제한 것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이사회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하기로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본부)도 사장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23일 하루 동안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는 600명가량이 참여했으며 여의도 KBS 본관 앞에는 조합원 약 500명이 모여 사장 선임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2개 노동·시민·언론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역시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장 선출 중단 및 퇴진을 촉구했다.
KBS본부는 23일 성명을 내고 "이번 KBS 사장 선임 결과는 결국 이 정권이 언론을 장악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며 "불법적 이사회의 사장 임명제청을 인정할 수 없으며,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서 끝까지 싸워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를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野 "박장범, 김건희 머슴" "KBS,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냐".."尹 술친구가 김건희 머슴에 밀린 것"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및 소관 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도 박 후보자의 내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KBS 신임 이사들이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선임된 만큼, 이들이 차기 사장 추천을 결정한 것도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방통위의 불법적 2인 체제에서 임명한 무자격 이사들이 불법적으로 사장 후보를 추천한 한 편의 코미디"라며 "박 앵커 추천은 당연히 무효"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가 문제의 발언을 놓고 여권 편향적 인사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훈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술친구인 박민 사장이 김건희 여사의 머슴을 자처한 박장범에게 밀린 것"이라며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인 바로 이날에 권력에 아부한 자,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국민의 공분을 산 자가 공영방송 사장이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김건희 정권임을 다시 한 번 여실히 본다. KBS가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냐"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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