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 로보락의 로봇청소기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46.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곳곳에서 중국산 로봇청소기가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중국에서 제조된 '에코백스 디봇 X2s(Ecovacs Deebot X2s)' 로봇청소기가 사람에게 욕설과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사건이 미국 곳곳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다니엘 스웬슨 변호사는 지난 5월 TV를 시청하던 중 자신의 로봇청소기에서 '끊어진 라디오 신호 같은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 같았다"라고 제보했다. 그러다가 로봇청소기를 연동한 애플리케이션과 리모컨, 카메라 등이 갑자기 오작동을 일으켰다. 스웬슨씨가 로봇청소기와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본 결과 라이브 카메라 피드와 원격 제어 기능 등이 해킹당한 흔적이 발견됐고, 급히 비밀번호를 바꿨다. 그는 “비밀번호를 재설정했는데 그 때부터는 청소기에서 ‘f--k’ 등 욕설과 성적이거나 인종차별적인 욕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로봇청소기가 마음대로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가 하면 10대 자녀가 알몸으로 샤워를 하던 화장실 앞을 빤히 (로봇청소기가) 쳐다보고 있었다며 "공포영화나 다름없었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로봇청소기의 해킹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자 국내 소비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카메라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기 때문에 해킹되면 사용자의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특히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 업체인 로보락이 올해 상반기 기준 점유율 46.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에코백스, 드리미, 나르왈 등 중국 업체를 모두 합치면 중국산 로봇청소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80%나 된다.
이번에 해킹 당한 로봇청소기는 모두 중국산 제품인 ‘에코백스 디봇 X2’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점유율 1위인 로보락 로봇청소기에 대한 해킹 사례는 알려진 바 없다.
에코백스 제품에 대한 보안 우려는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데프콘 해킹 컨퍼런스'에서 보안 연구원인 데니스 기스와 브레일린은 에코백스 로봇이 해킹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러 에코백스 로봇을 분석한 결과 블루투스가 로봇을 해킹하거나 원격으로 마이크와 카메라를 몰래 켜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 130m 떨어진 곳에서 블루투스를 활용해 로봇을 해킹하고 원격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제품이 해킹됐는지, 해커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백스 측은 결함이 수정됐으며, 11월에 기기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들은 "우리 집 로봇청소기도 중국 업체 제품인데 너무 불안하다", "집에 혼자 있는데 저러면 너무 무섭겠다", "로봇청소기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가정 내에서 로봇청소기를 비롯해 다양한 인터넷프로토콜(IP) 카메라의 해킹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IP카메라·웹카메라 등의 해킹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국내 제품을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정부가 국내 제품에는 IP캠 설치 때 비밀번호를 설정하도록 의무화했지만 해외 직구 제품은 그런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P카메라 등 홈네트워크 기기 해킹으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유추하기 쉬운 암호 사용하지 않기 △주기적으로 최신 보안 업데이트 △카메라 기능 미 사용시 카메라 렌즈 가리기 △침해사고 발생 시 인터넷침해대응센터(118) 신고 등의 보안수칙을 지키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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