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⅓이닝 1자책 2실점 호투로 2차전 승리 견인…데일리 MVP
(광주·서울=연합뉴스) 유지호 이대호 기자 = '기록의 사나이' 양현종(36·KIA 타이거즈)이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된 날, KBO리그에는 또 하나의 기록이 탄생했다.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36세 7개월 22일로 역대 국내 투수 한국시리즈 최고령 선발승을 챙긴 것이다.
이날 양현종은 공격적인 투구로 삼성 타선을 5⅓이닝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묶었고, KIA는 8-3으로 승리해 시리즈 2연승을 달렸다.
양현종은 경기 후 2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7년 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이닝 완봉승을 따낸 뒤 7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에서 승리 투수가 된 양현종은 "이겨서 기분 좋다. 좋다는 말밖에 할 게 없다"며 활짝 웃었다.
"초반에 야수들이 넉넉하게 점수를 뽑아줬고, 공격적으로 볼 배합을 바꾼 게 주효했다. 많은 이닝을 못 던졌어도 중간 투수들이 잘 막아줘서 기분 좋게 2연승 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서스펜디드로 재개된 이날 1차전에서 0-1로 끌려가다가 5-1로 역전승한 KIA는 2차전까지 선발 양현종 호투 덕분에 잡고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양현종은 "제 컨디션에 따라 경기 흐름이 달라질 거로 봤다. 제가 잘 던지면 일방적 승리, 못 던지면 난타전으로 갈 것 같았다. 초반에 위기도 있고, 잔루도 많았지만, 운이 따랐다"고 돌아봤다.
쌀쌀한 날씨는 양현종에게 삼복더위에 맞는 에어컨처럼 시원하게 느껴졌다.
추위가 투구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한 그는 "모든 선수가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이런 추운 날 던지고 싶어 한다. 이런 날씨 춥다고 생각 안 했다. 아무 지장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내 투수 최고령 선발승을 수확한 양현종은 "제 몸은 아직 27살 같다. '최고령'은 최형우 선배한테만 붙는 줄 알았는데, 저한테 붙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만약 양현종이 다음 경기에 등판해 또 선발승을 따내면 '최고령' 기록은 다시 쓰인다.
양현종은 "저도 5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2승 했다고 여유 있는 게 아니다. 분위기 왔을 때 잡아야 한다"면서 "최고령은 아직 안 어울린다. 야구 더 하고 싶고, 더 많이 던지고 싶다. 다른 형들이 '최고령' 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젊은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누비는 건 언제 봐도 배부른 장면이다.
양현종은 "곽도규도 그렇고, 우리 어린 선수들이 긴장 많이 안 하는 것 같다. 우리 어렸을 때는 청심환도 먹는 등 긴장 푸는 방법을 많이 찾았는데, 어린 선수들은 즐기려 한다. 대단하고 부럽기도 하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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