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함이 만든 '과감한 투구'였다.
양현종(36·KIA 타이거즈)은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2차전에 선발 등판, 5와 3분의 1이닝 8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2실점(1자책점) 했다. 36세 7개월 22일의 나이로 8-3 승리를 이끈 양현종은 2000년 KS 4차전에서 조계현(당시 두산 베어스)이 세운 KS 국내 선수 최고령 선발승 기록을 24년 만에 경신했다.
흥미로운 건 투구 레퍼토리였다. 양현종은 네 타자를 상대한 1회 초 직구만 7개 던졌다. 2회 초에도 2사 2루 이재현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4구째 체인지업(1구)을 제외한 10구가 모두 직구였다. 경기 시작부터 17구 연속 직구만 던지며 힘으로 타자와 붙었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김태군은 경기 뒤 "그냥 직구를 던지라고 했다.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오니까 굳이 변화구를 던질 필요가 없었다"라며 "(단기전인) 시리즈 때는 그냥 과감하게 하는 게 가장 좋은 거 같다. (정규시즌이었으면) 이닝을 소화해야 하니까 (공 배합을) 바뀌었을 거다. KS에선 오히려 (단순하게 하더라도) 밀어붙일 수 있어 좋은 거 같다"라고 말했다.
양현종은 1회 초 선두타자 김지찬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초구 141㎞/h 직구를 받아 친 결과였다. 양현종은 경기 뒤 "김지찬 선수가 1회 초구에 반응을 보였을 때 삼성에서 공격적으로 나오겠구나 싶었다. 피할 생각은 없었다"며 "(경기 전) 몸을 풀 때나 초구 들어갔을 때 직구 힘이 괜찮다고 느껴졌다. 직구 위주로 피칭한다면 연속 장타는 맞지 않겠구나 했다. 삼성이 공격적으로 나오니까 (거기에 대응해) 공격적으로 했던 게 3~4회 투구 수도 줄이고 생각대로 잘 풀렸던 거 같다"라며 흡족해했다.
이날 양현종은 3회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 조합, 4회에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섞어 포 피치로 타자를 상대했다. 직구와 슬라이더 바탕에 적재적소 공 배합을 달리하면서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3루수 김도영은 "시리즈에서 던지는 걸 눈으로 처음 보게 됐는데 정규시즌과 다르더라. 우리 팀 에이스여서 든든하다"며 "현종 선배가 던질 때는 이길 거 같다"고 극찬했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