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10·21 윤-한 면담' 이후 당정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내홍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빈손 면담'이라며 맹공을 퍼붓는 동시에 한 대표가 '수모'를 당했다고 부추기며 틈새를 파고드는 모양새다. 당정 내부 분열을 노려 최종적으로는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틈새 전략'은 과연 먹힐까.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소위 '빈손 면담'이 이뤄진 지난 21일 이후,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한 대표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부하'쯤으로 낮잡아 보며 공세를 펼쳤지만, 면담 이후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회유'로 전략을 변경한 것이다.
민주당이 한 대표 회유에 총력을 쏟는 것은 향후 이뤄질 두 번째 여야 대표 회담과 무관치 않다. 앞선 첫 번째 회담에서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의제 테이블에 올리기 위해 한 대표를 압박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선을 그으면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한 대표로서도 자신이 전당대회에서 제시한 '제3자 추천 특검법'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서 공세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최소한 당대표 임기 초반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형국은 피했다.
특검 발동은 형사소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의 위법 의혹이 포착되면 곧바로 탄핵 정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한 대표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만큼 용산과 국민의힘은 물론, 한 대표 입장에서도 '김건희 특검법'은 최후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민주당은 당정 간 갈등이 노출된 지금을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눈치다. 한 대표가 연일 윤 대통령의 '역린'인 김 여사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의 의혹 규명 절차 적극 협조' 요구안을 직접 제시한 것은 당정 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간 갈등이 더 격화되고 국민의힘 내부가 친한-친윤으로 갈리게 되면, 재발의된 '김건희 특검법'이 윤 대통령 거부로 국회 재표결에 부쳐질 경우 친한계의 반란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이 두번째 여야 당대표 회담을 앞두고 '김건희 특검법' 여론전에 총력을 쏟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윤-한 면담' 이후 한 대표를 향해 "결단할 때가 왔다"고 압박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에 협조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라는 의도로 보인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한 대표는 이제 더 이상 피하지 말고 행동으로 국민 앞에 '결기'를 보여라"라고 부추겼다. 전날(23일)에는 "여당 보고 대신 싸우라고 등 떠민다", "국민의힘을 방패막이로 쓴다"는 등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시에 한 대표를 두둔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한 대표가 (완화된)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면 거기에 대해선 논의를 해보겠다"며 '한동훈표 김건희 특검법' 수용까지 시사했다.
다만, 집권 여당 대표인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직접 건드리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아직까지 정치권의 확고한 중론이다. 윤 대통령과의 오랜 관계는 둘째로 치더라도 '보수진영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면, 보수진영의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명분을 잃는 것은 물론, 한 대표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위치를 차기 대선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진다. 이미 지난 총선과 전당대회를 겪는 동안 한 대표는 이를 학습한 바 있다.
야권에서도 한 대표가 민주당의 '분열 작전'에 휘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대표와 친한계가 윤 대통령에 불만을 가졌다고 해도, 현재 국민의힘 전체 의원 108명 중 21명에 불과한 만큼 각을 세운다고 해서 얻을 게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 대표가 민주당 요구대로 움직인다면 대권주자로서 영향력과 주도권을 모두 빼앗길 수 있는 만큼, 이 대표와 손을 잡을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 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맞다"면서도 "대선에 나가기 위해선 살아남아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혼자 무너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 대표도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뉴스24>
개혁신당 관계자도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할 결단력이 있었다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혼나고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 대표가 겨우 모은 의원이 108명 중 20여명에 불과한데, 이들만으로 특검법을 추진하면 친윤(친윤석열)계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당내 장악을 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재명·한동훈 대표의 이른바 '오월동주'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보다 영향력이 부족한 한 대표가 협력 의사를 내비치는 순간부터 민주당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한(윤석열과 한동훈) 갈등'이 아무리 심해도 한 대표가 이 대표와 손을 잡는 순간 정치적으로 죽는 것이고, 주도권 상실은 물론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다"며 "이 대표는 당정 관계에 갈등을 조장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한 대표가 말려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이미 특별감찰관이라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은 민주당 주도 특검이 아닌 친한계 주도 특검에서만 가능하다"며 "민주당도 '한동훈표 특검'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도 "한 대표는 두 가지 차별화가 필요한데, 윤 대통령과 민주당"이라며 "그동안 이 기조로 움직여 왔는데, (윤한 갈등 때문에) 이제 와서 민주당 특검으로 협공한다는 것은 일관성을 상실할 수 있는 만큼 그렇게까지 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지적한 반헌법적 조항을 걷어낸 '한동훈표 특검'이라면 협업이 가능한데, 이것도 한 대표 입장에선 (차별화를 위해)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라며 "다만 친한계 회동에서도 '특별감찰관'이 언급된 것은 '특검까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과거 '제3자 추천 특검법'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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