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Plus] 잔디 찾아 삼만리

[케현장.Plus] 잔디 찾아 삼만리

풋볼리스트 2024-10-23 06:50:00 신고

[풋볼리스트=용인] 김희준 기자= 광주FC는 20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페이즈 3차전에서 조호르다룰탁짐을 3-1로 꺾었다. 광주는 동아시아 권역 유일 3연승으로 단독 1위를 수성했다.

여기서 이상한 부분이 있다. 광주가 홈경기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렀다. 지난 경기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광주월드컵경기장과 용인미르스타디움 사이의 거리는 최소 264km다. 팀 버스가 다닐 걸 고려해 큰길을 우선으로 하면 3km 늘어난다. 소요 시간은 최소 3시간으로 달빛더비로 명명된 대구FC의 DGB대구은행파크를 가는 것보다 더 걸린다.

광주가 홈경기에 먼 걸음을 한 건 잔디 때문이다. 지난 1차전에서 사용했던 광주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ACLE 경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AFC로부터 받았다. 비단 광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울산 역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울산종합운동장으로 ACLE 홈구장을 변경했다. 그나마 울산광역시 내에서 해결을 해 선수들의 피로도를 최소화했다.

광주는 광주광역시는 물론 전라도 내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광주축구전용경기장은 광주월드컵경기장보다 잔디 상태가 심각하다. 다른 구장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은 홈팀 전북현대가 ACL2에 참가하고 있어 사용이 어려웠다. 다른 지자체와 협의한 끝에 용인미르스타디움이 가장 적합한 곳으로 판정돼 최종적으로 AFC 승인을 받았다.

아사니(광주FC). 서형권 기자
아사니(광주FC). 서형권 기자

이날 광주 선수들은 좋은 잔디의 힘을 마음껏 누렸다. 비가 경기 내내 내렸음에도 배수 시설이 좋아 상대적으로 깔끔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짧은 패스로 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광주 축구에도 용인미르스타디움이 적합했다.

당연히 선수들은 만족감을 표했다. 전반 초반 2골을 넣어 경기 수훈선수로 선정된 아사니는 “잔디 상태는 너무 좋았고, 덕분에 팀원들이 즐기면서 했다”라고 만족했다. 허율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동거리가 긴 것보다 잔디가 좋은 게 확실히 이점이 더 큰 것 같다. 공이 매끄럽게 이동하니 뛸 때 경기 흐름 자체가 빨라졌다”라며 잔디를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정효 감독 역시 “잔디 상태는 상당히 좋았다. 비가 오는 데도 배수 시설이 잘 돼있었다. 잔디 관리사 분도 잔디를 잘 관리하신 것 같다. 그 애정을 경기하면서 느꼈다. 잔디 관리사 분께 고생하셨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라며 좋은 잔디를 위해 공을 들였을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광주시체육회 등 광주월드컵경기장 관리 주체를 향한 독설을 했음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사진을 찍은 광주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사진을 찍은 광주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상기했듯 잔디 문제는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울산이 아니라 K리그 어떤 팀이 ACL에 나갔어도 웬만하면 AFC 감독관에게 잔디 상태를 지적당하고 대체 경기장을 물색해야 했을 것이다. 올해 유독 심각한 게 아니고 프로축구의 발전과 함께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가 최근 경기들을 통해 더욱 부각된 것에 가깝다.

심지어 대표팀도 좋은 잔디를 찾아 서울월드컵경기장 대신 용인미르스타디움을 찾았을 정도다. 용인미르스타디움이 AFC 규정에 맞게 인천국제공항에서 150km 이내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인천이나 서울, 경기 서부에 더 좋은 경기장이 있었다면 굳이 용인미르스타디움까지 갈 일은 없었을 테다. 그러나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물론 해당 지역 구장 잔디 상태가 하나같이 엉망이었기 때문에 용인미르스타디움이 유일한 대안으로 남게 됐다.

잔디 관리는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사안이 맞다. 하지만 이번 광주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잔디 문제로 대체 경기장을 가게 될 경우 그로 인한 실질적·잠재적 손실도 마냥 적지 않다. 잔디는 관심도에 따라 상태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난지형 잔디 사용 등 대안을 마련하는 것만큼 당장 쓰고 있는 잔디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절실한 까닭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