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나날이 시름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나홀로 호황을 맞이한 업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를 덜 타는 건자재나 공구 등을 다루는 '철물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철물점은 유통기간도 따로 없어 자재 보관도 용이하며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전기 설비, 인테리어 수리 등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국세청에서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철물점 수는 7월 기준 9107개로 작년 동기 대비 64곳 더 증가한 추세를 보였다. 철물점 수는 2020년 8786개, 2021년 8880개, 2022년 8969개로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철물 도소매 상가를 자랑하는 서울 구로동 구로기계공구상가 공석조 조합장은 "오래 장사한 사장님들은 수십억원대 자산가도 많다"라고 귀띔했다.
과거 철물점은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한 업종으로 꼽혔지만, 최근 물류 시스템이 개선되고 온라인 판매가 활발해지면서 창업에 필요한 비용이 크게 줄었다.
충남 부여군에서 동네 철물점을 운영했던 신창수 춘봉이네 철물상 대표는 "최근에는 매달 창업 문의가 15건 이상 들어온다"라며 "평생직업을 갖고자 하는 50, 60대분들 연락이 많이 오신다. 특히 철물점은 2000만~3000만원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철물점은 비교적 경기를 덜 타는 업종이기에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층의 창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철물점 평균 매출만 해도 '1억 9313만원'
실제 데이터 자료를 봐도 철물점 평균 존속 연수는 타 업종 평균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것이 특징이다. 철물점의 평균 존속 연수는 15년 10개월이지만, 100대 주요 업종은 8년 9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전구, 스위치, 문고리, 각종 공구 수요가 꾸준할 수밖에 없다"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수리 부속, 희귀 공구 제품들은 희소성에 가격이 크게 오르기도 한다. 회사에서 신제품이 생산되지 않아 구하기 어려우면 마진율이 서너 배 뛸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철물점 사장님들은 평소엔 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인테리어업, 출장 수리 서비스를 병행하면서 수입을 올린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홀로 생활 서비스를 처리할 수 없어 출장 수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것 역시 높은 수입 비중을 차지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철물점 평균 매출은 1억 931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른 100대 업종인 실내 스크린골프점(1억4700만원), 자동차 수리점(1억8700만원)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이러한 높은 매출의 비결로는 종업원 없이 사장 홀로 운영하는 철물점이 대다수인데다 30~40%에 달하는 높은 제품 마진율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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