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교전 격화로 의료 구호품 공급이 장시간 끊기면서 현지 병원들이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커졌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전했다.
WHO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며 이스라엘군의 지속적인 폭격과 봉쇄 전략으로 고립된 북부 지역은 각종 의료품과 연료 부족으로 병원 운영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WHO는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가자지구 북부에 공급해야 했던 구호품 가운데 6%만이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반입이 허용됐다고 전했다.
WHO는 "가자지구 북부 병원들에서는 실제로 기능이 마비됐다"며 인도네시아 병원과 알아우다 병원 등 이 지역의 의료기관은 연료 고갈에 따른 전력 부족과 의약품 소진으로 치료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 북부의 또 다른 병원인 칼 아드완 병원에서는 치료를 못해 사망한 환자가 나오고 있다고 WHO는 지적했다.
전례 없는 의료 위기 속에 구호 담당자들과 의료팀을 가자지구 북부로 추가 파견하려고 하지만 이스라엘은 진입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WHO는 비판했다.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소아마비 백신 접종 사업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WHO는 가자지구 내 소아마비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9월 현지 어린이 55만9천여명에게 소아마비 1차 예방접종을 했다. 접종 예정 지역에서는 하루 9시간씩 교전을 중단하기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덕분이었다.
WHO는 지난 14일부터 2차 소아마비 접종을 시작했다. 2차 접종까지 마쳐야 어린이들이 면역력을 갖추면서 바이러스 전파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 북부 순서로 이뤄지는 3단계 사업이었는데 1·2단계인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 어린이 44만2천855명이 무사히 접종을 마쳤다.
가자지구 북부 어린이 11만9천279명을 대상으로 한 접종은 이날 예정됐지만 공습 상황이 끊이지 않아 일단 연기됐다.
WHO는 "가자지구 북부는 교전 중단이 약속된 지역이 가자시티 한 곳으로 제한된 데다 가족이 자녀를 안전하게 접종 현장으로 데려올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린이가 6주 내에 2차 접종을 받지 못하면 백신의 효과가 감소하고 가자지구뿐 아니라 인근 국가로도 바이러스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며 "교전 당사자들은 의료 서비스를 위한 안전을 보장하고 즉각 인도적 휴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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