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잉여금으로 결손금 보전…중장기 IPO 재추진 포석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와중에 재무 위기 논란에 휩싸인 컬리가 회계상의 2조원대 결손금을 털어내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23일 김포물류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자본잉여금의 결손보전 및 이익잉여금 전입' 안건을 승인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컬리의 자본잉여금은 2조3천595억원, 결손금은 2조2천708억원이다.
상법(제461조의 2)은 회사의 적립된 자본준비금 및 이익준비금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때 초과 범위 내에서 결손을 해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근거해 컬리는 자본잉여금 중 자본금 42억원의 1.5배인 63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조3천532억원으로 결손금을 보전했다. 보전 후 남은 823억원은 이익잉여금으로 전입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말 공시되는 3분기 사업보고서부터 재무제표상 결손금이 이익잉여금으로 표기된다.
컬리가 장부상의 결손 해소에 나선 것은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재무 건전성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티메프가 매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 건전성이 허약한 상태에서 순식간에 무너진 만큼 주요 업체의 손익 구조와 결손금 규모가 주목받았다.
컬리 측은 "결손금 중 상당 부분이 실제 손실이 아닌 회계상 착시임에도 재무 위기가 있는 것처럼 오해받았다"며 "이번 결손금 보전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컬리는 2022년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그해 8월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시장 환경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1월 상장 추진 작업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컬리는 올해 상반기 조정 법인세·이자·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고강도 비용 절감 노력과 화장품 등의 신사업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첫 월간 EBITDA 흑자를 달성한 이래 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3분기와 4분기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연간 EBITDA 흑자까지 바라보고 있다.
컬리는 이를 기반으로 수년 안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이룬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당장 구체적인 IPO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장부상의 결손금 해소와 수익 개선 기조가 향후 IPO 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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