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KBO 포스트시즌 역사상 첫 서스펜디드 경기 이후 웃은 팀은 KIA 타이거즈였다. 사령탑의 선택이 팀의 1~2차전 승리로 이어졌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는 2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 2차전 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각각 5-1, 8-3으로 승리하면서 시리즈 전적 2승을 만들었다.
정규시즌이 아닌 포스트시즌에서 하루에 2승이 걸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삼성과 KIA는 1차전 결과가 2차전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양 팀 사령탑이 이틀간 중단 시점인 6회초 무사 1·2루 김영웅의 타석에서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갈지 고민을 거듭한 이유다.
KIA는 투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5이닝을 던진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에 이어 6회초 무사 1루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장현식을 계속 끌고 갈지, 아니면 투수를 교체할지, 교체 타이밍을 가져간다면 어떤 투수를 올릴지 결정해야 했다.
6회초 선두타자 김헌곤의 선제 솔로포 이후 심판진의 서스펜디드 경기 결정을 받아들여야 했던 삼성은 추가점 획득을 원했다. 그렇다면 김영웅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해서 주자들을 한 베이스씩 보낼지, 아니면 김영웅에게 강공을 지시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서스펜디드 경기 선언 이후 이틀의 시간이 지났고, 두 팀에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여러 투수를 놓고 고민하던 KIA의 선택은 전상현이었다. 김영웅이 좌타자이긴 하지만, KIA 입장에서는 팀 내에서 전상현의 구위가 좋고, 후속타자 박병호가 우타자인 것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영웅은 경기 재개 이후 번트 모션을 취했다. 삼성은 누상에 있는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김영웅의 번트 타구가 포수 앞으로 천천히 굴러갔고, 포수 김태군이 재빠르게 공을 잡은 뒤 3루 승부를 택했다. 김태군의 송구가 2루주자 르윈 디아즈보다 먼저 3루에 도착했다. KIA가 전상현 카드로 서스펜디드 경기를 맞이한 게 이닝의 첫 번째 아웃카운트로 연결됐다.
전상현은 이 기세를 몰아 후속타자 박병호에게 삼진을 이끌어냈다. 2사 1·2루에서 윤정빈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2사 만루에서 이재현의 투수 땅볼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삼성으로선 더 이상 달아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켰고, 급한 불을 끈 KIA는 역전승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경기 후반에는 예상치 못한 폭투까지 나왔다. 7회말 김선빈의 볼넷과 최원준의 안타, 김태군의 희생번트 이후 1사 2·3루에서 구원 등판한 임창민이 서건창을 1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웠으나 2사 2·3루 박찬호의 타석에서 5구 투구 때 폭투를 범했다. 그러면서 3루주자 김선빈이 홈을 밟았다. 1차전 경기 개시 이후 KIA의 첫 득점이었다.
임창민은 이어진 2사 1·3루에서 또 폭투를 기록했고, 그 사이 3루주자 박찬호가 홈으로 향했다. 스코어는 2-1. 여기에 2사 2루에서는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1타점 적시타까지 터졌다.
삼성은 급하게 김윤수를 호출했지만, 2사 2루에서 김도영이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결국 8회말 김태군의 1타점 2루타로 1점을 추가한 KIA가 4점 차 승리로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를 마무리했다.
1차전의 분위기는 2차전까지 이어졌다.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를 통해 타격감을 끌어올린 KIA 타선이 1회말에만 대거 5점을 뽑는 등 활발한 공격을 뽐냈다. 삼성의 2차전 선발 황동재는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2회말 김도영의 솔로포로 1점을 더 보탠 KIA는 경기 후반까지 계속 리드를 지켰다. 삼성은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에 이어 2차전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패배를 피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1차전 6회초 무사 1·2루의 고비를 넘긴 KIA가 분위기를 바꾸면서 하루에만 2승을 수확했다.
양 팀 사령탑 모두에게 긴 하루였다. 2차전 종료 이후 취재진을 만난 이범호 감독은 1차전 6회초에 관한 질문에 "전상현 선수가 1차전 중요한 상황에서 정말 잘 끊어줘서 선수들이 그 경기를 이겨냈고, 2차전은 좀 더 편하게 치른 것 같다"며 "오래 고민했는데, (정)해영이를 제외하면 필승조 중에서 가장 구위가 좋고 안정적인 투수를 생각하다가 (전)상현이가 가장 좋겠다고 투수코치와 상의한 뒤 정공법으로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야구는 확률 싸움이라 그 상황에서 (김영웅이) 번트를 잘 대서 주자가 2루와 3루로 가면 안타 없이 추가점을 낼 수 있었다. 확률 싸움으로 가다가 (김영웅이) 작전을 성공하지 못했지만, 야구라는 종목은 확률로 가야 한다. 거기서 (희생번트를) 실패한 게 아쉬웠다. 추가점을 뽑지 못하면서 아쉬운 상황을 만들었다"고 복기했다.
이제 삼성과 KIA는 대구로 이동해 25~26일 3~4차전을 소화한다.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KIA가 대구에서 시리즈를 끝낼지, 삼성이 홈 팬들 앞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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