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용인, 김환 기자) 광주FC의 '로컬 보이' 이희균은 여전히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프로 3~4년차까지 광주에서 벤치를 지키는 기간이 길었던 이희균은 이정효 감독 아래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 시즌 리그 34경기를 소화하면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광주의 리그 3위 수성에 기여한 데 이어 이번 시즌에는 25경기 5골로 커리어 하이를 보내는 중이다.
이희균은 여전히 목이 마르다. 이희균에게 필요한 건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시원한 득점이다. 지난 요코하마 F. 마리노스를 상대로 오랜만에 골맛을 본 이희균은 이제 리그에서도 이 기세를 이어가길 원하고 있다. 이희균의 마지막 리그 득점은 지난 7월 울산HD전이다.
이희균은 자신이 더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동료들에게 있다는 농담을 던졌다. 정확히는 동료들이 자신에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희균은 "기사가 나가면 누군지 알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FC는 22일 오후 7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3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을 상대로 알바니아 국가대표 아사니의 멀티골 등을 앞세워 3-1 승리를 거뒀다.
ACLE 3연승을 내달린 승점 9점이 되어 다른 팀들의 3차전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동아시아 그룹 선두 자리를 지켰다.
광주는 전반 3분과 6분 연달아 터진 아사니의 멀티골로 일찍이 승기를 잡았다. 전반 27분 조호르에 추격골을 허용하는 등 여러 위기도 있었지만 경기 막판 터진 조호르의 한국인 수비수 박준형의 자책골로 확실하게 쐐기를 박았다.
이날 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한 이희균은 후반 12분경 오후성과 교체되어 들어갔다.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동점골을 노리기 위해 이어지고 있던 조호르의 파상공세 흐름을 끊고 교체를 통해 측면에 변화를 주려는 이정효 감독의 선택이었다.
이희균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으나 사이드 라인 앞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광주의 측면 공격과 수비를 이끌었다. 허율, 정호연, 박태준 등 주변 선수들과의 연계를 통해 조호르의 수비를 흔들었고, 조호르의 공격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 숫자 싸움에 힘을 더했다. 태클이나 경합을 하면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희균은 광주의 로컬 보이로서 ACL에서의 선전에 대한 소감을 묻자 "첫 ACL이기도 하고, 광주에서 좋지 않은 순간들을 겪은 뒤 지금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팀의 일원이 된 것 같아 영광이다. 이 기세를 이어 4연승에 성공하겠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음은 이희균과의 믹스트존 인터뷰 일문일답.
-광주 로컬 보이로서 ACLE 선전에 뿌듯함이 있을 것 같은데.
첫 ACL이기도 하고, 광주에서 좋지 않은 순간들을 겪은 뒤 지금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팀의 일원이 된 것 같아 영광이다. 이 기세를 이어 4연승에 성공하겠다.
-이번 시즌이 커리어 하이인 것 같다. 어떤 부분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나.
올 시즌에 골이 좀 터지기는 했는데, 기대와 달리 조금 저조한 느낌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동료들이 어시스트를 좀 해줘야 했는데, 이거는 동료들을 탓하고 싶다. 골은 내가 더 넣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예전보다 공격 포인트를 더 올린다는 점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더 성장해야 한다.
-파이널B로 내려왔는데 파이널 라운드 시작 전 선수들끼리 나눈 대화나 이정효 감독이 해준 말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다들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안다. 우리는 누구도 안주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빨리 승점 3점, 6점을 따서 안정권에 들어가야 한다. 아직 걱정이 큰 건 사실이다.
-부상은 괜찮나.
당일은 아팠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괜찮았다. 타박상인 것 같다. 감독님은 괜찮다고 하니까 다행이라고 하셨다.
-경기 투입 후 신경전이 있었는데.
조호르가 거칠게 나오는 면이 있더라. 기세에서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이기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방이 더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상대가 싸움을 거니까 그대로 해줬다. 그런데 나에게 카드를 줘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2021시즌 시작 전 임대 이야기가 있었는데 결국 잔류를 선택해 살아남았다.
당시는 정말 힘든 시간들이었다. 그때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내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때를 생각하면 감정이 벅차오른다. 여기에서 말하기는 힘들지만 서운한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그래도 잘 이겨내서 여기까지 온 거기 때문에 더욱 성장하겠다.
-위로는 나상호가, 밑으로는 엄지성이 있었다. 유럽이나 일본 진출에 대한 동기부여도 있을 것 같은데.
정말 멋있는 선배와 후배다. 선수로서 정말 존중한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꿈을 꾸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좋은 기회가 온다면 선수로서 당연히 고민해야 하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고 그런 꿈을 꾸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번 쯤은 꾸고 싶다.
-이제 본인이 어떤 스타일의 선수인지 정립됐을 것 같은데.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K리그 미드필더 중에서는 전진성이 강한 미드필더는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내가 그래도 그중에서 상위권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장점들 덕에 지금 감독님께 중용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광주의 ACLE 목표는.
내부적으로 이야기한 건 없지만, 오늘 이기고 나서 우스갯소리로 전승을 하자는 말을 했다.
-서아시아 팀들 중 상대하고 싶은 팀이 있다면.
없다. 일단 비셀 고베를 만나서 일본 팀들을 다 깨버리고 싶다.
-한일전이어서 그런가.
그런 것보다 우리가 패스를 기반으로 한 경기를 하고, 일본 팀들도 패스 게임 위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요코하마 F. 마리노스 상대로 우위에 있다는 걸 보여줬다. 비셀 고베가 요새 성적도 좋다고 해서 그 팀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겨서 기를 눌러주고 싶다.
-평소 티격태격하는 이정효 감독은 어떻게 생각하나.
좋다. K리그 내에서 이렇게 액션이 강한 감독님은 (이정효) 감독님이 유일하시다. K리그 흥행에 있어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유하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걸 잘하는 감독들이 더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광주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신기하다. 작년에는 우리가 3위를 했지만 ACL 무대에서 이 축구가 통할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부딪혀 보니까 통할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를 하다 보면 우리가 패스 게임에서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유스부터 시작해 등번호 10번을 달고 있다. 지금 자신의 점수는.
나는 프로 3년, 4년차에도 벤치 멤버였다. 사람들이 정말 모르는 선수였다. 그래도 지금은 6~70점은 되지 않았나 싶다. 군대에 다녀 오고 점수를 더 올리도록 하겠다.
-나머지 점수를 채우려면 뭐가 필요할까.
골이다. 비셀 고베전에서 골을 넣고 오겠다.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말 하면 안 된다. 상처받는다. 하지만 누군가 알 거라고 기사가 나가면 다들 본인이라고 할 것 같다. 이러니까 내가 성장을 못 한다고 눈치를 많이 줬다.
-팀 내에서 눈에 띄는 후배는.
나는 후배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는 편은 아니다. (정)호연이야 항상 잘하고 있고, (김)진호가 더 (두)현석이 형처럼 유연하게 빌드업을 하면 좋겠다. 진호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사진=용인미르스타디움, 김환 기자/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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