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보험개혁회의 4차 회의가 일주일 뒤로 밀렸다. 손해보험사 간에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가정 실무표준(개편안)도 확정이 연기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3일 "회의를 주재하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해외 출장 일정으로 보험개혁회의도 28일에서 11월 4일로 한 주 연기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이 특정 시점에 급격히 낮아지는 모형(보수적 가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손보사들이 해약률을 높게 가정해 과도한 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보험개혁회의 이번 4차 회의에서 해약률 모형을 확정하려고 했다.
금융위 안은 해약률을 정할 때 보험 계약의 5년까진 경험 통계(보험사가 집적한 데이터)를 반영하고, 이후엔 해약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예측 모형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5년 시점부턴 해약률의 기울기가 가파르게 0에 가까워져, 보험 해지가 거의 없다는 전제로 회계처리를 한다.
이는 메리츠화재가 선호하는 모형이다. 이 모형을 적용하면 메리츠화재를 제외한 손보사는 초기(1~5년)에 인식하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미래에 줄 보험금(보험 부채)이 종전보다 늘어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의 검토안대로 가정을 바꾸면 보험계약마진이 감소해 이익이 줄고 부채가 증가해 지급여력기준(K-ICS)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무·저해지 보험을 많이 판매한 손보사일수록 킥스 비율이 많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위의 검토안대로 가정이 바뀌면 자본 확충을 추가로 하는 보험사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우려해 10개 손보사(삼성·DB·현대·KB·한화·롯데·NH·흥국·하나·MG)는 금융위에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실무표준에 관한 건의안(공동 의견서)을 제출했다.
손보사들은 공동 의견서를 통해 다른 가정 모형을 제시했다. 이 모형은 해약률을 정할 때 5년까진 경험 통계를 사용하고, 이후엔 해약률의 기울기가 완만히 0에 가까워지는 모형이다. 해약률이 완만히 낮아지면 보험사의 킥스 비율 하락도 덜하다. 자본 확충 부담도 줄어든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회의를 주재할 사람이 없다는 건 표면적 이유고, 가정 변경에 관한 보험사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려 논란이 있다 보니 보험개혁회의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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