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소영 기자] 의료계가 의료개혁 숙론회를 시작으로 여야의정협의체까지 정부와의 공개적인 대화 자리에 나서고 있다.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며 사회 안팎으로 압박이 심해지고, 정부 정책에 의료계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인식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0일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정부와 숙론회를 가졌다.
의료개혁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우리 의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공개된 자리에서 성숙한 논의를 하자는 취지였다.
해당 토론회에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참여해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의 입장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해당 토론회에 대해 의료 농단의 주범과 야합하는 이적 행위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토론회 진행 중에도 정부의 정책 강행에 대한 비판이 고성으로 터져나와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경색됐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반면 사회 안팎에서는 의료계가 정부와의 공개적 대화에 나서기 시작한 첫 걸음으로 해석하며 의미를 뒀다.
정부 역시 해당 토론회에 의미를 부여하며 의료계가 계속해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주길 희망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토론회에 대해 언급하며 "서로의 입장차이를 좁히지는 못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의료계에 여야의정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주길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이번 의료개혁 토론회처럼 별도의 형식을 제안해도 좋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해당 토론회에 대해 정부가 기존 입장의 프로파간다를 목적으로 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다시 한번 정부와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정과 참석자는 미정인 상태이지만 2차 토론회에서는 의료의 지속 가능성과 의료비용 등 재정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비대위가 정부와의 공개적 대화를 시작하며 트인 물꼬는 2개월 가까이 표류 중이던 여야의정협의체(협의체)까지 연결됐다.
대한의학회,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인한 의료의 붕괴를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다"며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며 "대한의사협회(의협) 중심의 하나된 목소리를 강조하며 힘을 보태왔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협의체에 참여해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의협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의협은 현시점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도 "두 단체의 결정을 존중하며 부디 의료계 전체의 의견이 잘 표명될 수 있도록 신중함을 기해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강희경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원장 역시 "의학회의 보도자료에 한줄 한줄 모두 동감했다"며 "의학회, KAMC의 결단에 응원을 보내며 모쪼록 논의가 잘 이뤄져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하루빨리 건강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실 역시 "대한의학회와 KAMC의 협의체 참여를 환영한다"며 "정부는 향후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일부 의료계만 참여하더라도 협의체를 출범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바 있다. 두 단체의 참여로 인해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전히 남은 숙제도 있다.
의료 공백 상황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은 여전히 협의체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히는 글에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원 학생협회 손정호·김서영·조주신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을 함께 게재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의료대란 사태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전공의들이 아직 참여의 뜻을 밝히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부여당은 협의체에 전공의들이 참여할 여건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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