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전 산업군에서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트윈의 가상화기술은 SMR(소형모듈원자로) 혁신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탈탄소화, 분산화, 디지털 혁신이 맞물려 돌아가는 가운데 소형SMR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에너지 산업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가 모이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MR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았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2030년대부터 SMR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캐나다 SMR위원회는 이 시기에 연간 80GW의 전력 생산과 약 135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2035년까지 65~85GW의 시장이 구축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블룸버그 NEF는 2040년까지 무려 1376GW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SMR은 석유화학 플랜트, 수소 생산, 지역난방, 담수 생산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솔루션으로 부상 중이다. SMR의 유연한 설계는 그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키는 분위기다.
디지털 트윈의 가상화기술은 SMR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리적 현상을 디지털로 구현해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은 SMR의 설계·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식별하고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에서 SMR을 선택해야 이유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SMR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의 주요 구성 요소를 통합한 혁신적인 형태로, 전기 출력이 30만kW 이하인 원자로를 말한다. SMR의 진정한 장점은 모듈화된 설계를 통해 공장에서 제작된 후 현장에서 신속히 조립함으로써 건설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지역에서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특징도 있다. SMR은 간헐성이 문제인 재생에너지의 완벽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SMR이 재조명받는 이유는 명확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존 원전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로 설계돼 방사능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고, 사고 발생 시 붕괴열이 적어 안전성이 강화돼서다. 차세대 에너지 솔루션으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배경이 될 수도 있다.
다(多)물리 시뮬레이터의 결합은 SMR의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체의 흐름과 열전달을 정밀하게 모델링해 SMR의 설계·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 같은 시너지 효과는 SMR 기술이 보다 신뢰성 있는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SMR 기술 개발에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원자력 산업 생태계 강화를 내세우며, 독자적인 SMR 노형 개발과 연구에 집중 투자하는 모습이다.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한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설계도 진행 중이다. 한국이 SMR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다.
SMR이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이에 대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SMR을 선택하며 원전 관련 주식들이 급등하는 흐름이 포착된다. 아마존이 SMR 개발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도미니언 에너지’, ‘에너지 노스웨스트’, ‘X-에너지’ 등에서 전력을 공급받기로 한 결정은 SMR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SMR 시장의 확대와 함께 원전 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선 이에이트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이트는 ‘가상원자로 시뮬레이션 통합 플랫폼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총 1035억원 규모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고신뢰도 가상원자로를 활용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신속히 검증하고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으로 국책 연구기관들과 추진하고 있다.
류수영 이에이트 플랫폼사업본부장 전무이사는 “이에이트는 어느 기업보다 훨씬 빨리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시장에 진입했고, 스마트시티, 재난재해, 이차전지, 전기전자, 에너지,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레퍼런스를 쌓아 왔다”며 “이 같은 기술력과 사업적 노하우로 고도화된 전문성이 강조되는 딥테크 산업에 대한 공격적 확장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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