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입산 통제 안 했다"…사상자 낸 ‘초속 36.8m' 강풍

"설악산 입산 통제 안 했다"…사상자 낸 ‘초속 36.8m' 강풍

이데일리 2024-10-24 10:14: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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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태풍급 강풍이 불어닥친 23일 쓰러진 나무에 깔려 설악산 등산객이 숨지거나 다친 가운데 일찍이 강풍 특보가 발효됐음에도 입산 통제가 내려지지 않아 사고가 야기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풍에 쓰러진 설악산 울산바위 인근 나무.(사진=연합뉴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1분께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36.8m를 기록한 설악산 울산바위 인근에서 나무가 쓰러져 등산객 1명이 숨지고 2명이 상처를 입었다.

당시 현장을 지나가던 등산객 A씨(61)와 아내 B(57)씨는 강풍에 썩은 참나무가 등산객들을 덮친 것을 목격하고 119에 신고했다.

다른 등산객들과 달리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은 A씨 부부는 하산 이후 개인적으로 병원을 방문한 뒤 사무소 측에 치료비 배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정상까지 오르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다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앞서 가던 등산객들 위로 나무가 순식간에 쓰러져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A씨는 “설악산에서 입산 통제를 안 하니까 당연히 문제가 없을 줄 알았고, 평일이었지만 꽤 많은 사람이 산에 오르고 있었다”며 “사고가 난 뒤에야 뒤늦게 국립공원에서 입산 통제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법정 탐방로가 아닌 정상적인 등산로를 이용했고, 입산 통제 없이 산에 오르다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썩은 나무로 인해 사고가 났다”며 “그런데도 설악산 측은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국립공원에서 설치한 계단 등 구조물을 이용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관련 보험에 따라 배상할 수 있지만,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는 사전에 예측 불가능해 배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설악산에는 이날 오전 3시께 강풍주의보가 발효됐고, 오전 8시 15분께 강풍경보로 격상됐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이날 8시 35분부터 공룡능선, 서북 능선, 오색∼대청봉, 비선대∼대청봉, 백담사∼대청봉 등 고지대 탐방로부터 입산 통제를 했다. 전 구간 입산 통제는 25분 뒤인 오전 9시부터 이뤄졌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강풍 특보가 발령된다고 무조건 입산 통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상 특보와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해 입산 통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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