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굿파트너> 김준한의 멜로드라마

part 2. <굿파트너> 김준한의 멜로드라마

에스콰이어 2024-10-23 14:00:00 신고

3줄요약
니트, 셔츠, 타이 모두 보테가 베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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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의 드라마에서 한 활약들은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엔 ‘서브병 유발자’라는 별명이 있더라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의 안치홍도 〈굿파트너〉의 우진만큼 크게 사랑받았으니까요.
대본을 너무 잘 써주셔서 제가 좀 찾아서 열심히 해볼 건덕지들이 많았어요. 생각해보면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헤롱이 유한양(이규형 분)의 동성 연인으로 나오는 송지원 역도 분량이 많지는 않았는데 많이들 찾아서 봐주셨더라고요.
대본을 잘 써줬다고 배우가 느낀다는 건 작가가 그 캐릭터를 그만큼 사랑했다는 거고, 그 캐릭터가 준한 씨에게 갔다는 거겠죠. 애정이 없는 캐릭터는 좀 평면적으로 그려지거든요.
맞아요. 항상 그걸 느꼈어요. 제가 맡은 캐릭터에 작가님의 애정이 담겼다는 느낌을요.
〈굿파트너〉를 보면서 김준한이 연기하는 심장 부서지는 듯한 격정의 멜로를 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더라고요. 시청자 반응에도 준한 씨의 ‘멜로 자질’에 대한 얘기가 많아요.
저 역시 그런 댓글들을 많이 봤어요. 제가 하는 격정 멜로 연기를 보고 싶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저도 너무 하고 싶어요. 그런데 요새 멜로 드라마 자체를 잘 만들지 않는 세상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한국형 멜로물들이 흥행하던 시기가 있었죠. 박진표 감독님의 〈너는 내 운명〉이라든지, 허진호 감독님의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엇갈리는 사랑을 그린 영화들이 있었죠. 저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들이고 너무 하고 싶은데, 아마 투자가 쉽지 않은 기획인 것 같아요.
아쉽네요.
그렇죠. 저도 그런 시장이 조금은 있었으면 좋겠어요. 문화는 다양성을 필요로 하니까요. 제가 학번으로 따지면 02학번이거든요. 제 나이의 사람들이 한창 마음이 몽글몽글할 때, 그때 허진호 감독님의 〈8월의 크리스마스〉나 전도연 선배의 〈접속〉 같은 영화들이 개봉했지요. 중학생 때 혼자 극장에 가서 〈8월의 크리스마스〉를 봤던 기억이 나요. 그 나이에 뭘 안다고 그걸 보러 갔는지….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뭔가가 느껴지긴 했어요. 아주 어렴풋한 감각인데, 좋았어요.
저도 비슷한 세대인데 중고등학생 때 극장에 가서 혼자 타르코프스키니, 데이비드 린을 찾아 봤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봤어요.
근데 좋았죠? 논리적으로 그게 왜 좋은지 설명할 순 없고, 구조적으로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겠지만, 좋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걸 찾아서 봤겠죠. 구조적인 이해와 논리만이 다가 아니거든요. 그게 또 영화가 주는 매력인 것 같아요.
하여튼 다행히도 그 시절 멜로의 DNA가 지금 준한 배우의 어딘가에는 각인되어 있다는 거군요.
그렇죠. 사실 지금도 제 몸 어딘가에 흐르고 있죠.
그런 게 연기에서 묻어 나와서 시청자들이 반응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지 않을까요? 무의식 속에 그런 멜로 감성, 애틋함, 또 조심스러움 같은 게 묻어 나왔을 거예요.
오, 애틋함! 배우 김준한의 눈빛과 딱 들어맞는 단어예요.
제가 참 운 좋게도 지금까지 고민하고 고민한 뒤에야 행동하는 캐릭터들을 맡아왔어요. 이번 작품의 정우진도 그렇고, 안치홍도 그랬거든요. 그래서 그런 캐릭터들을 공부하면서 계속 ‘진짜 친절함이란 뭘까? 정말 좋은 사람이란 어떤 걸까?’를 계속 고민했거든요. 그런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 노력이 우리 눈에도 보여요.
