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중국이 e스포츠 국제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안 우리 정부는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24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종합감사에서 강유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중국의 ‘국제 e스포츠 표준화 제안서’가 ISO(국제표준화기구)에 채택될 동안 우리 정부는 방관을 넘어 사실상 중국을 돕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에게 "중국이 ISO에 제출한 e스포츠 용어 국제 표준화 제안서 초안이 통과된 것을 알고 계시나"라고 질의했고, 유 장관은 "저는 보고를 받지 않아 모르고 있었다"라고 답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월 ISO TC83(기술위원회 83)에 ‘e스포츠 표준화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어 지난 5월 6일 TC83 소속 35개국은 투표를 거쳐 ISO에서 이 제안서를 채택했다. 이와 동시에 제안서의 최종 표준안을 작성하는 실무그룹인 WG12(Working Group12)를 만들고, 중국이 WG12의 컨비너(의장)를 맡는 것까지 인준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표준안 작성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고, 국제 e스포츠 대회의 규칙과 방식, 경기장 설계와 선수 관리 등에서 영향력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의원실의 지적 이전까지 문체부 측은 이 사안에 대해 인지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우리나라 국제기술표준원에 등록한 전문가는 중국 쪽 최대 e스포츠 회사의 한국 지사장"이라며 "스스로 본인이 전문가로 등록을 했는데, 문체부는 지금도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 저희 쪽에서 오히려 알려드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문가는 기술 표준화 주도로 열린 대응 회의에서 '중국이 어떤 의미를 둔 것인지 보자'와 같이 말만 한국어를 하고 있지 중국 편을 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문체부 측에 우리 측 전문가를 등록하라고 요구했지만, 문체부 측에서는 추천할 인사가 없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도 비판했다.
강 의원은 "아시안게임이나 EWC(e스포츠 월드컵)같은 국제 대회에서 중국의 룰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도 독자적인 ISO의 국제 표준을 만들어야 병합 심사라도 된다. 향후 대응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주셔야한다"고 당부했다.
유 장관은 이 지적에 대해 "지적을 정말 잘해주셨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확실하게 다시 정리해서 보고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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