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보도 두고 이야기 주도권 잡으려 이미 전쟁중"
우크라 '글로벌 안보 위협' 외쳐 동맹결집 노리는듯
북·러 일단 부인…미국, 이례적 주저 속 '지켜보자' 일부 확인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두고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국들의 여론전이 불붙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북한의 파병을 '글로벌 위협'으로 강조해 지원 확대를 노리지만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여론전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23일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전쟁터 밖에서 새로운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NK뉴스는 "북한군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지만 파병 보도를 두고 이야기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새로운 전쟁이 이미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 공론화에 나선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북한군 파병을 기정사실로 하기 위해 각종 증거를 들이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파병설을 가장 먼저 들고나온 우크라이나는 북한 파병을 열세를 뒤집을 수 있는 카드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서대 크리스 먼데이 교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신이 세운 '승리 계획'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구하고 있는 시점에 파병설을 들고나온 것을 주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초청, 러시아 영토로 전장 이전 및 완충지대 확보, 이를 위한 장거리 무기 사용제한 해제 등을 서방에 요구하고 있다.
먼데이 교수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서방으로부터의 군사 및 재정 지원을 촉진하기 위해 북한 위협을 활용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를 기습 점령하는 모험수를 던졌다 실패한 이후에는 더욱 그렇게 됐다고 진단했다.
군사전문가인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군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파병을 글로벌 안보 위협으로 규정해 동맹을 결집하려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그에 반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이례적으로 파병 여부 확인을 미루면서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간 정례 브리핑에서 "파병설이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우려를 표명해왔다.
그러다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해 취재진에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처음으로 파병설을 확인했다.
다만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 내 병력이 향후 어떤 일을 할지는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이라며 우크라이나전 투입 등을 예단하지는 않았다.
러시아와 북한의 반응은 일찌감치 예고된 수준을 맴돌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는 파병설을 두고 서로 상충하는 정보가 많다며 확인을 기피했고 북한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의 치열한 여론전 속에 관련 당사국들의 온도 차는 현재로서 명백하지만 향후에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북한 무기 전문가인 주스트 올리만스는 NK뉴스에 우크라이나가 동맹결집을 위해 여론전을 펼친다고 해서 그 주장이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파병설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태도는 러시아 내 북한 병력의 움직임이 구체화하면 달라질 여지가 있다.
미국 정부는 며칠 내에 파병설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날 공언한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전까지 부인하는 등 사태가 거스를 수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불리한 정보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국가정보원은 현재까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이 3천여명에 달하며 오는 12월께는 총 1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이날 밝혔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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