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는 新국제질서...韓기업, 공급망·기술·환경 다층적 이슈 대비해야"

"보호무역주의는 新국제질서...韓기업, 공급망·기술·환경 다층적 이슈 대비해야"

아주경제 2024-10-23 15:20: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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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경연 원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23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대응방향 세미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태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 버나드 호크먼 유럽대학연구소 교수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유명희 서울대 교수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경연 원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23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대응방향' 세미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태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 버나드 호크먼 유럽대학연구소 교수,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유명희 서울대 교수,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사진=한경협]

"차기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앞으로 '자유 무역주의'의 리더십을 수호하던 미국의 시대가 저물고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앞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글로벌 통상흐름의 '뉴노멀'로 부상했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정부는 새로운 통상질서 흐름에 부합하는 국제사회의 '매커니즘 디자인'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2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대응방향' 세미나에서는 미국 대선을 약 2주 앞둔 시점에서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대중국 견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통상장벽의 범위도 기존 수출통제 위주에서 해외직접투자 및 전문인력 이동 통제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리스 후보 당선 시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 기조가 대체적으로 이어지겠지만 노동, 인권, 환경 관련 통상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취임 직후부터 관세를 중심으로 통상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나드 호크먼 유럽대학연구소 교수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전체 통상정책 1806건 중 보조금 수단이 1030건으로 57.0%를 점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무역 연구기관 세계무역경보(GTA) 분석에 따르면, 2023년에 발표되거나 실행된 약 1800여개의 통상정책 중 70.9%가 선진국에 의해 실행됐으며 이 중 47.7%가 중국, EU, 미국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크먼 교수는 "최근 통상정책은 안보(25.7%), 첨단기술(20.6%), 저탄소기술(15.3%) 분야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기후변화대응(28.1%), 공급망안정성(15.2%) 등 비전통적 동기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만큼 각국 정부는 정책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정책 수행에 따른 파급효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환경, 기후변화 등 비전통적 동기와 관련해 공통된 이해관계를 지니는 유사 입장국들과의 협력이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유명희 서울대학교 교수는 "새로운 국제사회 질서가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자유무역시대가 저물고 내부 지향적인 산업 정책의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환경, 노동, 인권 등 가치와 연계된 통상정책이 자국 산업과 무역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미국의 대중 견제, 첨단 제조업의 자국 회귀, 보조금 정책 등으로 대표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강화될 것"이라며 "자국의 첨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보조금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WTO(세계무역기구), FTA(자유무역협정) 등 국제통상에서 보편적인 다자간의 툴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서 "무역수지, 환경, 불법 노동 등 어디서 리스크가 붉어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은 주변국에 따라 유연하고 다층적인 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하고, 공급망·핵심 첨단 기술·디지털·탄소중립 등 새로운 이슈로 통상정책을 세팅해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TO 지역무역협정위원회 의장을 지낸 이태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자유 무역주의 당위성에 의문을 품어본 적 없는 시대를 지나 보호무역주의가 주류인 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면서 "자유 무역주의를 '정상', 보호무역주의는 '비정상'으로 보는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야 한국이 가야할 길에 대해 보다 창의적 해법 모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국의 첨단산업을 통상 무기로 활용하는 경제안보 시대가 도래할때 가장 중요한 건 산업정책과 경제안보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보호무역주의가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현 상황에서 한국의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도 껴있기 때문에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가입 등 전략적 리더십을 높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한경협 연구총괄대표)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전세계 경제성장과 무역규모의 동행성이 약화되는 등 글로벌 각자도생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며 "WTO 중심의 다자경제질서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급속한 전환이 이뤄지는 만큼 한경협은 예상되는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기업들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원활한 대응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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