봐주시는 분들이 더 대단한 것 같아요. 물론 연기하는 저 역시 고민해서 하지만, 늘 그 노력 이상으로 해석해서 봐주시는 걸 저 역시 목격하거든요. 늘 감탄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요?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걱정됐던 게, 지금처럼 아예 차은경을 향한 연정을 안 보여주는 연기를 하면 시청자들마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게 아닐까, 계속 걱정했어요. 은경을 향한 애정도 그렇고, 정우진이라는 캐릭터의 선함도 그렇고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심지어 제가 악역도 자주 맡았잖아요. 직전 작품들인 〈리볼버〉의 신동호도, 〈안나〉의 최지훈도, 〈보호자〉의 강성준도 전부 악역이었던 터라 자칫 이렇게 선의를 감추는 연기만 하다가는 시청자들이 정우진을 악역으로 오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거든요.
아!(웃음) 너무 재밌네요. 중반까지 뭔가 큰 비밀을 가진 사람처럼만 그려지니까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저런 행동들을 하는지가 제대로 설명이 안 되는 장면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시청자들은 작가님의 의도대로 다 잘 읽어주시더라고요.
(웃음) 에이, 그런데 솔직히 처음부터 눈빛에서 다 보였어요. 정우진이 차은경을 바라보는 눈동자 자체가 멜로 눈동자잖아요.
제가 그렇게까지 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하네요. 근데 그 마음을 드러내지는 않으면서 처음부터 절대적으로 가지고는 있으려고 했고, 그 감정을 정말 소중히 다루긴 했어요. 은경에게 애정을 바탕으로 바깥을 맴돌면 진심으로 그 사람을 걱정하려 노력했지요.
전 〈굿파트너〉에서 우진과 은경이 자주 찾는 떡볶이집이 극 중의 오아시스처럼 마음 기댈 공간 역할을 해줬다고 봐요. 그리고 우진은 그 공간을 따듯하게 해주는 주인공이었죠.
그 공간에선 다들 주인공이었어죠. 그런데 그 공간이 극 중에서 시청자들의 감정을 쉬게 해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 맞는 것 같아요. 그 떡볶이집이 감정의 충전소 같은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명도 그렇게 따듯한 색으로 예쁘게 세팅해주신 것 같고요.
그런데 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김준한의 연기는 〈보호자〉에 나오는 강성준(김준한 분)이나 〈리볼버〉에 나오는 신동호의 비열한 모습이기도 해요. 정말 소름 끼치게 비열하게 나오잖아요.
그래서 연기라는 게 재밌어요. 사실 그렇게 비열하고 저열한 인간의 모습을 그릴 때는 배우들이 할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인간들은 자꾸 뭔가를 하려는 인간들이거든요. 세상에 그리고 주변에 존재감을 알리고 싶어 하는 ‘관심종자’의 성향도 있지요. 애드리브가 들어갈 수도 있고, 다양한 표정을 지어볼 수도 있지요. 반례를 들자면 우진이는 자기를 자꾸 지우는 인물이에요.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그냥 뒤에서만 서 있어주려고 하는 이런 인물들이죠. 악역을 맡았을 때 ‘인생 캐릭터’라는 찬사를 받고 주목받는 경우가 많은 이유기도 하죠.
〈리볼버〉를 보면서 정말 얼굴 근육을 잘 쓴다는 생각도 했어요. 연기도 결국은 몸을 쓰는 예술이라 평소에 다양한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필요하죠. 평소에도 조금씩 이렇게 저렇게 얼굴을 좀 써보려고 해요. 다양한 표정들을 찾아두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그건 말하자면, 신체 능력을 만들어두는 과정이에요. 테니스를 칠 때 훈련 과정에서는 구분 동작으로 포핸드와 백핸드를 연습하고, 완벽한 폼을 익히죠. 그런데 막상 시합에 나가면 그런 연습 과정들을 그대로 반복할 틈은 없어요. 그냥 공이 오면 ‘팡’하고 쳐내는 거죠. 마찬가지예요. 폼을 올리기 위해 연습을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폼은 신경 쓰지 않아요.
멋진 비유네요. 〈리볼버〉 때는 배역을 위해 살도 좀 찌웠죠?
