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일 대기자의 CEO 탐구 33]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성일 대기자의 CEO 탐구 33] 이재현 CJ그룹 회장

CEONEWS 2024-10-23 10:54:02 신고

3줄요약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CEONEWS=조성일 기자] 우리나라 최고 그룹 창업자장손이란 수식어만 보고 혹시 삼성 회장을 떠올렸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그의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삼성을 창업했으니, 그건 맞다. 하지만 그는 오래전 삼성에서 분가한 ‘CJ그룹회장이므로 삼성과 관련이 없으니, 그건 틀린다. 이제 우리가 탐구하려고 하는 CEO가 누군가 오롯이 떠올려질 거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이다. ‘은둔형경영자로 다가오는 이재현 회장은 재벌 오너라기보다 최고경영자이고 싶어 한다. 건강 문제가 크게 부각하기도 했지만, 거뜬히 극복한 오뚝이 CEO 이 회장이 최근 활발한 공개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이재현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 부장관을 만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 부장관을 만나고 있다.

 

아랍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한 CEO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지난 5월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을 만난데 이어 9월엔 아예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갔다. 둘 다 K-컬쳐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중동 지역의 시장 잠재력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자원 의존 경제를 탈피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CJ가 우리나라 문화산업을 견인하는 그룹이라는 건 이제 국민에게 상식이 될 만큼 엄청난 투자와 성과를 내고 있다. 아카데미 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을 비롯하여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맨손으로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어 대성공을 거둔 거다.

우리는 기억한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그의 누나 이미경 부회장이 남동생인 재현 회장에게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언제나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고 한 말을. 남매가 역할 분담하여 이룩해 낸 쾌거다.

워낙 콘텐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CJ가 콘텐츠만 생산하는 그룹으로 오해할지 모르겠는데, 식품, 바이오, 물류, 유통 분야에서도 국민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든 생활밀착형 기업 집단이다.

 

이재현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CJ올리브영 본사에서 임직원들과 만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CJ올리브영 본사에서 임직원들과 만나고 있다.

 

순수 국내파 오너십 CEO

 

이재현 회장은 그룹 오너의 자손 중 해외 유학을 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CEO로 유명하다. 시쳇말로 토종 경영인이다.

그는 고려대 법대를 나온 후 주위의 예상을 깨고 MBA를 하기 위해 해외 유학을 가는 대신 씨티은행 서울지사에 취직했다고 한다. 더더욱 그의 선택은 의외였다. 대학원 진학 대신 취직한다면 으레 삼성이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거다. 그는 이병철의 손자이맹희의 아들이란 후광을 업고 사회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에서 2년을 근무한 이재현은 할아버지의 불호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일제당(현재 CJ제일제당)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창업자의 손자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오로지 이재현으로 인정받으려 했다.

그래서인지 과장으로 진급했으나 임원의 특별 배려로 책임지지 않은 자리를 주자 1년 동안 싸운(?) 끝에 책임지는 자리를 받았을 정도였다.

그의 경영 공부의 스승은 외삼촌이자 할아버지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 손경식 회장이다. 당시 안국화재보험(현 삼성화재해상보험)에 다니던 손 회장은 그를 개인지도 하듯 가르쳤고, 부기와 같은 경영 관련 학문은 독학으로 터득했다.

제일제당에서 근무하던 이 회장은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삼성전자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 회장은 1993CJ가 삼성그룹과 분리돼 독립경영을 선언하면서 제일제당으로 돌아왔다.

 

미국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영화 기생충 작품상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미국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영화 기생충 작품상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식품 제조업에 문화 콘텐츠를 입힌 CEO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일제당의 경영을 맡은 이재현 회장은 CJ의 혁신을 주도했다. 설탕과 밀가루 중심의 식료품 제조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때 이 회장이 주목한 분야는 문화 분야였다. 1995년 초 이 회장은 예상 밖의 통 큰 투자를 감행한다. 미국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했던 거다. 식품 제조업과는 단 하나라도 관련이 없는 영화 분야라 임원들의 반대가 극심했음은 말하나 마나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문화사업은 누나 이미경 부회장이 주로 맡아서 진행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바대로다. 식품제조업체 CJ가 문화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이루 CJCJ올리브네트웍스, CJ오쇼핑, CJ대한통운, CJ건설, CJ헬로 등을 인수·설립하면서 지금의 CJ그룹을 일궜다.

CJ그룹의 4대 성장엔진은 ‘C.P.W.S’로 상징된다. ‘C.P.W.S’Culture(문화), Platform(플랫폼), Wellness(웰니스), Sustainabilityd(지속가능성)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2022년부터 향후 5년간 2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CJ는 식품이나 문화 분야 모두 국내시장은 물론이거니와, 해외에서도 크게 성성장하면서 한류 확산에 크게 기여하는 글로벌기업으로의 위상을 확보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광교신도시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식수를 마친 뒤 밝은 모습으로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광교신도시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식수를 마친 뒤 밝은 모습으로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소탈하고 검소한 창의 경영실천자

 

그래서 경영계는 CJ의 이런 성장과 발전을 견인해 낸 이재현 회장의 리더십에 주목한다. 이 회장의 리더십은 크게 다섯 가지를 꼽는다. 비전과 투자, 글로벌 전략, 혁신과 지속가능성, 조직문화와 인재 육성, 상생과 협력.

이 다섯 가지 리더십을 각론 별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충분히 알 것이다. 다만 이걸 알고만 있느냐, 실천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 이 회장은 실천했기에 성과를 냈다.

이재현 회장은 중요한 건 회의 하루 전에 미리 보고를 받는다고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면 회의에서 제대로 논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미리 이해한 다음 실무자와 논의한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결정적인 실수가 아니면 임직원들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신뢰한다. 그래서인지 국내 대기업 중 앞장서서 선진적 근무 환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임직원 모두 계급장 대신 이름에 자만 붙여 부르는 호칭 파괴와 복장 자율화, 유연 출퇴근제 등을 실시했다. 청년들이 들어가고 싶은 직장을 만든 거다.

이렇듯 직원들이 만족하면 자연스럽게 창의성이 발휘되고, 그 창의성은 회사 발전을 견인한다. 이게 바로 이재현 회장이 추구하는 창의 경영이다. 대학 시절 버스를 타고 다녔고, 도서관 교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할 만큼 검소한 이재현 회장은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할아버지가 입던 양복과 구두를 물려받아 지금도 가끔 입고 다닌다는 이재현 회장은 겸허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그는 할아버지의 경영철학이었던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를 늘 새긴다고 한다.

이재현 회장은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CJ를 일궈왔다. 그는 지금 ‘K-콘텐츠‘K-푸드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K컬처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꿈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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