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연합 전선’ 확대…“테슬라‧중국차 영향력 견제”

완성차 업계 ‘연합 전선’ 확대…“테슬라‧중국차 영향력 견제”

투데이신문 2024-10-23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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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GM이 포괄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와 GM이 포괄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파트너십이 늘어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원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친환경 전기·수소차가 주목받으면서 상호 협력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테슬라와 중국산 전기차 급부상 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다자간 업무협약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토요타·BMW·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이른바 ‘적과의 동침’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기술개발부터 생산에 이르는 포괄적 협력을 추진했다. 완성차 업체 중 세계 3위인 현대차와 5위 GM이 손을 잡으면서 업계에서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 

두 회사는 친환경 이동 수단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 공동 생산·개발 분야에서도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GM과 업무협약 체결 당시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주요 시장과 차량 세그멘트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가 보유한 전문성과 혁신적 기술을 기반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대차는 이달 4일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웨이모의 5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를 현대 ‘아이오닉 5’에 탑재해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로봇 분야에서도 토요타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토요타리서치연구소(TRI)가 개발한 AI(인공지능)를 적용해 범용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목표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 로봇은 완성차 생산공정에 투입, 생산성을 높이는 등 폭넓게 활용될 예정이다.

NH투자증권 조수홍 연구원은 “현대차의 협업의 연결고리가 GM, 웨이모에 이어 토요타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중장기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현대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협업의 연결고리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토요타는 BMW와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토요타와 BMW는 지난 8월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친환경이동수단인 수소차 분야에서의 제휴를 강화하기도 했다.

현재 수소차는 높은 가격과 부족한 충전소 등으로 인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토요타와 BMW는 이번 제휴를 통해 비용이 많이 드는 수소연료전지나 기타 부품들을 통합해 수소차의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양사는 유럽 내 수소 충전 인프라도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

토요타가 해외에 눈을 돌리고 있는 반면 혼다와 닛산 등 일본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연합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동맹을 통해 일본 완성차업계에서는 새로운 세력 구조들도 생겨나고 있다. 닛케이 신문 등 현지 언론은 일본 시장이 토요타 자동차 그룹과 혼다·닛산·미쓰비시 동맹의 양대 진영으로 재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3월 일본 자동차업계 2위, 3위인 혼다와 닛산이 손을 잡았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닛산이 34.01%의 지분을 보유 중인 미쓰비시까지 대열에 합류했다. 혼다·닛산·미쓰비시는 전기차 부품 공통화, 주요 부품 공동 개발, 소프트웨어 공동 설계 등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합종연횡은 시장에서 영향력을 점점 높이고 있는 테슬라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항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기술을 선도하는 테슬라와 저가 제품을 양산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서로가 가진 장점을 융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 간의 협력 강화는 시장 변화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나의 브랜드가 가진 기술과 제품만으로는 모빌리티 분야의 변화를 선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업체 간 합종연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업체간 연합이 비용 절감이나 새로운 시장 진출에 유리하다고 평가했으며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걸 견제하기 위해 이러한 협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 완성차 기업들끼리 협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덕대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전기차 캐즘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이 되는 가운데 자동차 회사들이 다양한 차종을 개발하고 R&D예산과 시간을 투자하는게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다”며 “전략적 동맹은 공동 개발·비용 절감 등을 통해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 회사들과의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규모가 큰 만큼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합자 회사 설립이나 투자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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