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재취소 판결에 "정치 실패에 정부 마비"vs"방송장악 제동"

MBC 제재취소 판결에 "정치 실패에 정부 마비"vs"방송장악 제동"

연합뉴스 2024-10-24 06:0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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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2인 체제 위기 국면…방문진 관련 2심·헌재 탄핵 심판도 주목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MBC 보도에 대한 과징금 제재 처분을 취소하면서 2인 체제로 장기간 운영돼온 방송통신위원회가 또 한 번 갈림길에 섰다.

이번 판결에 대해 야권에서는 "법원이 방통위의 방송장악에 제동을 건 사필귀정"이라고 환영하고 있으나, 여권에서는 "정치적 실패를 고려한 판결이고 사법부가 정치화됐다"며 비판하고 있다.

◇ 본안서 처음 '2인 체제' 절차적 하자 지적…큰 여파

이번 판결 대상 자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내린 MBC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인용 보도에 대한 제재 처분을 방통위가 그대로 의결해준 게 적절했는지로, 실무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안 소송에서 방통위 2인 체제의 절차적 하자를 처음 세세하게 언급했기 때문에 방통위로서는 기존에 해온 수많은 의결에 타격이 갈 수밖에 없어진 것이 핵심이다.

방통위는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부터 이진숙 위원장까지 2인 체제에서 지상파 재허가, YTN[040300] 민영화, 공영방송 이사 추천·임명 등 굵직한 의결을 해왔다.

방통위는 방통위 설치법상 의결 정족수에 관한 규정은 있어도 의사 정족수 규정은 없기 때문에 2인이 의결을 위한 최소 요건으로 보고 진행해온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방통위법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위원들이 견제와 통제를 통해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리도록 방통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립하고 위원 구성에도 정치적 다양성이 반영되도록 했다"며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언급하고 의결에는 최소 3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서울 상암동 MBC 사옥

[그리팅맨친구들 제공]

◇ 與 "방통위-방심위 이원구조 무시" 野 "반칙에 제동 건 상식 판결"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정치적 구성 실패의 책임을 방통위에 돌려 중앙행정기관의 대국민 사무와 기능을 마비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황창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24일 "최근 헌법재판소가 기능 마비를 막기 위해 '7인' 조항을 멈췄듯이 행정기관은 만들었으면 가능한 연속적으로 기능하고 돌아갈 수 있게 판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법에 의사 정족수가 규정되지 않은 배경도 잘 살펴야 한다며 "다른 합의제 행정기관과 달리 해당 부분은 넣지 않은 것은 입법 오류가 아니라 정책적 선택으로 봐야 한다. 입법 단계부터 구성이 100% 되지 않았을 때를 예상해 의사 정족수를 안 넣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방통위와 방심위의 독특한 이원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심위를 별도 민간 독립기구로 둔 것은 정부의 언론보도 개입을 막기 위한 것으로, 방통위는 법상 방심위 제재 결정에 기속돼 그대로 의결해야 한다.

임응수 변호사는 "방심위의 결정은 절차적 문제가 없다면서 방통위의 구조를 문제 삼아 방통위가 행한 행정 처분이 위법이라고 했다"며 "재판 대상은 MBC 제재 처분의 적절성 여부이지 정치 상황에 따른 행정청 구성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권력분립의 위기'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인다. 권오현 국민의힘 미디어법률지원단장 겸 변호사는 "정치가 여론 재판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면 삼권분립이 파괴된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줄곧 정부 여당의 방송장악을 비판해온 만큼 이번 판결이 상식을 재확인한 판단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기존 2인 체제 의결도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브리핑에서 "여권 인사만으로 구성된 2인 방통위가 갖는 위법성, 부실하고 졸속인 2인 체제 이사 선임의 위법성이 재확인됐다. 사필귀정"이라며 "정부는 반칙과 불법으로 점철된 MBC 장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방통위가 2인 체제라는 기형적 구조를 '합법'이라 억지 주장하며 제멋대로 내렸던 의사결정에 대해 명백한 위법이라고 명시한 첫 번째 본안 판결이자 역사적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방통위원장에 대한 여야 합의 선출과 방통위원 추천 구조 다변화 등을 통한 방통위 재구성까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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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 방문진 이사 임명 제동 항고심·헌재 이진숙 탄핵 심판도 주목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위·방심위 종합감사가 예정된 가운데 이번 판결을 놓고 또 한 번 정부·여당과 야당 간 입씨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무효 가처분 사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항고심과,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서도 여권에서는 '반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야권에서는 최근 판결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방통위 입장에서는 최근 방문진 이사 선임 무효 가처분 1심 패소에 최근 행정법원 MBC 제재 취소 판결까지 연이어 겹치면서 방문진 관련 항고심과 헌재 탄핵 심판 결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행정법원 판결에는 항소한 상황이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방통위 입장에서는 헌재에서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진다면 2인 체제 의결에 대한 정당성도 인정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위원장 복귀 시 지체 없이 밀린 과제들을 의결할 것으로 예측한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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