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이기도 한 광주는 코를 찌르는 금목서 향, 광주극장에서 열리는 영화제와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예술 축제들까지 지금 광주를 가야 할 이유가 셀 수 없이 많다. 광주에서 하루를 알차게 채울 특별한 스폿을 소개한다.
코스 1 영화, 책, 그리고 빵 (광주 극장-빵과 장미-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 광주극장 }
@cinema_gwangju_1933
@cinema_gwangju_1933
한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극장. 상영관 하나로 1933년부터 90년 가까이 충장로골목을 지켜왔다. 붓으로 직접 그린 포스터가 시선을 끌고 키오스크 대신에 직원이 실물 영화표를 발권해준다. 소박하고 아늑한 극장 분위기는 타임머신을 탄 채 과거로 돌아간 듯하다. 음료도 더치커피, 허브차, 아이스티로 단출하다. 79해째부터 매월 10월 열리는 광주극장 개관 영화제(10.18~11.3)에 이어 광주여성영화제(11.6~10)도 놓치지 말 것.
주소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46번길 10
{ 빵과 장미 }
광주극장 바로 옆에 위치한 동네 빵집. 비건 지향과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며 파종부터 제빵까지 전 과정을 세심히 기록할 정도로 빵에 담긴 철학이 느껴지는 곳. 푸가스, 치아바타처럼 자연 발효 식사빵이 주력이다. 매번 속재료가 조금씩 달라지는 채소 샌드위치는 이곳의 강력 추천 메뉴. 낮술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겠다면 홍성의 마이크로 브루어리 ‘이히 브루’의 수제 맥주와 함께 피자를 맛봐도 좋다.
주소 광주 동구 충장로46번길 8 1층
{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
마그리트의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패러디한 서점 이름답게평범한 동네 책방이 아니다. 세심함이 엿보이는 책 큐레이션은 기본. 중고 서적 매대, 표지를 보지 않고 선물할 수 있는 포춘(fortune) 시집까지. 카페 겸 칵테일 바, 북토크와 콘서트가 열리는 작은 공연장 역할도 하며 ‘환대’의 장소로 기능한다. 손수 제작한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책의 수호신 인형인 ‘북북이’를 눈여겨 볼 것!
주소 광주 동구 충장로22번길 8-12 101호 (1층)
코스 2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일빌딩245-지산골온천보리밥)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asianculturecenter
@asianculturecenter
충장로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이곳은 무안군으로 옮긴 전남도청의 터였다.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지인 셈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인권과 평화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승화한다는 배경으로 세워졌다. 이름 그대로 아시아 문화를 연구하고 알리는 일을 한다. 광주 읍성터부터 전남도청 건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까지 장소에 아로새긴 기억을 기리기 위해 주변 지형물을 활용한 2024 ACC 야외전시 ‘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 (10.15~11.24)을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주소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 38
{ 전일빌딩245 }
사진/ 플레이광주 제공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에 의한 계엄군의 사격 탄흔이 남아있는 역사적 빌딩이다. ‘245’는 헬리콥터에서 정조준 사격한 횟수를 의미한다. 내부에 마련된 ‘245개의 탄흔’ 장소는 총탄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장소다. 옥상 ‘전일마루’ 전망 덱에 오르면 무등산과 조선대학교 건물이 훤히 보인다. 1층에 한강 작가의 작품 30여점을 비치한 '소년이 온다' 미니 북카페를 연말까지 운영한다고.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근처에 있어 들러봐도 좋다.
주소 광주 동구 금남로 245
{ 지산골온천보리밥 }
사진/ 지산골온천보리밥 업체 제공
배가 출출해졌다면 무등산 근처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산행하지 않아도 괜찮다. 목적은 보리밥과 무등산 막걸리 한 잔. 주문과 동시에 인원수 별로 쌈 채소와 열 가지 넘는 밑반찬, 된장찌개와 양푼에 담긴 푸짐한 보리밥이 나온다. 특별한 것 없어 보여도 반찬을 양푼에 넣고 비비면 생각이 달라질 터. 날이 좋다면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길 권한다.
주소 광주 동구 지호로127번길 29
코스 3 낭만 가득 밤 산책 (양림동-사직공원-백수 간재미)
{ 양림동 골목길 }
금목서와 은목서가 흐드러지게 피는 양림동은 오래된 동네다. 광복 후 많은 예술인이 머물기 시작하면서 예술인 마을이 되었다. 그 사이로 한옥 건물과 오웬기념각 등 근대 건물, 창고와 빈집을 개조한 현대적 문화공간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둑해진 저녁 무렵 산책하기에 좋다. 지금은 마을 기획자와 지역 예술가들이 주도한 ‘양림 골목 비엔날레’가 한창이다. 축제는 11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주소 광주 남구 천변좌로446번길 7
{ 광주 사직공원 }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양림동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사직공원은 봄에는 벚꽃이 피고, 가을에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다보는 시내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밤 산책 코스로 광주 시민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장소. 도시 전역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무료 전망대도 있다. 주변에 조성한 빛의 숲은 숲길에서 미디어 아트를 즐길 수 있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주소 광주 남구 사직길 49
{ 백수 간재미 }
공원 한바퀴를 거닌 후 노포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 메뉴는 딱 하나, 간재미 무침이다. 간재미는 가오리의 새끼를 칭하는 전라도 방언이다. 새콤달콤한 특제 고추장소스에 무친 간재미의 오독오독한 식감과 아삭한 미나리의 향이 별미다. 같이 내주는 돌김에 싸 먹으면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무뚝뚝하지만 왠지 정이 가는 주인이 끓이는 얼큰한 지리 국물과 술 한 잔이면 밤이 끝나지 않길 바라게 된다.
주소 광주 남구 사직길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