그때가 제 인생 최대 몸무게였어요. 지금보다 8~9kg은 더 나갔죠. 넉살 좋고 비열한 형사 역이었으니까요.
이번에는 또 보통의 몸무게에서 한참 뺐잖아요.
맞아요. 지금도 살짝 찐 상태인데, 보통의 몸무게에서 9kg을 감량했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신동호의 비열함을 연기할 때는 여러 선택지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정우진은 대부분의 대사가 일상어였어요. 그래서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모든 걸 덜어내고 뒤에서 배경처럼 지지해주는 느낌을 내기 위해 반듯하고 든든한 느낌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서 있을 때, 앉아 있을 때의 자세 하나에서도 정돈된, 깔끔한 느낌이 나게 하려다 보니 다이어트를 해야겠더라고요. 그리고 우진은 은경을 사랑하는 남자니까 일단 잘생겨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외모가 평범한 편이고 그게 또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에는 좀 예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이어트를 좀 힘들게 했죠.
에이, 평범은 절대 아니고요. 엄청 아름다워요.
(웃음)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긴 한데, 전 정말 제 평범함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슬리브리스 톱 1017 알릭스 9SM. 팬츠 렉토. 셔츠, 타이, 벨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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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맡은 캐릭터들 중에서 누굴 가장 사랑했던 것 같아요?
다 사랑했죠. 심지어 악역들에게조차도 애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안치홍을 연기하고 떠나보내야 했을 때는 정말 슬펐어요. 정우진 캐릭터와 헤어질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일단 정우진은 캐릭터 자체가 행복을 향해 나아가며 끝나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치홍이랑은 작품이랑 이별하는 것도, 캐릭터와 이별하는 것도 좀 힘들었어요.(김준한이 연기한 ‘안치홍’은 시즌2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소위 ‘꼴값’을 좀 떨었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테마 곡인 토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들으면서 서울의 거리를 하염없이 걸었죠. 짝사랑했던 채송화 교수님(전미도 분)이 마지막 선물로 주신 슬리퍼를 바라보던 장면을 회상하면서요.
축축하네요. 정말 진하게 사랑하셨군요.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도 너무 컸고, 안치홍이라는 인물의 서사도 사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아까 잠깐 한 얘긴데, 장르적 특성이나 내러티브에 희생되는 캐릭터들도 있지요. 캐릭터가 하는 행동이 납득이 안 될 때도 있고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요?
예전에는 그걸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감독님한테 물어보는 스타일이었어요. “이 행동이 말도 안 되는 건 아닐까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어떤 캐릭터에서도 ‘말도 안 되는 행동’이란 건 없어요. 모든 게 말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이제는 무엇이든 어떻게든 납득해서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설명이 좀 어려운데요, 어떻게든 이해해내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는 엄청 물어봐요. 그래서 감독님들 괴롭히는 배우 중 하나입니다.
그런 것치고는 재구매율(웃음)이 굉장히 높은 배우세요. 신원호 피디도 정우성 배우 겸 감독도 김준한 배우를 다시 불렀잖아요.
어떤 감독님들은 제 그런 모습을 고마워하기도 하지만, 괴롭게 생각하는 분들도 분명 있으실 것 같아요. 베테랑 배우님들 중에는 그런 과정 없이도 찰떡같이 이해해서 결과물로 보여주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물어보고 상의하고 고민해야 나오거든요. 그래도 지금까지는 감독님들이 “같이 고민했던 그 결과물이 좋았던 것 같아”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좀 뜬금없는데요, 멜로드라마 같은 사랑은 해봤나요?
그런데…이걸 너무 특정해서 얘기하면 그분이 좀 싫어하실 것 같아요. 정말 서툴고 뜨겁게 사랑했던 건 아무래도 어린 시절 20대까지였죠. 제가 20대 때는 지금과 정말 많이 달랐거든요. 거칠었어요.
그때의 격정이 연기의 자산이기도 할 것 같아요.
정확해요. 서툴게 밀어붙이고, 이기적으로 굴고 서로 생채기를 내면서 했던 사랑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그냥 적당히 해봤으면 사랑이 뭔지 표현을 잘 못했을 것 같아요. 내가 경험했던 격정이 곧 나의 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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