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소독 관리를 제대로 안 하는 병원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내시경 검진 및 소독 현황'에 따르면, 전체 국가건강검진기관 2만 8783개소 중 593개소가 내시경 소독 관련 부적정을 받았고, 그중 의원급이 80.1%에 달한다.
내시경 검진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내시경 소독 관리는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5년간 위 내시경 소독 관련 부적정 사례 375건 중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의원급 비율은 2019년 75%에서 2023년 87%로 증가하고 있다.
대장 내시경 소독 관련 부적정 사례 218건 중에서도 의원급 의료기관이 87%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의원급 비율은 2019년 63%에서 2023년 87%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행 복지부 고시에는 내시경 소독과 관련해 소독액 노출시간, 종류 및 세척 방법만 정의돼 있다. 내시경 소독액의 장기간·반복 사용 및 폐기 관련 내용은 별도로 없다.
백종헌 의원은 "내시경 검진을 받는 환자들이 소독되지 않은 내시경으로 질병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소독 부적정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우려가 된다"라고 전했다.
내시경은 소독 문제 외에도 여러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이다.
지난달 내시경 중 환자 장기에 손상을 입힌 의사에게 유죄가 선고되는 사건이 있었다. 9월 2일 인천지법 형사 5-1부(부장판사 강부영)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A(74)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대장내시경 중 환자의 장기에 천공(구멍)을 냈다. 이후 양측간 법적인 다툼이 벌어졌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A 씨는 2021년 4월 21일 오전 9시 10분쯤 경기 부천의 한 내과의원에서 70대 여성 B 씨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다가 B 씨의 결장에 천공을 냈다.
B 씨는 대장내시경 직후 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사흘 뒤 급성 복통으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결장 천공과 복막염 진단을 받고 이튿날 수술을 받은 후 10여일 뒤 퇴원했지만 재발해 일주일간 또 입원해야 했다.
결국 B 씨는 A 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의료과실이 발생했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A 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환자 나이가 많고 과거 자궁적출 수술을 받아 결장이 좁아진 상태였다"며 "이런 경우 의사는 내시경을 조작할 때 대장 벽에 부딪혀 천공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결장에 내시경이 잘 들어가지 않자 무리하게 삽입을 시도했고, 결국 내시경이 결장 벽에 부딪혀 천공이 생겼다"고 판단했다.
A 씨는 반박했다. 그는 1심 재판 과정에서 "대장내시경 검사 시 천공 합병증의 빈도가 0.8% 이하로 발생해 주의의무를 다해도 불가피하게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검사 후 B 씨에게 엑스레이 검사도 실시했지만 명확한 천공 소견이 없어 퇴원 조치를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모두 이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 씨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걸로 봤다.
A 씨는 결국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 역시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증상에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퇴원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회복하기까지 30분~1시간 가량 걸리는데 B 씨의 경우 회복하는 데 5시간 넘게 걸렸다면 상급 병원으로 옮기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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