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처럼 가벼운 샤넬의 2025 S/S 컬렉션

봄바람처럼 가벼운 샤넬의 2025 S/S 컬렉션

바자 2024-10-23 08:00:02 신고

3줄요약
듀오 포토그래퍼 이네즈(Inez)와 비누드(Vinoodh)가 촬영한 모델 니지나 샤리포바(Nigina Sharipova).
듀오 포토그래퍼 이네즈(Inez)와 비누드(Vinoodh)가 촬영한 모델 니지나 샤리포바(Nigina Sharipova).
샤넬과 그랑 팔레의 인연
1900년 프랑스는 파리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샹젤리제 거리를 가로지르는 곳에 고전주의와 아르누보 건축 양식을 조합한 건축물이자 박물관인 ‘그랑 팔레(Grand Palais des Champs-Elysees)’를 건립한다. 이곳은 각종 박람회가 개최되는 것은 물론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군 병원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의 주차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태권도와 펜싱 경기가 진행된 곳으로 알려져 친숙하게 느껴지는 공간이기도.
샤넬과 그랑 팔레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샤넬을 이끌었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2006 S/S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한 장소로 그랑 팔레를 선택한다. 이후 13년 동안 그는 웅장한 그랑 팔레 중앙 홀을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진 해변을 비롯해 거대한 로켓 발사대와 슈퍼마켓 등으로 변신시키며 자신의 판타지를 실현시키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프스키는 “그랑 팔레는 꿈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기계다. 우리에게 이곳은 캉봉가나 방돔광장과 마찬가지로 샤넬 하우스를 상징하는 장소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2018년 샤넬은 그랑 팔레와 특별한 약속을 한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수리를 한 적이 없는 그랑 팔레의 건축학적인 요소를 보존하고 아름다움을 복원하기 위해 3천만 유로(한화 약 4백45억원)의 지원을 약속한 것.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그랑 팔레 회장 디디에 푸실리에(Didier Fusillier)도 덧붙였다. “수천 명의 콤파뇽(전문 장인)과 숙련된 작업자들이 그랑 팔레의 화려했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동원되었습니다. 오늘날 보존과 운영이라는 과제에 맞게 개조된 그랑 팔레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순수 예술은 물론 현대미술과 축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까지 아우르게 될 거예요. 샤넬이 이러한 예술적 움직임에 동참해주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2020년 12월에 시작해 2024년 4월 공사를 마무리한 그랑 팔레는 샤넬의 아낌없는 후원에 보답하고자 본당 입구 정문의 이름을 가브리엘 샤넬로 명명했다.







샤넬의 아름다운 비상
지난 6월, 버지니 비아르가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샤넬을 떠났다. 샤넬은 지난 쿠튀르 시즌에 이어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에게 2025 S/S 컬렉션을 맡겼다. 그들은 새와 나비처럼 날개를 가진 동물이 스스로의 힘으로 공중에 솟구쳐 오른다는 ‘비상(飛翔)’을 대주제로 삼았다. 그래서일까? 본당 중앙에는 하얗고 거대한 새장이 관객을 맞이했는데, 이는 한 재봉사가 가브리엘 샤넬에게 한 쌍의 새가 들어 있던 새장을 선물했다는 일화를 떠오르게 했다.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사회의 거추장스러운 시선으로부터 패션을 통해 스스로를 해방시킨 가브리엘 샤넬과 같이 여성을 핍박하는 사회적 관습과 편견에 맞선 용감한 여성들에게 보내는 헌사”라고 밝혔다. 공개된 컬렉션은 가벼움 그 자체였다. 시폰 소재로 완성한 케이프와 살결이 비치는 투명한 자수 셔츠 드레스, 발걸음에 찰랑이는 와이드 컷 팬츠는 물론 룩에 화려함을 더하는 시퀸 소재, 깃털 장식과 프린트 등 새의 날갯짓을 연상케 한 룩이 연이어 등장했다. 또, 코코 샤넬의 롤모델이자 당대 모든 여성들의 워너비였던 배우 겸 작가 콜레트(Colette)가 떠오르는 테일러링 트위드 세트업과 윙팁 플랫폼 슈즈, 유리 천장을 깨트리며 새로운 역사를 쓴 여성 비행사를 표현한 애비에이터 재킷을 비롯해 1920년대 여성의 독립적인 인권을 위한 ‘가르손느(Garconne)’ 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편안하지만 여성미가 가득한(지극히 샤넬다운) 룩을 선보였다. 한편, 쇼 말미 경쾌한 운율과 함께 엘비스 프레슬리의 외손녀이자 샤넬의 앰배서더인 라일리 키오(Riley Keough)가 등장했다. 그랑 팔레 유리 지붕 아래 놓인 새장 속 그네를 탄 그녀는 프린스의 ‘When Doves Cry’를 열창하며 피날레를 장식해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공석인 상황 속에서 그랑 팔레로의 복귀를 알린 샤넬은 ‘자유’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건네며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을 이어나갔다. 샤넬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가 펼친 아름다운 날갯짓은 힘차게 살아가는 동시대 여성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응원을 담은 찬사가 아니었을까.
샤넬의 앰배서더 라일리 키오가 함께한 피날레 장면.
샤넬의 앰배서더 라일리 키오가 함께한 피날레 장면.
사람들은 나를 항상 새장에 가두려고 했죠. 약속으로 가득한 쿠션이 있는 새장, 금빛으로 장식된 새장, 내가 외면한 채 스쳐 지나온 그런 새장에요. 난 내가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았어요. - 가브리엘 샤넬

Copyright ⓒ 바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