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미 대선, 트럼프 승리 확률 52% 8월 후 첫 역전.. 흑인·아랍계 미국인 해리스 지지 약화

민주당 대통령 후보 해리스 부통령(좌)과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오는 11월 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대선이 약 열흘 가량 남은 가운데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할 확률이 과반을 넘었다는 예측 평가가 나왔다.

지난 8월 말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 확률이 과반을 넘었지만 약 2개월 만에 역전된 것이다.

미 정치권에서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과 아랍계 미국인이 해리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대로는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승리 가능성 과반 넘어.. 더힐 52% 이코노미스트 54%

22일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DDHQ)의 자체 예측 결과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52%로 해리스(42%) 보다 높게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 8월 말 기준으로는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이 54~56%였고, 트럼프는 44~46%로 집계됐다. 그러다 이달 초 두 후보 모두 50% 안팎의 초박빙 구도를 유지했으며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더힐은 트럼프가 7개 경합주 가운데 애리조나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상대적으로 우세하고,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에서만 앞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21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미 대선 결과 예측 모델에서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54%에 이른다면서 트럼프가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해리스의 당선 확률은 45%였고, 선거인단도 262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코노미스트의 예측 모델에서 트럼프가 해리스를 역전한 것은 지난 8월 초 이후 2개월 만이다.

특히, 트럼프는 경합 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배정된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위스콘신과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에서 승리 확률이 50%를 훌쩍 넘었다. 애리조나의 승리 확률은 무려 66%였고,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는 63%를 기록했다. 펜실베이니아(58%)와 위스콘신(55%)에서 승리 확률도 해리스 보다 높았다.

반면, 해리스는 미시간(51%)과 네바다(52%)에서만 트럼프에게 앞섰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경합주 중에서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펜실베이니아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해리스가 펜실베이니아에서 패할 경우 대선 승리 확률은 13%에 불과했고, 트럼프가 이곳에서 패한다면 대선 승리 확률은 10%로 급감했다.

암호화폐(가상화폐) 기반의 정치 베팅(Betting) 사이트 폴리마켓의 전망치는 트럼프에게 더 우호적이었다. 폴리마켓은 22일 트럼프의 당선확률은 66%, 해리스의 당선 확률은 34%로 전망했다.

해리스는 후보 교체로 전면에 등장한 이후 8월 중순까지 당선확률이 올라가면서 50% 중반대까지 치솟았으나 이달 초부터 트럼프에게 밀리고 있다.

오바마 나서도 흑인 지지층 해리스 외면

가자 사태에 아랍계 미국인도 민주당 지지 중단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성인 4천1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2일 발표한 결과(오차범위 ±2%p)에 따르면 해리스 46%, 트럼프 43%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흑인과 아랍계 미국인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해리스에게 마음을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트럼프가 이민문제와 경제 부문에서 해리스 보다 유능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고, 최근 중동 지역의 분쟁이 심화되면서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에 대한 반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내 스타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투입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나 젊은 흑인 남성 중에서 해리스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는 10명 가운데 6명도 안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시카고대가 18~40세 성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실시해 2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자 가상 대결에서 흑인 남성 응답자 가운데 해리스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58%, 트럼프는 26%였다. 흑인 여성의 경우 해리스 63%, 트럼프 12%로 남성보다 여성들의 해리스 지지 강도가 강했다.

다만, 지난 2020년 대선에 승리한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흑인 유권자의 92% 지지를 확보했던 것을 감안하면 해리스에 대한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 강도가 아주 낮다는 것이 확인된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후 가자사태로 분노한 아랍계 미국인들의 민주당 지지 강도도 약화된 상태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아랍계 유권자 59%가 바이든을 선택하며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줬지만 지금은 공개적인 지지 의사는 고사하고 바이든과 해리스에 대한 분노가 더 큰 상황이다.

아랍미국인연구소가 지난 2일 발표한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아랍계 유권자의 해리스 후보 지지율은 41%로 트럼프(42%)보다 낮았다. 아랍뉴스 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43%, 해리스 41%로 집계됐다.

현재 아랍계 미국인 팩(PAC·정치활동위원회)은 해리스와 트럼프 어느쪽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미시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친팔레스타인 단체 '언커미티드 내셔널 무브먼트'도 최근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정책을 바꾸지 않는 해리스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시간주 아랍계 신문 발행인인 오사마 시블라니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단지 해리스를 벌주기 위해, '너희가 한 짓을 봐라'면서 트럼프에 투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美 대선 연구 권위자 "해리스 승리 가능성 55~60%"

전반적으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을 55~60%라고 분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대선 연구 권위자인 앨런 아브라모위츠 에모리대 교수는 22일 미 조지아주 에모리대에서 열린 외신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번 대선이 "전반적으로 매우, 매우 접전 양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브라모위츠 교수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해리스가 전국 유권자 득표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설 확률이 70∼75% 정도"라며 7대 경합주 조사결과를 감안할 때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은 "아마도 55∼60%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브라모위츠 교수는 이 같은 수치를 내놓은 구체적인 근거는 이날 거론하지 않았다.

아울러 그는 개표과정에서 대선 선거인단(538명)의 과반인 270명 확보를 결정짓는 주를 의미하는 '티핑포인트 주(Tipping point state·임계점)'가 2016, 2020년 대선에서는 위스콘신주였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펜실베이니아주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중요 경합주 중 하나인 조지아주의 경우 지난 2020년 대선 때(0.2%p로 바이든 승리)처럼 초박빙 승부가 될 것이며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흑인 유권자의 투표율이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브라모위츠 교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평가 여론조사, 선거가 있는 해의 2분기 경제성장률, 현직 대통령의 재선 선거인지 여부 등의 변수를 활용한 선거 결과 예측 모델을 개발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