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공무원 노동조합 전임 간부들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적용 방법을 두고 이어진 사회적 대화가 4개월여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들은 이에 대해 민간 노동조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한도를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고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23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는 전날 공무원근무시간면제심의위원회(이하 근면위) 제11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공무원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최종 의결했다.
공무원 근면위는 경사노위 위원장의 심의 요청일인 지난 6월 26일부터 4개월여 간 심의를 진행했으며 그동안 전원회의 11차례, 간사회의 9차례, 공익회의 5차례를 열고 의견을 조율해 왔다.
타임오프는 노조 전임자가 노조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조 활동에 활용한 시간을 근로로 인정한 뒤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동안 타임오프 제도는 민간·공기업 부문에만 인정해 왔는데, 이를 공무원 등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앞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도 공무원·교원 노조에 타임오프를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관련 법이 개정됐고 이번 의결로까지 이어졌다.
결정된 타임오프 제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무원 노동조합 설립 최소단위별 조합원 규모에 따라 총 8개 구간으로 구분해 연간 면제 시간의 한도를 부여했다.
구체적으로는 △299명 이하 최대 1000시간 △300~699명 2000시간 △700~1299명 4000시간 △1300~1999명 6000시간 △2000~3999명 8000시간 △4000~4999명 1만 시간 △5000~1만4999명 1만2000시간 △1만5000명 이상 2만8000시간이다.
다만 인사혁신처장이 행정부 교섭 등에 필요한 경우 연간 6000시간 이내에서 근무시간 면제 한도를 행정부 단위로 설립된 공무원 노동조합에 추가 부여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연간 사용가능인원은 풀타임(2000시간)으로 사용 가능한 인원의 2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정했다. 이는 면제시간을 쪼개 사용하는 인원을 제한한 조치다. 더불어 조합원 299명 이하의 사용가능 인원은 2명으로 결정했는데, 이로 인해 노조 간부 2명이 1000시간을 나눠 사용해야 한다.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 한도는 고시 2년 후 경사노위에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향후 재심의 과정도 밟게 된다.
경사노위 권기섭 위원장은 이날 의결을 마친 뒤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한도 의결은 지난해 말 사회적 대화 복원 이후 상호 간의 논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첫 노사의 합의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우리 위원회에서는 이번 노·정 합의의 경험과 자산이 미래세대 일자리를 위한 최근 사회적 대화의 흐름에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거센 반발하며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날 회의 시작 전부터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은 경사노위 건물 앞에 모여 “공무원 노조에도 온전한 타임오프를 보장하라”며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이후 근면위 공무원 대표위원으로 참석한 국가공무원노조 이철수 위원장은 “표결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졸속합의”라며 의결안에 반대표를 낸 후 회의장에서 퇴장하기도 했다.
의결안이 통과되자 두 노조는 반발을 이어갔고, 이에 이철수 위원장과 공노총 석현정 위원장, 전공노 경기지역본부 송형주 수석부본부장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를 두고 전공노는 “경찰이 정당한 항의를 하러 온 노조 대표자와 조합원들을 막고 강제 퇴거를 요청하며 물리력을 행사했다”며 규탄했다.
공무원노조가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는 타임오프 한도가 2022년 조합원 수 기준 민간의 약 51% 내외 수준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간 타임오프가 미적용됐던 공무원 노조를 정상화한다는 취지에서 보면 민간과 비교해 한도가 과도하게 낮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외에도 노동계가 지속 주장해 왔던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 노조에 타임오프 한도를 별도로 부여하거나 상급단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 역시 의결안에서 제외됐다.
공노총과 전공노는 의결 당일 성명서를 내고 “밀실야합으로 날치기 통과된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 한도와 관련해 강력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로 조합원 규모와 연간 시간 한도를 멋대로 설정해 민간노조의 근로시간 면제 한도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반쪽짜리 안’을 짜인 각본대로 통과시켰다”며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의 이익이 아닌 120만 공무원 노동자 모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제대로 된 타임오프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들의 각종 노동조건을 법률이나 정부 예산안 등을 통해 일괄 결정되는 특성을 고려해 상급단체를 통해 정부·국회와의 교섭·협의를 진행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이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국가직 공무원의 부·처·청·위원회별 배정, 연합단체 활동을 위한 배정 등 공무원 노사관계의 특성은 모두 무시됐다”며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제도를 정략적으로 이용 말라”고 지적했다.
이번 의결안은 경사노위 측이 고용노동부에 통보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즉시 시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의제기 등 별도 여론 수렴 절차 및 기간이 없는 상황이다. 그대로 진행된다면 다음 달 내 고시를 마쳐 현장에서 타임오프가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공노 박중배 대변인은 “공무원의 특수성 감안해 의견을 냈지만 전혀 수렴이 안 됐다”며 “민간 대비 51% 수준이라고 하지만, 일부는 실질적으로 3분에 1, 4분에 1인 경우도 있다. 이는 노조 활동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에 정당한 항의를 한 석현정 위원장 등을 강제 연행하기까지 했다”며 “공무원노조는 오는 29일 회의를 열어 향후 구체적인 투쟁 내용과 일정을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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